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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맞추기

간 맞추기 월정 강대실 씽긋이 아침상을 차리는 아내 어떤가 보란다 된장찌개, 맛들었는지 이제 짐작으로 해도 간이 맞는다고 으응, 자알 …… 맛있어요! 이력이 붙은 게지 내 입에 꼭 맞는 국물 한 그릇 상에 올리기 위해 근 반백년 정성을 다해 간을 맞춰 온 묵은지처럼 속이 깊은 아내 생각하다 얼토당토않는 생각 좇아가다 어느 누구나 구미가 쏘옥 당기는 시 한 편 짓지 못한 나를 생각하다 돌연, 천 길 허궁다리 앞에 선듯 눈앞이 캄캄하고 입안이 쓰거워져 미안한 마음 한 술 뜬 수저 넌지시 내려놓고 한무릎 물러앉아 벽을 업는다.

1. 오늘의 시 2023.06.18

간맞추기

간 맞추기 / 월정 강대실 씽긋이 아침상을 차리는 아내 어떤가 보란다 된장찌개, 맛들었는지 이제 짐작으로 해도 간이 맞는다고 으응, 자알 …… 맛있어요! 이력이 붙은 게지 내 입에 꼭 맞는 국물 한 그릇 상에 올리기 위해 근 반백년 정성을 다해 간을 맞춰 온 묵은지처럼 속이 깊은 아내 생각하다 얼토당토않는 생각 좇아가다 어느 누구나 구미가 쏘옥 당기는 시 한 편 짓지 못한 나를 생각하다 돌연, 천 길 허궁다리 앞에 선듯 눈앞이 캄캄하고 입안이 쓰거워져 미안한 마음 한 술 뜬 수저 넌지시 내려놓고 한무릎 물러앉아 벽을 업는다.

1. 오늘의 시 2023.06.18

큰누님

큰누님/ 월정 강대실  도배지 무늬처럼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 문갑 속 고이 모신 족보 배견하다 밀쳐놓고옆의 아버지 제적등본 찬찬히 살핀다 남매간 일면식도 없이 한 뼘 흰 집에 갖혀서도세월의 깊이보다 더 애틋이  여섯 살 위 양순이 누님 마음을 틀어쥔다예쁜 딸 봤다고, 세간 밑천이라고얼마나 기분이 훨훨 날 것 같았을까 아버지아뿔싸!, 이 무슨 우환덩어리 인가!갓 세 살 뾰조롬한 떡잎젖배 곯았을까? 돌림병 맞았을까?아님, 전생의 업 다 못 벗어 세상이 버렸을까? 천국의 두 분께는 입도 뻥긋 못하고맏형 한 점 기억 없다 하고……어디메 꽃밭에 옹그리고 있는지백화 만발했을 양순이 큰누님생때같은 자식 가슴에 묻고 사시다끝내 불덩이로 품고 가셨을 우리 부모님‘어머님 아버님!, 소녀 불효자 양순이 이옵니다’진작에 찾아..

1. 오늘의 시 2023.06.09

큰누님

큰누님 / 月靜 강대실 도배지 무늬처럼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 문갑 속 고이 모신 족보 배견하다 밀쳐놓고 옆의 아버지 제적등본 찬찬히 살핀다 남매간 일면식도 없이 한 뼘 흰 집에 갖혀서도 세월의 깊이보다 더 애틋이 여섯 살 위 양순이 누님 마음을 틀어쥔다 예쁜 딸 봤다고, 세간 밑천이라고 얼마나 기분이 훨훨 날 것 같았을까 아버지 아뿔싸!, 이 무슨 우환덩어리 인가! 갓 세 살 뾰조롬한 떡잎 젖배 곯았을까? 돌림병 맞았을까? 아님, 전생의 업 다 못 벗어 세상이 버렸을까? 천국의 두 분께는 입도 뻥긋 못하고 맏형 한 점 기억 없다 하고…… 어디메 꽃밭에 옹그리고 있는지 백화 만발했을 양순이 큰누님 생때같은 자식 가슴에 묻고 사시다 끝내 불덩이로 품고 가셨을 우리 부모님 ‘어머님 아버님!, 소녀 불효자 양순..

