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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자화상 / 월정 강대실 어려서 나는 허기가 지면 울 밖 넘봤다열두 가족 구식 위해 이슬을 쓰는 아버지 거짓 모른 논밭 귀퉁이 쫓아다니며 땅 벌이 만이 배를 불린 줄 알았다자라며 나는 자취방 5촉 알등과 맞붙었다생금밭에서 캐낸 장학금 토장국 끓이면날마다 부모님 말씀의 회초리 반추하다씨암탉이 알 품듯 사도의 길 새겼다결국 나는 아버지 날벼락에 변놀이꾼 되었다한몫 쥘 욕심에 넓은 책상머리에 앉아 오만 군데 별별 사람들과 고락을 나누다 비록 가난하게 살 지라도, 세상에 가슴 따스운 사람으로 꼿꼿이 서고 싶었다어느덧, 청청 세월 해질녘 어정거리고 달려온 산굽이 길 돌아다보면 왠지 눈에 아버지 근엄한 자태만 들어온다올곧게 살고자 발버둥치신 그 모습 눈에 선하다.3-60.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3.01.05

자작골 편지

자작골 편지/ 월정 강대실 여보게, 친구! 올 겨울 사온일 빠끔히 길 열리면 벼슬재 너머 추월산 뒤켠 두어 마장께 자작골 내 우거 한 번 찾아 주시게, 꼬옥 견양동 들머리 아랫목 새끼줄 같은 오솔길 호젓이 타고 들다 폴짝 자작자작한 개울 건너뛰면 이마 앞 양지받이에 초막간, 우글우글 검은 옷 입은 내 새끼들 되새기다 귀를 쫑긋 반겨 맞을 걸세 우선, 따끈한 대추차로 언 몸 녹이고 해전에 뒷등 생솔가지 한 짐 쿡쿡 찍어다 뒷바람 내는 연기 눈물 훔쳐 가며 군불 빵빵히 한 부석 넣세 지글지글 온 방 끓어오르면 세상사 댓돌 아래 내려놓고 머루 다래주에 밤 고구마 화롯불에 묻으며 닭서리 곰 사냥 물귀신 될 뻔한 일이랑 지새워, 밀쳐둔 얘기 보따리 풀세 한번. 자작골 편지(시화용16행) 여보게, 친구! 올 겨울 ..

1. 오늘의 시 2023.01.05

송강정松江亭*에서

송강정松江亭*에서 월정 강대실 송림 속 가파른 돌계단 시인의 향기 쫓아 한 단 한 단 밟아 오르니 누마루 독차지하고 앉은 노송 긴 그림자 길손 반겨 옆자리 내주고 증암천 백사장 에두른 질펀한 창평 들판 황금물결 일렁이어 오면 반짝이는 청댓잎, 연신 임을 연모하는 여인의 노래 애절히 읊조리는데 저만치 가년스런 산죽 쥔 양반 오실 날만 줄줄이 기다려 서 있다. *송강정松江亭: 전라남도 기념물 제1호. 조선 선조 1584년 동인의 탄핵을 받고 벼슬에서 물러난 대사헌 송강 정철은 창평으로 내려와 죽록정 초막에 은거하며 우의정이 되기 전 4년간 사미인곡, 속미인곡을 지었으며, 지금의 정자는 후손 이 1770년 세운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송강정이라 이름 지었다. 정면에는 송강정, 측면에는 죽록정..

1. 오늘의 시 2023.01.05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 월정 강대실 생사의 벼랑 끝 톺아 올라 바람의 독경 소리에 좌선으로 어기찬 생을 이어 온 너, 벚나무 봄볕 호듯호듯 내려쪼이는 가지 꽃 꿈을 눈 띄운 빈자리에 긴긴 기다림이 흐드러지게 피운 꽃 오늘은 선문답이라도 하듯 허공에 난분분 난분분 꽃보라 날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말하는데 여태 실오리 만 한 마음 한 가닥 내려놓지 못하고 꽃비에 취해 마냥 호사를 누리는 이 무지함.

