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월정 강대실 어려서 나는 허기지면 동구 밖 넘봤다열두 가족 구식 위해 찬 이슬을 차는 아버지 거짓 모른 논밭 귀퉁이 쫓아다니며 땅 벌이 만이 주린 배 불린 줄 알았다자라며 나는 자취방 5촉 알등과 맞붙었다생금밭에서 캐낸 장학금 토장국 끓이면날마다 부모님 말씀의 회초리 반추하다씨암탉이 알 품듯 사도의 길 새겼다결국, 아버지 날벼락 맞고 변놀이꾼 되었다한몫 쥘 욕심에 넓은 책상머리에 앉아 오만 군데 별별 사람들 고락을 함께 나누다 비록 가난하게 살 지라도, 세상에 가슴 따스운 사람으로 서고 싶었다어느덧, 청청 세월 해질녘 어정거리고 달려온 산굽이 길 돌아다보면 왠지 눈에 아버지 근엄한 자태만 들어온다올곧게 살고자 발버둥치신 그 모습 선하다.(3-60.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