1. 오늘의 시 2023.06.03

어머니의 호미

어머니의 호미 / 월정 강대실 물외꽃 흐드러지면 쌀보리 먹감 익는 서릿가을에는 고구마 거두어 반배기에 출출한 새끼들 뱃구레 채우게 한 큰밭 쟁기질하다 김매다가 눈에 채이어 시나브로 골라낸 돌멩이 오종종히 웅크리고 앉아 조는 밭귀퉁이 시들말라 바스러진 환삼덩굴 밑에 봉선화 꽃물 같은 그리움 벌겋게 절은 어머니의 자루 없는 닳고 삭은 호미, 허기 때운 둥 만 둥 손 꼭 잡고 동동걸음을 쳐 앞들 뒷밭 그 많은 밭뙈기 김매 가꾸며 한 많은 세월 물동이같이 서러운 눈물 함께 훔쳤을 굽은 허리 엎디어 세월 반추하다 잃은 살붙이를 만난 듯 쏘옥 내민 낫등 따라 나오는 어머니 밤마다 그려 보는 얼굴. 어머니의 호미

1. 오늘의 시 2023.05.29

큰댁 형수

큰댁 형수/월정 강대실 안 잊고 꼭 쌍태리 찾습니다 큰댁 형수가 동구 앞 벅수처럼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리십니다 해와 별 갈마들어 이고 지고 한세상 밭고랑창 묻히다시피 사시다 이제는 허위허위 녹두밭 윗머리에 다다른 앞 고샅 돌멩이 뒹구는 소리에 애고고!, 고무래처럼 휜 허리 일으켜 뒤뚱뒤뚱 사립까지 걸어 나오시는 아재요!, 나는 아주 잊어버린 줄 알았어 두 손 덥석 받아 쥐고 한사코 안으로만 들자 하십니다 마주 앉으면 그새 더 왜소해진 데다 여기저기에 거뭇거뭇 피어난 저승꽃 가슴이 아르르 저며 옵니다.

1. 오늘의 시 2023.05.28

그날 밤의 총성

1. 주최: 광주문인협회 즉석 시낭송회 용 문집 "천년의 혼 ! 무등에서 백두까지"발간 및 즉석 시낭송회 2. 일시: 2023. 5. 20. 14:00~ 3. 장소: 국립 5.18 묘역 4. 제목 : 그날 밤의 총성 그날 밤의 총성 타-앙! 탕, 타-앙! 한밤중 우리 아들은 누굴 위해 총을 쏘았나? 다시 오월이 와도 풀리지 않은 그날 밤 총성. 큰일 났다고, 시내가 온통 핏빛이라고 고객들 쌍심지선 전언에 서둘러 업무를 끝낸다. 난세엔 현찰이 있어야 한다며, 전무님 나누어 준 돈다발 받아 쥐고 달려 대인동 터미널 담양행 막차에 간신히 오른다. 암굴 속 붙박여 길어만 지는 나날 전화도 차도 다 끊긴 고립무원의 섬 광주땅 방송은 폭도들 난동이라 생거짓 나발 불고 갈수록 가슴 찔리는 방관자의 심정. 통사정하여 ..

그날 밤의 총성

그날 밤의 총성/ 월정 강대실                            타-앙! 탕 타-앙!한밤중 우리 아들들 누가 명령해 총 쏘았나?오월이 다시 와도 풀리지 않은 그날 밤 총성.뜬금없는 가불금 받아 쥐고 골목길로 달려대인동 시외 터미널 막 발차한 담양행 막차출구에서 붙들어 타고 간신히 퇴근 했으나암굴 속 붙박인 오월의 해는 길기만 하다통신도 교통도 다 끊긴 고립무원의 섬 광주 땅 방송은 폭도들 난동이라 생거짓나발 불고자고새면 방관자, 점점 아프게 찔리는 양심사정사정해 웃돈 얹어 주고 대절한 택시교도소 앞 고개 못 넘는다며 차를 돌려 세운다  저리는 오금 뒤뚱뒤뚱 고개 너머 홉뜬 눈으로 꼬나본 총검 빠끔히 터 준 길 꿰어  솟구치는 분노의 걸음 도청 앞에 당도한다인해를 이루어 목 놓아 사자후 토하..

