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150

10. 천상병 시 //6. 나의 가난은

나의 가난은-천상병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가난은 내 직업이지만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깐······나의 과거와 미래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내 무덤가 무성한 풀섭으로 때론 와서괴로왔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씽씽 바람 불어라····· [출처] 천상병의 |작성자 어쩌다나

10. 천상병 시 /5.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천상병 시인-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었다보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그냥 막연하게 사람만 그리워져 왔다 사람들 속에서 걷고 이야기하고작별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코나와 섞여지지 않았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나는 왜 자꾸만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출처] [좋은시 추천]천상병 시인의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작성자 반지다방

10. 천상병 시 /4. 새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내 영혼의 빈 터에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내가 죽는날,그 다름 날 산다는 것과아름다운 것과사랑하는다는 것과의 노래가한창인 때에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한 마리 새 정감에 가득찬 계절슬픔과 기쁨의 주일,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새여 너는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좋은 일도 있었다고나쁜 일도 있었다고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10. 천상병 시 /1. 천상병 시 모음 20편

천상병 시 모음 20편☆★☆★☆★☆★☆★☆★☆★☆★☆★☆★☆★☆★《1》귀천천상병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 하리라☆★☆★☆★☆★☆★☆★☆★☆★☆★☆★☆★☆★《2》갈대천상병환한 달빛 속에서갈대와 나는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불어오는 바람 속에서안타까움을 달래며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환한 달빛 속에서갈대와 나는눈물에 젖어 있었다.☆★☆★☆★☆★☆★☆★☆★☆★☆★☆★☆★☆★《3》갈매기천상병그대로의 그리움이갈매기로 하여금구름이 되게 하였다.기꺼운 듯푸른 바다의 이름으로흰 날개를 하늘에 묻어보내어이제 파도도빛나는 ..

9. 조지훈 시 /9. 역사 앞에서

역사 앞에서/ 조지훈 만신(滿身)에 피를 입어 높은 언덕에내 홀로 무슨 노래를 부른다언제나 찬란히 틔어 올 새로운 하늘을 위해패자(敗者)의 영광이여 내게 있으라.나조차 뜻 모를 나의 노래를허공에 못박힌 듯 서서 부른다.오기 전 기다리고 온 뒤에도 기다릴영원한 나의 보람이여묘막(渺漠)한 우주에 고요히 울려 가는 설움이 되라.

9. 조지훈 시 /8. 풀잎 단장(斷章)

풀잎 단장(斷章) 조지훈(1920~1968, 경북 영양) 무너진 성(城)터 아랜 오랜 세월을 풍설(風雪)에 깎여 온 바위가 있다 아득히 손짓하며 구름이 떠가는 언덕에 말없이 올라서서 한 줄기 바람에 조찰히 씻기우는 풀잎을 바라보며 나의 몸가짐도 또한 실오리 같은 바람결에 흔들리노나 아 우리들 태초(太初)의 생명(生命)의 아름다운 분신(分身)으로 여기 태어나 고달픈 얼굴을 마주 대고 나직히 웃으며 얘기하노니 때의 흐름이 조용히 물결치는 곳에 그윽히 피어오르는 한 떨기 영혼이여 ▷「조지훈 시선」(조지훈 지음, 오형엽 해설, 지식을만드는지식, 2011년) 중에서.

9. 조지훈 시 /6. 파초우(芭蕉雨)

파초우(芭蕉雨)  조지훈(1920~1968, 경북 영양) 외로이 흘러간 한 송이 구름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비ㅅ방울파초ㅅ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마조 앉어라.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츰 나의 꿈을 스쳐 간 구름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조지훈 시선」(오형엽 해설, 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9. 조지훈 시 /5. 봉황수(鳳凰愁)

봉황수(鳳凰愁) 조지훈(1920~1968, 경북 영양)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들기도 둥주리를 마구 첬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玉座) 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甃石)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品)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바이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르량이면 봉황새야 구천(九天)에 호곡(呼哭)하리라.

