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엽서 / 월정 강대실
황사바람 훔친 하늘에 금살 넘실댑니다
구례 지리산 들머리 고향 마을 산수유
어느새 여울여울 꽃불 탑니다
그대여, 지금 내가 못 견뎌 하는 건
봄이 너무 좋아서가 아닙니다
무심히 흐르는 섬진강 탓도 아닙니다
그대 떠난 자리에 외로 나동그라진
차디찬 돌멩이여서가 아니고
사무치는 그리움 못 참아도 아닙니다
그대여, 내가 긴긴 봄밤 망연히 지새는 건
하 많은 바람의 싹 파릇이 못 틔워 내고
떨쳐 버리지도 못해서가 아닙니다
가슴을 쓸어안고 피다 스러지는
민둥제비꽃 어르는 봄비의 아픔이 아니고
거기 그냥 서 있는 산 갈마들어 보듬는
계절의 목마름은 정말로 아닙니다
그대여, 지금 내가 너무도 못 견뎌 하는 건
서천에 붉게 타는 저 노을의 아름다움
감히 그대는 까맣게 몰라서 입니다.
(2-38. 제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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