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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서글픔

중년의 서글픔 姜 大 實 죽마 올라타고 골목을 쓸고 다닐 땐 산뜻한 교복에 가방을 든 형들의 의젓함 보면 빨리 나이 든 게 원이었건만 덧없는 세월 앞에 애들은 머리가 굵고 하나 둘 가까운 지기들 자식 또래에 자리 빼앗겨 기죽어 살아야 하는 중년 바람 앞 나부대는 잎새보다는 지는 꽃잎 기리며 어줍은 몸으로 살아가는 사시나무의 하루하루는 길고 서글픔에 겨운 하늘 우러른다.

1. 오늘의 시 2023.09.06

동전을 손에 쥐고

동전을 손에 쥐고                                       姜   大   實 달랑대는 동전 몇 닢주머니 속 쥐고 걷는다바람 일면 누더기 둘러쓰다가까스로 순풍 끝자락에 달려살아내는 아픔 우려 태우는호롱불 같은 내 자신을 떠올린다이렇다 할 자리는 얼씬도 못하고세세한 틈새에 발붙여십 원짜리 울부짖음으로 버텨낸 한 생밀쳐도 덧없이 밀리는 물살에여울목 돌부리 붙들고 버티다작은 욕망마저 시린 그 날엔억지로는 살 수 없다 자위하며 대지의 용광로에 녹아 없어지리.

1. 오늘의 시 2023.09.06

산마을 여름밤에

산마을 여름밤에 姜 大 實 어찌 이 밤이 혼자이랴! 그리움은 신작로에 아른거리고 도랑가에 돌멩이로 어울려 먼 산봉우리 불러놓고 앉아서 어찌 이 밤이 외로우랴! 산공기 서늘히 감싸주고 미물들 외등 이마에 몰려 물안개 쑥불로 피어오르는데 어찌 이 밤이 슬프랴! 하늘 창으로 별들의 전설이 오고 울며 헤매던 산짐승 가깜이 내려와 아는 시늉하는데 어찌 멀어지는 것뿐이랴, 쓰디쓴 외로움뿐이다 하랴! 계절은 산자락에 싱그럽고 산마을 포근히 잠든 여름밤에

1. 오늘의 시 2023.09.06

미운 살구나무

미운 살구나무/ 월정 강대실 금살 좋아 하늘은 깊고뱃속에 허기 가득해 공허한데담 너머 빈터 혼자 흐드러진 살구꽃 앞산 자락 스쳐 온 바람에펑펑 쏟아져 날리는 꽃잎튀밥이 아니어서 아깝기만 한데 별들의 소망 받아먹고어느새 보송보송한 열매 눈 맞추면살구보다 큰 덩그런 허기 어스름에 친구랑 담 넘다 들키어줄행랑 놓다 넘어지고 붙들려벌을 서게 한 미운 살구나무.초2-704

1. 오늘의 시 2023.09.06

산방일기7

산방일기7 姜 大 實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가만히 샛문 밀치고 나가니 뒷산이 겸연스레 서 있었다 이슥토록 인기척이 들려 더듬더듬 바람 따라 왔단다 상기 돌 짐도 짊어질 젊음인데 아주 왔느냐 턱 밑에 다가선다 여태껏 어디메서 살고 몇이나 먹고 식솔은 어떠냐고 꼬치꼬치 캐묻는다, 보아하니 망해 들어온 건 아닌 것 같고 내왕하며 형제 같이 살잔다 멀찍이서 엿듣던 노송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1. 오늘의 시 2023.09.06

그대에게 비는 용서

그대에게 비는 용서 姜 大 實 할퀴인 생채기야 흔연히 새날이 싸매 주지만 가슴에 맺힌 그 한 마디 여름 갈수록 앙금으로 갈앉고 지우려면 샛별로 글썽해 마음 기댈 곳 없으련만 상처 없는 이 어딨냐며 지울 수야 없지만 잃기 위해 애쓴다는 듯 눈길 한 번 흘리지 않고 속 깊지 못한 탓이었노라고 얼굴 빨개지곤 한 그대 그대여, 그 때 일이 지금껏 손톱 밑 거스러미 되어 아픔 돋쳐냅니다.

1. 오늘의 시 2023.09.06

산방 일기5

산방 일기5 姜 大 實 문 열고 들어서려니 너 같으면 가만 있겠느냐고 사방 을러메는 종주먹에 옷 갈아입고 나와 사알한다 멀고 가직한 산 둘러보며 반겨 줘 감사하다 목례하고 둠벙가 쪼그리고 앉아 속 훤한 것이 같다며 손 내민다 먼발치 호수로 눈길 보내며 이 갈한 세상에도 거연한 네가 젤이다 손사래하고 쌜쭉 토라져 앉은 바위 찾아가 풍진세상에 너 뿐이라 추어준다

1. 오늘의 시 2023.09.06

마음 고쳐먹기

마음 고쳐먹기/ 월정 강대실                                                                         괜스레 내가 밉고 은근히 화가 치밀어홀연히 긴 그림자 따라 나선다 삼나무 편백나무가 한세상 이룬숲 속에 겸연쩍이 발을 들여 놓자귓전에 희미한 음성 들린다나를 상하게 하는 것은꿀 바른 말로 입 맞출 줄 몰라어느 틈에 하나 둘 먼전으로 돌고종국엔 스스로 무인도에 갇히어나도 모르게 외돌토리가 되었단다 나무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한 생 하늘 바라 서로 기도로 산다며먼 산의 불 보듯 말라 한다모여든 곳 각각이고 냄새가 나도 내색 않고 섞여서 함께 썩지 않는깊고 넓은 바다가 되라 이른다.