1. 오늘의 시 2023.01.04

내 앞 상서

내 앞 상서 / 月靜 강대실 아버지, 휜 허리 곧추세우며 발 받쳐 주셔 가까스로 면무식했지요. 서릿발 일갈에 쫓겨 들어선 길 때론, 원망의 뉘 눈 떴으나 삼십여 년 붙박이별 마음 붙안고 변리 장수로 처자들 근근이 구입하다 망망대해에 닻 내렸습니다 덥석 이제, 내 안 번듯한 길보다는 부나방 날개 앞 호롱불 마음 다잡으며 풀 나고 돌멩이 궁굴고 순수가 꽃물처럼 찬란한 샛길로 에돌랍니다 소도 개도 닭도 만나서 유정하고 日月을 거머쥔 갑부로, 혼자 푸른 향리의 당산나무같이 살랍니다 그리고, 좋은 글 하나 꼭 써 착하게 살아도 눈먼 복록에 설운 이들 가슴굽 한기 녹여 주는 질화로 속 잿불이라도 되게 할랍니다.

1. 오늘의 시 2023.01.04

용면골 노래/용면 애향지

1. 발행처: 용면애향지 발간위원회 2. 발행: 2009. 2. 용면골 노래 백두대간이 점지하여 지경으로 세운 노령 자락에 추월 산성 오장산 영봉 더 높다. 원혼도 길을 잃은 심곡에서 사시장철 솟구치는 신수 오백리 영산강 시원 되어 담양호에 짙푸르고 청태 엉긴 전설 석간수로 흘러 뒷밭 앞들 홍건히 적시고 용천의 물길 내고 지즐이니 남도땅 생명수로다 수려한 산수 忠孝로 열린 하늘 자자손손 더불어 살아 가슴속 넘실이는 낙원은 선조님 정한과 풍류 지천이고 고운 바람 넉넉한 볕살은 철철이 화들짝 꽃 벙글이어 三白 三 紅 토종꿀이 일품이니 어이 자랑이 아닐손가 산사의 목우 소리 여명을 일깨우면 글 읽는 소리 쟁기질 망치 소리 우리의 꿈 알알이 영글어 간다 참대갈이 오순도순 나눔과 배풂의 깃발 높이 높이 들고 앞에..

새해기도-교보생명

1. 발행처: 교보생명 주식회사 월간 베스트 파트너 1월호 베스트 라이프 파트너 2. 발행일: 2003. 01. 새해 기도 /월정 강 대 실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바위 하나 품게 하소서, 모진 세파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다소곳이 살게 하소서 ​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다순 눈 뜨게 하소서, 그릇 된 편견 떨쳐 버리고 속내 읽고 다독여 살게 하소서 ​ ​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호수로 채워 주소서, 굴욕과 가위눌림 안으로 삭여 화평과 평안 안고 살게 하소서 ​ ​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촛불 하나 켜게 하소서, 질투와 외면의 빗장 살라버리고 축복을 기도하며 살게 하소서 ​ ​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등불 하나 밝혀 주소서, 음울의 터널 허위허위 뚫고 광명과 진리 좇아 살게 하소서. ​..

담양신협 20년사 축시

1. 발행처: 담양신용협동조합 20년사 편찬위원회 2. 발행일: 1997년 12월 30일 당간높이 들어 휘날리자 - 담양신협 20년사 발간에 부침 - 노령이 예정하여 추월 · 산성 · 병풍 · 불대 ...... 천년 가경의 자락 열고 가마골 용소 신수의 생약수 용 · 담양 · 백진천으로 흘러 오백리 굽이굽이 남도 땅 생명수 되었어라. 풍부한 자원에 충 · 효 · 예로 하늘 열어 모듬살이로 대대손손 이어사는 추성의 옛터 선현들 정한과 풍류 지천의 정자에 스며 있고 골골의 수죽으로 빚은 낙죽 · 채상 · 참빛 · 바구니...... 장인의 재주로 질펀한 고을 약속의 땅 갈고 살아 두레와 품앗이로 협동의 지혜 터득하였어라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안인은 일인을 위하여- 사회의 등불로 밝히고 더불어 잘살기 위한 ..