1. 오늘의 시 2023.05.19

광주학살을 알아방이다

광주학살※을 알아방이다※                                                       월정 강대실  시내 공기가 양끝 맞당기는 고무줄, 팽팽하다탁자 위에서 굴러 떨어진 유리잔처럼기어코 결딴이 날 조짐이다 직원들 이른 점심을 깨작거리다 말고허기진 곰에 쫓기듯 설레발로 돈 찾으러 온 고객들질어진 입이 시퍼런 육두문자 쏟는다 국민이 나라 지키자고 세금을 내 산 총칼미친 공수부대가 무단으로 들고나와 설친다고적을 모르고 총부리 거꾸로 들이대 국민을 무참히 죽인다고, 6·25보다 무섭다고… 전무님 어디론지 길게 통화를 끝내더니 업무 단축 지시로 셔터가 내려지고드리워지는 검은 커튼, 서둘러 일일 결산 마친다 서울로 실려 가는 황우 눈망울을 하고 회장에 다붙여 앉은 직원들 가운데로금..

1. 오늘의 시 2023.05.17

하늘 맑은 봄날

하늘 맑은 봄날                                 월정 강대실                                 눈보라 속 가슴 열더니마디마디 주렁주렁 청매실 매단매화나무 옆에 가기낯부끄러워라풀숲에서 새순 돋더니가지가지 다닥다닥 감꽃 피운감나무 그늘 밑 들기낯 뜨거워라보고 싶은 우리 님 서둘러 가시고는 소식 없는데올해도 한가득 차리는 맞이 상이내 가슴 아려라. 초2-887

1. 오늘의 시 2023.05.16

국수

국수 국수/ 월정 강 대 실 담양 땅 찾아갈 때는 관방제 초입 초사막 국수거리 들러 멸치국수 한 대접 하고 간다 기다라니 늘어선 느티나무 가지 아래 머리를 맞대어 내놓인 평상 손님들 틈서리 비집고 올라서 한쪽 빈 상머리에 자리 잡고 앉으면 국수 한 그릇 꼬옥 먹고 잡더라만, 문 앞에까지 갔다가는 그냥... 이십 리 자갈길 포도시 걸어왔다 하시며 허리춤에 묻어 온 박하사탕 가댁질 치다 우르르 달려드는 자식들 입 속에 물리시던 어머니 백지장같이 창백한 얼굴 흔흔한 미소 뒤에 갈앉힌 허기 원추리 새순처럼 뾰조롬 솟아올라 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배고픔 대신 채우고 간다.

1. 오늘의 시 2023.05.12

회초리

1. 발표 문예지 : 광주매일신문 문학마당 2. 발행 일자: 2023년 5월 8일 3. 작품 회초리/ 강대실 여명 첫 자락 잡고 동산에 오른다 동천東天 해맑은 강물에 뽑아도 뽑아도 잡풀 나는 마음 씻고 산기에 큰 바위 품고 내려오는 길 번쩍 아버지 말씀 머릿속 떠올라 회초리 꺾어 든다 귓불에 솜털 보송한 두 녀석 요량 없이 잡답에 끌고 나와서는 허겁지겁 가파른 고빗길 넘다 돌아보니 언제고 되새길 수 있는 한마디 가을 나이토록 심어 주지 못 했으니 어이 두고두고 낯 떳떳하달 수 있으랴 회초리 잘 보이는 데 걸어 놓고 들면날면 바라보며 가슴속 넣고 살다 어둠 그림자에 발 닿은 성싶으면 스스로 빨리 꺼내어서 제 종아리 찰싹찰싹 내려치게 하리라. ] [문학마당]회초리 / 시 - 강대실 2023. 05.08(월)..

