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친구 / 月靜 강 대 실
백년가약이 무슨 애들 소꿉장난인가
어떤 친구가 외근 중 차량이 발을 헛딛어
오랜 병상 신세 지다 세 발로 나와
결국엔, 늙은 도짓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생활 전선에 나섰던 부인 몇 년 간
알바에 보험에 방물장사로 돌다
받을 덴 없고 사방에 줄 것만 쳐졌다
친구, 산 입에 거미줄이냐며 투자했더니
덜컥 덫에 걸려 빚더미에 치였다
하나는 몇 십 년을 통째로 쥐어 준 봉투
어디에 빼돌렸냐 야단치고
한쪽은 여우한테 홀려 쪽박 찼다고
서로 삿대질에 너니 내니 덤터기 씌우다
기어이, 큰 사달이 났다
허리띠 졸라 얼기설기 마련한 아파트며
묻어 둔 땅 몇 평까지 홀랑 넘겨주고
끝내는 도장 찍고 각자 돌아서고야 말았다
손가락 걸고, 반쪽입네 하나네 하다가도
한 번 토라져 등 돌리게 되면
부부간은 깨어진 그릇 되는가
질그릇 깨고 놋그릇 장만 못할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