광주문학

1. 발표 문예지 : 광주문학 105호 2022 겨울 2. 발행 일자: 2022년 12월 30일 발행 나눔의 행복 반백 년 부초같이 흐느적거렸던 불초 향촌 아래뜸에 구년묵이 세간 부쳐 놓고 속죄의 삽질로 묵은밭 일으켜 심었지요 감 대추랑 배 매실 사과...... 빼곡히 몸에 안 배어 가다가는 각다분하기도 하고 종심의 여기저기에 적신호 욱신욱신해도 신 새벽 흙내 맡으면 불끈 힘이 넘치는 오뚝이 하루가 멀다고 발자국 소리 내지요 감나무 시득부득 노름한 꽃 진 자리에 가지가 휘도록 주먹감 흔전만전 매달고 갈바람에 취해 단맛 빨갛게 들이지요 맏물은 원매 기다린 지인들게 보내고 원근처 사양지심의 정인들 챙기고 나면 내 차지는 이내 비뚤고 새들이 쪼아 댄 거에다 더 못 나누어 섭섭한 이웃들이지요 하지만, 유년 적 ..

서은문학

1. 발표 문예지 : 서은문학 2022 / 통권 제8호 2. 발행 일자: 2022년 12월 8일 추억의 도양읍 정리 언제부턴가 눈도 입도 그저 그만일 테니 꼭 한 번 짬을 내라 했어도 황막한 벌판길 가물거리는 횃불잡이 등 뒤 로 쏟아지는 뭇 시선 따가워 달 걸러서 어깨를 겯던 벗들 벼르다말고 간만에 무릎 맞댄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에 겨워 물오리 둠벙을 보면 떼거리로 모여 걸쭉히 한마당 벌이듯 짐짓 상기된 표정 그럴싸해 마당에 시퍼런 바닷물 들락이는 횟집 가려 잡고 펄펄하고 큼직한 생선 몇 마리 회 친다. 그들먹한 회접시 금세 이마를 맞댄 교자상 가운데 대감 처럼 좌정하고 맞앉아 권커니 잣거니 연신 오가는 잔에 천년의아침 고꾸라져 토를 해 대니 빈병 가뜬한 마음은 벗 들 감흥을 불러 맘속 ..

엮임에 대하여

엮임에 대하여 / 월정 강대실 법성포에서 천혜의 풍광에 몸값이 금 되는 줄줄이 엮인 굴비두름 본다, 어디 엮이는 게 굴비뿐이랴? 부모 자식 부부로, 친구 동료 이웃……으로 우리는 겹겹이 엮이어 산다. 그러나, 요즘 TV에 돈에 눈먼 사람들이 세상살이 不知不識 간 넓어진 보폭만큼이나 오랏줄에 굴비처럼 엮이어 닭장차 오르는 추태 수없이 본다. 칼자루 쥔 의자 올라앉을수록 한밑천 단단히 잡을 호기라도 만난 듯 돈독에 한없이 얼이 나가 팔고리 동아줄에 꽁꽁 엮이어 권위와 인품에 먹칠 하고 인생 종지부 찍는다. 종당에는 빈손으로 칠성판에 엮이어 무덤으로 가는데

