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큰누님

월정月靜 강대실 2015. 11. 16. 14:18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큰누님/ 월정 강대실

 


도배지 무늬처럼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 
문갑 속 고이 모신 족보 배견하다 밀쳐놓고
옆의 아버지 제적등본 찬찬히 살핀다 
남매간 일면식도 없이 한 뼘 흰 집에 갖혀서도
세월의 깊이보다 더 애틋이  
여섯 살 위 양순이 누님 마음을 틀어쥔다
예쁜 딸 봤다고, 세간 밑천이라고
얼마나 기분이 훨훨 날 것 같았을까 아버지
아뿔싸!, 이 무슨 우환덩어리 인가!
갓 세 살 뾰조롬한 떡잎
젖배 곯았을까? 돌림병 맞았을까?
아님, 전생의 업 다 못 벗어 세상이 버렸을까? 
천국의 두 분께는 입도 뻥긋 못하고
맏형 한 점 기억 없다 하고……
어디메 꽃밭에 옹그리고 있는지
백화 만발했을 양순이 큰누님
생때같은 자식 가슴에 묻고 사시다
끝내 불덩이로 품고 가셨을 우리 부모님
‘어머님 아버님!, 소녀 불효자 양순이 이옵니다’
진작에 찾아 납작 엎드려 용서 빌고
왕부모님, 서둘러 떠난 두 형들이랑
일곱 식구 오붓이 사시나 몰라 지금은.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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