1. 오늘의 시

천생 농군

월정月靜 강대실 2024. 5. 9. 05:21
(사진: 향리의 전경)

 

천생 농군월정 강대실 
 
 
골짜기 농사 지어서는
고라니 토끼 같은 짐승들 배만 불리고 
평생 허리끈 졸라매야 한다고
밥그릇께나 나오는 알짜배기 땅
다 팔아 넘기시더니

낯도 물도 설은 아랫녘
물길 좋고 토심 깊은 데다 대토하고
신새벽 쟁기질 소 끌고 다니며
후한 품삯에 외촌 품꾼들 사서 
얼기설기 외간 농사 지으시더니

하늘바라기 어찌 못해
산골짜기 비알밭 어찌 못해
산 대밭 감나무 벌통 짐승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어찌할 방도 없어
 
살아생전 상골 땅 못 벗어나더니
농골 산밭에 가족 공원 지어 들고서는
온 동네 논밭 뙈기 다 내다보고 계시는
천생 농군 우리 부모님.
초2-886
2024. 05.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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