1. 오늘의 시 2023.09.06

눈길을 걸으며

눈길을 걸으며/ 월정 강대실 눈길을 나선다 입춘이 내일인데 길이란 길은 끝없이 흰 길로 통하고 금방 스친 이가 찍은 발자국까지 숨어버린 눈 길 소록소록 걷는다 속에 사그라지다 남은 그리움 조각 눈 속에 빠끔히 고갤 내민다 추억이 서린 길 따라 걷는다 눈꽃 으로 피워내며 이슥토록 걷는다 이 길 다 가고 나면 그리움 이울고 말겠지 어느새 가로등 하얀 빈 터에 기다려 서 있는 문 앞에 당도한다 툭툭 그리움 털어 낸다 눈물을 닦아낸다. 눈길을 걸으며/ 월정 강대실 눈길을 나선다 입춘이 내일인데 길이란 길은 끝없이 흰 길로 통하고 금방 스친 이가 찍은 발자국까지 숨어버린 눈길 소록소록 걷는다 속에 사그라지다 남은 그리움 조각 눈 속에 빠끔히 고갤 내민다 추억이 서린 길 따라 걷는다 눈꽃으로 피워내며 이슥토록 걷는..

1. 오늘의 시 2023.09.06

산방일기1.2.3.4

산방 일기 1/ 월정 강대실 지금에사 드느냐며 산이 마중 나와 손 내미는데 끝까지 사나 볼란다고 개울물 쑥덕이며 뒤따라오고 얼간이가 발붙인다며 새앙쥐 곁눈질로 지나가고 속없는 살쾡이 부부 잔칫상 안 차리느냐 내다본다. 산방 일기 2 / 강대실 헌 살림살이 몰아 실은 톤 반 화물차 질퍽한 마당길에 세워놓고 여기저기 내려 놓을 자리 재다 산창 열어젖뜨리고 짐 푼다 어둠 스멀스멀 밀려든다고 산은 길마당 나와 힘 보탠다 한데, 어떤 놈이냐 할까 재수 되게 없다는 듯 산마을 개들 짖어대고 개울 건너 늙은 주막집 외등 눈을 끔뻑끔뻑한다 이따금씩 전조등 질주하는 신작로 나와 어정거리는 안주인 한참을 눈길 주다 들어간다. 산방 일기 3 / 강대실 추적추적 겨울을 재촉하던 차가운 비 한숨 돌리는 새에 누더기 짐 후다닥 ..

카테고리 없음 2023.09.05

불이 붙어라 그대 가슴에

불이 붙어라 그대 가슴에 姜 大 實 눈을 감아도 선하다고 한동안 꽃잎 편지 보내더만 소식 접은 사람아! 저―달 찾아들겠지 혼자서는 너무 적적하다던 산중 그 곳에도 따라 잃지 못하고 울컥 달이 떠오르면 도지는 간절한 보고픔에 그대 얼굴로 바라보며 외쳐 보낸다오 마음의 신음 소리를 불이 붙어라 그대 가슴에 붉은 그리움의 불이 가을 산을 태우는

1. 오늘의 시 2023.09.05

가을비에 젖어

가을비에 젖어 姜 大 實 가을비 오는 날은 오늘같이 지적지적 내리는 밤은 마음도 흠뻑 젖는다 말로써는 고백하지 못하고 속으로 속으로 개켜 둔 부끄럼 물거품처럼 피어올라 주체할 수 없는 눈물로 정처 없이 빗속을 거닌다 심중에 품은 씨앗 틔워 곧추세우자고 한 달음에 넘어온 산등성 얼마나 많은 가슴을 흔들고 입에 재갈을 먹였던가 그림자 하나 얼씬 않는 천 변 가로등 밑 목놓고 앉아 저린 가슴에 작은 불씨 하나 피워 담는다.

1. 오늘의 시 2023.09.05

그러나 이별

그러나 이별 姜 大 實 고독을 위함보다는 저리는 가슴 피가 돌기를 어둠을 사르는 빛살이기보다는 타다 남은 촛도막이라도 되어달라고 애증의 강가를 서성이며 꿈길에서도 한 번 잊지 못한 젊음의 긴긴 기다림의 뒤안길에 못내 갈림길로 들어서 버린 나만이 사랑했던 그대, 영원한 이별이여! 첫눈 소복한 밤거리도 천둥 몰아치는 한바탕 소낙비도 무너진 소망에 해어지는 가슴 감싸안을 수 없어라 핏빛 진한 아픔으로 이제는 망각으로 돌려야 할 시간 사랑도 미움도 십여 년 세월 하루 같은 간절한 기도까지도 사랑했기에 떠나보내야 할 때 결단코 가슴 아파하지 않으련다 서런 눈물도 보이지 않고 찬란히 솟아오른 해를 반기며 야위다 지는 달을 보내며 길섶 모진 풀잎으로 남아 오롯 들꽃의 노래 외쳐 부르며.

1. 오늘의 시 2023.09.05

산의 마음 동냥하란다

산의 마음 동냥하란다 姜 大 實 어쩌다 숨돌릴 틈나면 넌지시 뒷동산이 그리워진다 설레이는 마음 휘청거리는 발길 당도하자 산 문 열고 꺼당긴다 여느 누구 어떤 모습도 안온히 맞았는가 여느 짐 어떤 언사도 낙락히 껴안았는가 뜨끔한 가슴 꿀 먹은 벙어리 되어 청솔가지 밑 허덕이자 솔방울 하나 뚜욱 떨어져 머리를 안기며 산의 마음 동냥하란다.

1. 오늘의 시 2023.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