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귀향歸鄕

월정月靜 강대실 2013. 12. 15. 10:05


귀향歸鄕/월정 강대실 하늘 노랗고 해 긴긴 춘삼월 앞산보다 더 높은 보릿고개 허리띠 졸라매기 진절머리 난다며 열여섯에 어린 동생 업고 이삿짐 보퉁이 짊어진 어머니 따라 말만 들은 서울행 기차 탄 쌀순씨. 한강물 풀리면 꽃소식 물어오고 향수가 모닥불 타면 바람 타고 와 돌나물 쑥국 향에 객수 씻던. 해 기울기 전에 객짓밥 청산하고 부르는 손짓 빤히 보일 만한 데다 조붓한 처소라도 한 칸 내겠다더니 청댓잎 서걱이는 소리 잇는 담양호 상류 복리암 언덕배기에 제비 집같이 아담한 둥지 마련 사십오 년 망향의 설움 접고 홑몸 귀향 날, 산천이 앞서 반겼다. 산도 물도 설고 낯까지 서러웠건만 어느새 격이 없어 일촌이 다 사촌 두루두루 쌓은 도타운 정리 꽃 보고 텃밭 갈고 운동 챙기고…… 잃은 반생애 되찾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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