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어머니의 호미

월정月靜 강대실 2015. 6. 9. 17:20

 

어머니의 호미

                                        월정 강대실

 

                               

물외 꽃 흐드러지면 쌀보리

먹감 익는 서릿가을에는 고구마 거두어 

고봉밥이 출출한 새끼들 뱃구레 채우게 한 큰밭

 

쟁기질하다 김매다가 눈에 채이어

시나브로 골라낸 돌멩이

오종종히 웅크리고 앉아 조는 밭귀퉁이

 

시들말라 바스러진 환삼덩굴 밑에

봉선화 꽃물 같은 그리움 벌겋게 절은

어머니의 자루 없는 닳고 닳은 호미,

 

허기 때운 둥 만 둥 손 꼭 잡고 동동걸음을 쳐

앞들 뒷밭 그 많은 밭뙈기 김을 매 가꾸며

한 많은 세월 산보다 더 서러운 눈물 함께 훔쳤을

 

굽은 허리 엎디어 세월 반추하다

잃은 살붙이를 만난 듯 쏘옥 내민 낫등

따라 나오는 어머니 밤마다 그려 보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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