9. 조지훈 시 //4. 승무(僧舞)

승무(僧舞)조지훈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복사꽃 고운 빰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9. 조지훈 시 /3. 산상(山上)의 노래

산상(山上)의 노래조지훈높으디 높은 산마루낡은 고목에 못박힌 듯 기대여내 홀로 긴 밤을무엇을 간구하며 울어왔는가.아아 이 아침시들은 핏줄의 구비구비로싸늘한 가슴의 한복판까지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이제 눈감아도 오히려꽃다운 하늘이거니내 영혼의 촛불로어둠 속에 나래 떨던 샛별아 숨으라환히 트이는 이마 우떠오르는 햇살은시월 상달의 꿈과 같고나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오래 잊었던 피리의가락을 더듬노니새들 즐거이 구름 끝에 노래 부르고사슴과 토끼는한 포기 향기로운 싸릿순을 사양하라.여기 높으디 높은 산마루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며내 홀로 서서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

9. 조지훈 시 /1. 조지훈 시 모음 25편

조지훈 시 모음 25편☆★☆★☆★☆★☆★☆★☆★☆★☆★☆★☆★☆★가야금(伽倻琴)조지훈1. 휘영청 달 밝은 제 창 열고 홀로 앉다품에 가득 국화 향기 외로움이 병이어라푸른 담배 연기 하늘에 바람 차고붉은 술그림자 두 뺨이 더워온다천지가 괴괴한데 찾아올 이 하나 없다宇宙가 茫茫해도 옛 생각은 새로워라달 아래 쓰러지니 깊은 밤은 바다런 듯蒼茫한 물결 소리 草屋이 떠나간다2. 조각배 노 젓듯이 가얏고를 앞에 놓고열두 줄 고른 다음 벽에 기대 말이 없다눈 스르르 감고 나니 흥이 먼저 앞서노라춤추는 열 손가락 제대로 맡길랏다구름끝 드높은 길 외기러기 울고 가네銀河 맑은 물에 뭇별이 잠기다니내 무슨 恨이 있어 興亡도 꿈속으로잊은 듯 되살아서 임 이름 부르는고3. 風流 가얏고에 이는 꿈이 가이 없다열두 줄 다 끊어도 ..

8. 문병란 시/9. 꽃씨

[출처] 문병란 시 모음 // 9월의 시 등 33편|작성자 염생이 꽃씨​문병란​가을날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빛나는 여름의 오후,핏빛 꽃들의 몸부림이며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버리면갑자기 뜰이 넓어 가는 가을날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고이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기인 기다림의 창변에화려한 어젯 날의 대화를 묻는다.

8. 문병란 시/8. 9월의 시

9월의 시 문병란​9월이 오면해변에선 벌써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무성한 여름을 벗고제자리에 돌아와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 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기도를 마친 여인처럼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먼 항구에선벌써 이별이 시작되고준비되지 않은 마음눈물에 젖는다

8. 문병란 시/8. 희망가

희망가문병란얼음장 밑에서도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매화는 꽃망울을 튼다절망 속에서도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사막의 고통 속에서도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보리는 뿌리를 뻗고마늘은 빙점에서도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절망은 희망의 어머니고통은 행복의 스승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긴 고행 길 멈추지 말라인생 항로파도는 높고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한 고비 지나면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8. 문병란 시/7. 호수

호수문병란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무수한 눈길의 번뜩임 사이에서더욱 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수많은 사람을 사랑해 버린 다음비로소 만나야 할 사람비로소 사랑해야 할 사람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바람 같은 목마름을 안고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여이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여

8. 문병란 시/6. 직녀에게

직녀에게문병란이별이 너무 길다슬픔이 너무 길다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돗돌을 놓아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이별이 너무 길다슬픔이 너무 길다사방이 막혀 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그대 손짓하는 여인아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마지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오작교가 없어도 노돗돌이 없어도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야 할 우리말라붙은 은하수 눈물은 녹이고가슴과 가..

