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歸鄕/월정 강대실
하늘 노랗고 해 긴긴 춘삼월
앞산보다 더 높은 보릿고개
허리띠 졸라매기 진절머리 난다며
열여섯에 어린 동생 업고
이삿짐 보퉁이 짊어진 어머니 따라
말만 들은 서울행 기차 탄 쌀순씨.
한강물 풀리면 꽃소식 물어오고
향수가 모닥불 타면 바람 타고 와
돌나물 쑥국 향에 객수 씻던.
해 기울기 전에 객짓밥 청산하고
부르는 손짓 빤히 보일 만한 데다
조붓한 처소라도 한 칸 내겠다더니
청댓잎 서걱이는 소리 잇는
담양호 상류 복리암 언덕배기에
제비 집같이 아담한 둥지 마련
사십오 년 망향의 설움 접고
홑몸 귀향 날, 산천이 앞서 반겼다.
산도 물도 설고 낯까지 서러웠건만
어느새 격이 없어 일촌이 다 사촌
두루두루 쌓은 도타운 정리
꽃 보고 텃밭 갈고 운동 챙기고……
잃은 반생애 되찾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