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가을비에 젖어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5. 09:34

가을비에 젖어 
   
                      姜  大  實 

가을비 오는 날은 
오늘같이 지적지적 내리는 밤은 
마음도 흠뻑 젖는다 
말로써는 고백하지 못하고 
속으로 속으로 개켜 둔 부끄럼 
물거품처럼 피어올라 
주체할 수 없는 눈물로 
정처 없이 빗속을 거닌다 
심중에 품은 씨앗 
틔워 곧추세우자고 
한 달음에 넘어온 산등성 
얼마나 많은 가슴을 흔들고 
입에 재갈을 먹였던가 
그림자 하나 얼씬 않는 
천 변 가로등 밑 목놓고 앉아 
저린 가슴에 
작은 불씨 하나 피워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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