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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자화상 / 월정 강대실 어려서 나는 허기지면 동구 밖 넘봤다열두 가족 구식 위해 찬 이슬을 차는 아버지 거짓 모른 논밭 귀퉁이 쫓아다니며 땅 벌이 만이 주린 배 불린 줄 알았다자라며 나는 자취방 5촉 알등과 맞붙었다생금밭에서 캐낸 장학금 토장국 끓이면날마다 부모님 말씀의 회초리 반추하다씨암탉이 알 품듯 사도의 길 새겼다결국, 아버지 날벼락 맞고 변놀이꾼 되었다한몫 쥘 욕심에 넓은 책상머리에 앉아  오만 군데 별별 사람들 고락을 함께 나누다 비록 가난하게 살 지라도, 세상에 가슴 따스운 사람으로 서고 싶었다어느덧, 청청 세월 해질녘 어정거리고 달려온 산굽이 길 돌아다보면  왠지 눈에 아버지 근엄한 자태만 들어온다올곧게 살고자 발버둥치신 그 모습 선하다.(3-60.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오늘의 시 2024.05.03

한 친구 아버지

한 친구 아버지  /월정 강대실    서낭당 고개 너머   나무들 쑥부쟁이랑 한데 어울려 사는 마을   한 친구 아버지 흙집 지어 이사 드셨다.    새파란 까까머리 적 첫인사 드린 후   뵐 때마다, 고향 집 안부는 물론   은행알 같은 티 없고 알진 우의 당부하셨던     향리 아래뜸 월천리 초입 산동네   아버지 거둥길 길라잡이 되자는 급보에   들메끈 조여 매고 시근벌떡 달려간     곧잘 동네 앞길 지나면서도 못 가 보고   두 눈이 보진 못 했어도 실존하여   어느 누구도 아니 갈 수가 없다는     흰 꽃이 피고 흰 나비가 날고......   돌아올 수 없는 길 내고 가야만 한다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심오한 적멸궁. (4-47.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오늘의 시 2024.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