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그러나 이별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5. 09:32

그러나 이별 

                   姜  大  實 

고독을 위함보다는 
저리는 가슴 피가 돌기를 
어둠을 사르는 빛살이기보다는 
타다 남은 촛도막이라도 되어달라고 

애증의 강가를 서성이며 
꿈길에서도 한 번 잊지 못한 
젊음의 긴긴 기다림의 뒤안길에 
못내 갈림길로 들어서 버린 
나만이 사랑했던 그대, 
영원한 이별이여! 

첫눈 소복한 밤거리도 
천둥 몰아치는 한바탕 소낙비도 
무너진 소망에 해어지는 가슴 
감싸안을 수 없어라 

핏빛 진한 아픔으로 
이제는 망각으로 돌려야 할 시간 
사랑도 미움도 십여 년 세월 
하루 같은 간절한 기도까지도 
사랑했기에 떠나보내야 할 때 

결단코 가슴 아파하지 않으련다 
서런 눈물도 보이지 않고 
찬란히 솟아오른 해를 반기며 
야위다 지는 달을 보내며 
길섶 모진 풀잎으로 남아 
오롯 들꽃의 노래 외쳐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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