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 일기/ 월정 강대실
성큼성큼 걸어
초초한 군상들 틈 비집고 서자
뉘댁이시냐며
돌개바람 시설궂게 달려든다
어느새 가로수로 몰려가더니
냅다 가지를 흔들어
나뭇잎 우수수 쏟아져 뒹굴고
선뜩선뜩 가을비 내린다
부리나케 우산을 받쳐 들자
샛노란 이파리 하나 또르르 달려와
이지렁스레 발등에 날름 올라앉아
눈빛을 마주하더니 추워지는 날씨에
내 머무를 마땅한 곳 어디냐며
들릴락말락 엉두덜엉두덜한다
구름 덮인 하늘 훔쳐보며
얼른 버스에 올라선다.
제1시집/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