8. 문병란 시/5. 죽순 밭에서

죽순 밭에서문병란죽순 밭에는흥건히 고이는 울음이 흐른다죽순 밭에는낭자히 고이는 달빛이 흐른다.무엇인가 뿜고 싶은 가슴들이무엇인가 뽑아 올리고 싶은 욕망들이쑥쑥 솟아오른다도란도란 속삭인다.왕대 참대 곧은 줄기다투어 뽑아 올리는 대나무 밭나도 한 그루 대나무 되어 서면내 가슴속에서빠드득빠드득 뽑아 오르는 소리뾰쪽뾰쪽 솟아오르는 울음소리사운사운 내리는 달빛 속에달빛을 받아먹고이슬을 받아먹고천근 누르는 바위 밑에서도만근 뒤덮은 어둠 밑에서도쑥쑥 뽑아 오르는 소리마디마디 매듭이 지는 소리이윽고 참대가 되고 왕대가 되고유혈이 낭자하던 대밭임진년(壬辰年) 의병의 손에서원수의 가슴에 꽂히던 죽창이 되고,갑오년(甲午年) 백산(白山)에 솟은 푸른 참 대밭우리들의 가슴을 뚫고사무친 아우성이 솟아오르는 소리안개 속에서 달빛 ..

8. 문병란 시/4. 정당성1

정당성 1문병란나의 행동에 대하여나는 정당성을 찾는다.외국 유학생의 비자 위에서오늘의 지성은 정당을 찾는다.마땅히 먹어야 하고마땅히 배설해야 하고모름지기 남보다 잘 살아야 한다.나는 왜 그녀를 울렸던가.나는 왜 수입이 적은가.그녀의 입술 위에서나의 입술은 무엇을 훔쳤는가,우리들의 사랑은 정당하다.데모대는 돌맹이 속에서민주주의 소생을 믿고경찰은 최루탄 속에서법의 존엄성을 믿는다.모든 것은 정당하다.성토 대화가 열릴 때도봉산에 가서 연인과 즐기고데모가 전개될 때당구장에 가서 휴강을 즐긴다.껌을 씹으면서 패튼을 관람한내 양심의 소재,껌을 씹다어금니로 입술을 깨문 그실수 - 짭짤한 피의 맛을 아는가.전쟁을 즐기는 위대한 영웅과죽음을 두려워하는 졸병 사이에서입 다문 휴머니티어금니 사이에서 으깨려진껌 - 모든것은 ..

8. 문병란 시/3. 인연서설

인연서설문병란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사랑은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이 애틋한 몸짓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가시덤풀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다하지 못한 그리움사랑은 하나가 되려나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사랑은 서로..

8. 문병란 시/2. 땅의 연가

땅의 연가(戀歌)문병란나는 땅이다길게 누워 있는 빈 땅이다누가 내 가슴을 갈아엎는가?누가 내 가슴에 말뚝을 박는가?아픔을 참으며오늘도 나는 누워 있다.수많은 손들이 더듬고 파헤치고내 수줍은 새벽의 나체 위에가만히 쓰러지는 사람농부의 때묻은 발바닥이내 부끄런 가슴에 입을 맞춘다.멋대로 사랑해 버린 나의 육체황토빛 욕망의 새벽 우으로수줍은 안개의 잠옷이 내리고연한 잠 속에서나의 씨앗은 새 순이 돋힌다.철철 오줌을 갈기는 소리곳곳에 새끼줄을 치는 소리여기저기 구멍을 뚫고새벽마다 연한 내 가슴에욕망의 말뚝을 박는다.상냥하게 비명을 지르는 새벽녘내 아픔을 밟으며누가 기침을 하는가,5천년의 기나긴 오줌을 받아 먹고걸걸한 백성의 눈물을 받아 먹고슬픈 씨앗을 키워온 가슴누가 내 가슴에다 철조망을 치는가?나를 사랑해다오..

8. 문병란 시/1. 문병란 시 모음 33편

문병란 시 모음 33편☆★☆★☆★☆★☆★☆★☆★☆★☆★☆★☆★☆★《1》9월의 시문병란9월이 오면해변에선 벌써이별이 시작된다나무들은 모두무성한 여름을 벗고제자리에 돌아와호올로 선다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기도를 마친 여인처럼고개를 떨군다울타리에 매달려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먼 항구에선벌써 이별이 시작되고준비되지 않은 마음눈물에 젖는다.☆★☆★☆★☆★☆★☆★☆★☆★☆★☆★☆★☆★《2》가을의 여백에 앉아서문병란가을은 먼저4만 원짜리 횟감 두 접시와우리들의 단란한 술잔 속에 와서비린내도 향그러운 가을바다아침이슬 한 잔씩을 가득 채웠다.길고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모처럼 하늘이 높고 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