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호미
월정 강대실
물외 꽃 흐드러지면 쌀보리
먹감 익는 서릿가을에는 고구마 거두어
고봉밥이 출출한 새끼들 뱃구레 채우게 한 큰밭
쟁기질하다 김매다가 눈에 채이어
시나브로 골라낸 돌멩이
오종종히 웅크리고 앉아 조는 밭귀퉁이
시들말라 바스러진 환삼덩굴 밑에
봉선화 꽃물 같은 그리움 벌겋게 절은
어머니의 자루 없는 닳고 닳은 호미,
허기 때운 둥 만 둥 손 꼭 잡고 동동걸음을 쳐
앞들 뒷밭 그 많은 밭뙈기 김을 매 가꾸며
한 많은 세월 산보다 더 서러운 눈물 함께 훔쳤을
굽은 허리 엎디어 세월 반추하다
잃은 살붙이를 만난 듯 쏘옥 내민 낫등
따라 나오는 어머니 밤마다 그려 보는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