어머니

어머니1/ 월정 강대실 저승 하늘 하도 멀어 들리지 않음이요 어머니, 보고 싶소! 되뇌어도 오오-냐, 오냐! 금시라도 반가이 오실 어머니 모습 이 밤에도 애타게 그리운 얼굴 오롯이 간직한 채 지새웁니다. 어머니2/ 월정 강대실 무서리 북풍한설 한恨 길어 녹이셨지요 봄바람 꽃 소식 얼비치는데 심연深淵 끌어안고 노을빛 따라 가셨지요. 어머니3 / 월정 강대실 보고파 어이 살까요 하늘 좋아 하늘로 가 달이 된 당신 깊은 밤 구름 틈새 찾아 헤매다 아픔으로 피어오르는 아릿한 모습 별밭에 그려보는 그리운 얼굴 세상 끝까지 애닯게 불러댑니다 어머니 당신의 이름.

1. 오늘의 시 2023.05.08

사모곡2

사모곡2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사모곡思母曲2/ 월정 강대실                                    천수 야박하여 백방으로  내로라하는 명의 찾았지만 용한 의사 못 만나고  갖은 첩약에 단방약 다 썼으나 약발 못 받아  끝내 예순일곱에 귀한 명줄 내려놓으신 어머니   만가 소리 구슬픈 꽃가마 타고 황망히 이승의 강 건너시더니 꼭 한 번만이라도 뵙옵기 학수고대해도 왠지, 이때까지 만날 길 없고 내 안에만 계셔 해마다 백화 흐드러지는 오월 이맘때가 되면 앙가슴 저미는 그리움 도집니다 한 생 터벅거리며 살아왔다고 저승걸음이 이리 진땀이냐는 서글픈 눈빛, 애원하는 자식들 둘러보시고는 스르르 눈 감고 된 숨 몰..

1. 오늘의 시 2023.05.06

내 안의 아버지

내 안의 아버지/ 월정 강대실 우리 아버지,십 남매 중 다섯째로 날 보셨다밥상머리에서는 다심으로문밖에서는 길라잡이 등불로회중 가운데 당신이 불러 세워지며삼킬 듯한 풍랑에도 선돌처럼 사시다 예순여섯에 이승의 강 건너황망히 내게로 오셨다마음속 외딴 섬 되어 어디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사립 꼭꼭 걸어 잠그시더니노상 자식이 전부라서내 안에 온전히 살아 계시다살아, 세상을 향한 문 지키신다.

1. 오늘의 시 2023.05.06

낙화를 꿈구다

낙화를 꿈꾸다 / 월정 강 대 실 지명이 되면 돈 버는 일손 거두고 비단옷 못 입었어도 고향 깊숙이 들어가 호수가 잘 보이는 산코숭이 양지 녘 봄이면 까투리 새끼 치고 푸두둥 날아오르고 밤에는 뻐꾸기 뒷산 지켜 주는 데다 명매기집 같은 토막이라도 하나 마련하여 한적히 살기로 맘먹었지요 집 앞 길 마당에 두어 뙈기 텃밭 가꾸고 가축도 얼굴별로 몇 마리씩 치며 틈틈이 물 가양에 나란히 나앉아 못다 본 책 보고 시도 짓고 살자고 당신과도 찰떡같이 약속했지요 허나, 낯바닥이 땅 두께 같은 욕심이 도져 눈귀 막고 입 다물고 오 년만 더 벌어 아무짝에도 철딱서니 없는 새끼들 제냥으로 숟가락 들게 하자고 내게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터에 옷 벗을 연령까지 따라 늦춰졌으니 떡 본 도깨비처럼 좋아 날뛸 일이요만..

