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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詩人으로의 길

시인詩人으로의 길 쫓기듯 살아온 탓인가 깊은 늪에 빠져 어느 것 하나 뚜렷한 족적 없이 황혼녘을 방황함은 그래도 시가 있기에 작은 것으로부터 나를 찾아 감싸 안으리 시를 사랑하기에 내면을 숨김없이 드러내리 정감 넘치는 마음으로 노래하고 아름다움 꽃 피우리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앉아 맘에 드는 시 한 편 건질 그날까지 후회없이 이 길 가리.

1. 오늘의 시 2023.09.02

팍상한 계곡에서

팍상한 계곡에서 태초의 숨결 오롯한 수십 수백길 깎아 세운 좌우 절벽 하늘 얹혀 있고 손 내밀면 잡힐 듯 계곡물이 갈라놓아 바라만 본 긴긴 세월 선 채로 굳은 바위 청태 향기 그리움 타는 가슴 주고 받는 숨결일레 이방인 태운 카누 물길 따라 밀고 끌며 바위도 넘어가면 발원지 수직으로 꽂힌 폭포수 세상의 번뇌 다 녹아 또 다른 세계 라구나의 하늘 동그란 얼굴 내밀고 이방인을 맞아 웃는다.

1. 오늘의 시 2023.09.02

또 다른 별리

또 다른 별리/월정 강대실  네 형 때는 어머니랑 열차로 올라가연병장에 대열로 세워 놓고 돌아섰어도이렇듯 애틋함 몰랐었다난생처음인 별리 아픔 같은 건 모른 척너는 쫓기는 짐승, 혼자 역사로 줄달음쳤지연신 죄어 오는 입소 시각, 초조로운 마음돌린 전화는 착신 중지 안내음 뿐이었다퇴근길 맞댄 가슴 몇이 군 생활을 곱씹으며위로주에 가라앉은 마음도 잠깐터벅터벅 샛골목 야음 밟아 마주한 가족얼굴에 겹겹한 그늘 숲속보다 무거웠다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는 네 어머니두 아들 애지중지 길러 조국을 품게 했으니이보다 더 장한 일이 있겠냐며 다독였지여하튼, 온갖 풍파에도 일념으로 노 저어이제는 고삐 풀린 약관의 건아, 차차품에서 멀어질진대 마음의 탕개 풀자 했지다들 자리에 들고 홀로 고요로운 뜨락허허로운 천공 잠 못 든..

1. 오늘의 시 2023.09.02

산동네3

도심을 씻고 나와 너른 들판 적시는 강변 아침 해 이 곳 위해 찬란히 솟고 아련한 기적 소리 달로 떠오른다 전망 수려하여 사방에서 찾아 들고 산밭에 감자꽃 만발하여 매미 지독하게 울어대면 들바람 연신 찾아온다 그늘 아래 시나브로 모여들어 장로 푸진 고담에 젖어 계절을 보내고 맞던 노송은 없고 몸살난 부럭집 전봇대에 기대서서 곤한 잠을 품고 있다 솔가지 타는 연기 자욱하던 골목 동네 어귀 차량 내갈긴 매연 칼을 들이댄다.

1. 오늘의 시 2023.09.01

늦은 퇴근길

당신 같은 사람 하나 보았습니다 용봉로 사거리 신호 건너다 질주하는 라이트 선연한 빗줄기 함초롬히 맞으며 한 손으로 세상 가리고 마냥 채머리 떨고 있는 당신 닮은 여자 우연히 보았습니다 이슥한 밤 칭얼대는 신호에 부리나케 길 건너 뒤돌아보면 차량행렬 저 편 신호등 아래 어깨 들먹이고 있는 여자, 그날 밤 퇴근길 가로막고 한없이 울어대는 영락없이 당신 닮은 여자 보았습니다.

1. 오늘의 시 2023.09.01

어청도

어청도於靑島 姜 大 實 군산항 고동 소리 곧추 달려 세 시간 아슴한 물 천지 갈매기도 외로운 데 그 누가 꺾어 띄웠나 봉긋한 꽃 한 송이. 보이는 건 수평선 눈 끌에 검은 점 몇 일엽주도 애달퍼 조우는다 흐르는데 잔물결 연신 몰려와 갯바위를 어르네. 물이 맑아 어청도냐 면경지수 여기롤세 낙조도 타다 말고 등댓불로 반짝이면 이 섬에 살고만 싶네 저 바다에 눕고 싶네.

1. 오늘의 시 2023.09.01

낙엽 인생

낙엽 인생人生                                                  월정 강대실                                             여름이다  했더니 어느새 삭풍 일세청청한 이파리 연기 없이 붉게 타떨어져 쫓기는 서러움이내 가슴 파고든다. 산정 향해 오른 길 어느새 하산 일세오르면 내려야 온당한 인간산데 세월 강 허무타 말자인생은 낙엽 이리.(초2-863)

1. 오늘의 시 2023.09.01

소안도 뱃길

소안도 뱃길/ 월정 강대실  뭍과 긴 입맞춤 끝내고이별의 저린 고함소리 토해내며꼬리 접고 돌아선다외로운 질주는 부두가 아련하고섬 사이에 물방울 주단 깔더니어느새 뱃길은 낭만이 넘실댄다삼삼오오 헤헤대며고스톱 신나게 두들기는 이들신문지에 순대 안주 벌려놓고정 남실 부어 돌리는 이들수평선 너머서 건져 올린 꿈한 구덕 짊어진 연인들 넘치는 수다훼리호 뱃마루는수국의 해방 공원이 된다. 초2-862.

1. 오늘의 시 2023.09.01

소박한 행복

소박한 행복/월정 강대실 귀가 순해지고서야 어렵사리 아귀지옥에서 발을 빼고 훌쩍 키를 높인 청대 연신 구름 비질하는 무욕의 하늘 아래 묵은 짐 풀었지요 詩 향에 生을 대끼며, 틈틈이 햇귀 앞서 밭에 나가 흙내 마시며 풀과 가뭄, 벌레 새 짐승과 씨름하여 몸에 좋은 먹거리 가꾸지요 자라고 열리고 밑이 든 대로 거두어 자랑스레 형제 자식들 챙기고 정분 깊은 이웃이랑 나누지요 윗목 한구석 콩이며 참깨 자루 오막조막 널린 잡곡 보퉁이 바라보면 추수한 나락 가마니 차곡차곡 쟁여진 아버지 가을 토방같이 부자 아니어도 든든해지는 마음 주머니 소박한 행복에 겨워 살지요 (4-41.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3.09.01

가을 아침 일기

가을 아침 일기/ 월정 강대실  성큼성큼 걸어초초한 군상들 틈 비집고 서자뉘댁이시냐며돌개바람 시설궂게 달려든다어느새 가로수로 몰려가더니냅다 가지를 흔들어나뭇잎 우수수 쏟아져 뒹굴고선뜩선뜩 가을비 내린다부리나케 우산을 받쳐 들자샛노란 이파리 하나 또르르 달려와이지렁스레 발등에 날름 올라앉아눈빛을 마주하더니 추워지는 날씨에내 머무를 마땅한 곳 어디냐며들릴락말락 엉두덜엉두덜한다구름 덮인 하늘 훔쳐보며얼른 버스에 올라선다. 제1시집/1-69

1. 오늘의 시 2023.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