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에 젖어
姜 大 實
가을비 오는 날은
오늘같이 지적지적 내리는 밤은
마음도 흠뻑 젖는다
말로써는 고백하지 못하고
속으로 속으로 개켜 둔 부끄럼
물거품처럼 피어올라
주체할 수 없는 눈물로
정처 없이 빗속을 거닌다
심중에 품은 씨앗
틔워 곧추세우자고
한 달음에 넘어온 산등성
얼마나 많은 가슴을 흔들고
입에 재갈을 먹였던가
그림자 하나 얼씬 않는
천 변 가로등 밑 목놓고 앉아
저린 가슴에
작은 불씨 하나 피워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