1. 오늘의 시 2023.04.30

애기똥풀

애기똥풀/ 월정 강대실   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데서순한 미소 지그시 물고 있다가도손대면 애기똥 같은 노오란 핏방울 달고 솔솔 비릿한 구린내 풍기는 눈길 마주치면 길가의 개똥처럼못 본 체 하거나 고개를 외로 틀었지만이 아침에는 여름의 푸르른 창가에어머니 빙긋이 이 자식을 반기신 모습이라 불현듯 생각나는,우리 어머니 온 삭신이 쑤시고 저리면갖은 초근목피랑 푹푹 달여 드시고는거뜬히 운신하여 온 밭 닦달하셨으니 약체에 가시고 삼십 년이 더 넘은 지금에사참 감사하고 구린내가 어머니 냄새로 풍겨 와두고두고 그 은혜 기억하고 싶은 애기똥풀진작, 왜 내가  몰랐을까! (4-81.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3.04.30

민들레꽃

민들레꽃4/ 월정 강대실  발길 드문 데 찾아 제 발 스스로 묶고 갖은 고난과 역경 일상으로 여기며감사와 염불로만 사는 앉은뱅이꽃. 새해 첫머리 꽃샘바람 고집스레 불어쳐도  천지 만물의 넘치는 새 소망 발원하며봄의 길목에 샛노란 꽃등 보시하는 남의 꽃자리 넘어다보는 일 없이  날개는 접어 땅바닥에 납작 몸 낮추고 땅속 깊숙이 생명줄을 다지는 민초 땅기운 공덕으로 받아 연신 피어낸 별꽃꽃대 높이 받쳐 올려 기도하다이유 없는 밟힘도 업고로 믿고 합장하는 어느 결 여물인 호호백발 두상 위 씨알바람의 날개 기다려 홀홀 떨쳐 보내고일체 만물이 다 공덕임을 실천하는.   한생이 깨달음의 향기 농농한 법문보면 볼수록 영락없는 보살올봄도 광명 바라 묵언 수행 중이다.초2-830/2023. 3. 29.

1. 오늘의 시 2023.04.22

꽃잎 지것다

꽃잎 지것다/ 월정 강대실   엊그제 봄비에 벙긋벙긋 꽃숭어리 비바람 치면 어떡하나아깝게도 꽃잎 지것다 바람길 심등 켜고 기다렸다고꽃그늘 꽃자리에 앉아 눈도 맞추고한 마리 꽃나비가 되고 싶은데 안간힘을 써 예쁘게 피운 꽃오늘밤은 바람비 내리친단 예보인데꽃잎 하염없이 지것다 마음의 탕개를 조인 봄의 역사가일순의 비바람에 오고 간다고생의 여정도 같다 일러 주려는 듯. 초2-829

1. 오늘의 시 2023.04.19

꽃 냄새

꽃 냄새 /월정 강대실 발 붙일 자리 잡고 그 자리 끝까지 지켜 살기가 산이 강 건너기같이 쉽지 않은 세상. 남의 꽃자리 함부로 넘보지 말라는 꽃의 향기로운 계명, 지난 봄 매화꽃 핀 마디에 올해도 매화꽃 핀다 사방 천지 개나리꽃 진 가지에 올봄에도 개나리꽃 흐무러진다. 마음의 고삐 틀어쥐고 한평생, 탯줄 묻힌 땅 지키고 사는 은안 춘삼이 처외삼촌 내외 몸에서 풀풀 꽃 냄새 난다.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3.04.15

화무십일홍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 월정 강대실 생사의 벼랑 끝 톺아 올라 바람의 독경 소리에 좌선으로 어기찬 생을 이어 온 너, 벚나무 봄볕 호듯호듯 내려쪼이는 가지 꽃 꿈을 눈 띄운 빈자리에 긴긴 기다림이 흐드러지게 피운 꽃 오늘은 선문답이라도 하듯 허공에 난분분 난분분 꽃보라 날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말하는데 여태 실오리 만 한 마음 한 가닥 내려놓지 못하고 꽃비에 취해 마냥 호사를 누리는 이 무지함.

1. 오늘의 시 2023.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