1. 오늘의 시 2022.12.31

골목길 노인장

골목길 노인장/ 월정 강대실 도시 변방 어둑한 주택가 길모퉁이 웅크린 기와집 샛문 설주에 형틀 같은 작은 의자 하나 달렸다 오늘도 문안 든 불빛 몇 가닥 함께 앉아 한 노인장 빈손 수행하시는 중이다, 더는 못 보게 징벌 받았을까? 그 언젠가는 번쩍 뜰 수 있을까? 처음부터 궁금하고 가여움 가득했던 진흙탕 세상 담벼락 같이 살려다 두 눈 벌거니 뜨고도 허방다리를 짚어 그만, 큰물에 방천 터지듯 무너지고 말았다 틀어박혀 이렁저렁 오만 생각을 다 하다 닳고 터진 맨발 허겁지겁 노인장 찾는다 사람들 맹자 만나 되게 재수 없다고 침 뱉지 않아 감사할 뿐이라며 마음만 잘 먹으면 북두성이 굽어보시니 어여 가 밝은 두 눈 크게 뜨고 이 좋은 세상 온전히 품어라 이르신다. (3-90.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2.12.31

별난 상념

별난 상념 / 月靜 강 대 실 땅 속 중생들 밥이 되겠다고 시간에 야금야금 무너지는 나무토막 하산길 질질 끌어와서일까 경칩을 망각한 개구리 한 마리 번뜩이는 삽날이 겁나 얼떨떨해하는데 다짜고짜 등 떠밀어내서일까 봄의 꽃길에 미세먼지 자욱한 것은 삼동을 함께하자 불러들여 갓 고갯마루 넘은 분화들 파르르 내쫓아 덜덜 떨게 해서일지 몰라 복 들어오라 서둘러 열어 둔 사립 줄줄이 쪽박 차고 드는 길고양이들 물렀거라 내쫓아서일지 몰라. 별난 상념 / 月靜 강 대 실 땅 속 중생들 밥이 되겠다고 시간에 야금야금 무너지는 나무토막 하산길 질질 끌어와서일까 경칩을 망각한 개구리 한 마리 번뜩이는 삽날이 겁나 얼떨떨해하는데 다짜고짜 등 떠밀어내서일까 봄의 꽃길에 미세먼지 자욱한 것은 삼동을 함께하자 불러들여 갓 고갯마루..

1. 오늘의 시 2022.12.31

꽃 냄새

꽃 냄새 /월정 강대실 발 붙일 자리 잡고 그 자리 끝까지 지켜 살기가 산이 강 건너기같이 쉽지 않은 세상. 남의 꽃자리 함부로 넘보지 말라는 꽃의 향기로운 계명, 지난 봄 매화꽃 핀 마디에 올해도 매화꽃 핀다 사방 천지 개나리꽃 진 가지에 올봄에도 개나리꽃 흐무러진다. 마음의 고삐 틀어쥐고 한평생, 탯줄 묻힌 땅 지키고 사는 은안 춘삼이 처외삼촌 내외 몸에서 풀풀 꽃 냄새 난다.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2.12.28

흙내 맡고 싶었다

흙내 맡고 싶었다 / 월정 강대실 잃어버린 흙내 맡고 싶었다. 대처 생활 마음에 격이 생겨 눈에 모를 세우다가도 옆이라도 보면 한정 없는 부끄럼 떨칠 수 없어 비루해진 이 몸 끌고 쌍태리* 큰밭으로 간다. 흙의 숨결에 마음 다잡으며 후줄근히 땀에 젖어 삽질한다 감나무 밑에서 쉬기도 하며 나를 생각해 본다 그럴 때면 흙은 긴말할 것 없다는 듯 넌지시 土龍을 내보이기도 한다. 잡풀이며 가시나무 같은 것들에게도 어미 닭처럼 품을 내준다는 듯 뒷발치께로 눈길 이끈다 어느새 몸에 향긋한 흙내 스민다. * 쌍태리: 필자의 고향마을 (담양군 용면에 있음)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2.12.28

새해 기도

새해 기도 /월정 강 대 실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바위 하나 품게 하소서, 모진 세파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다소곳이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다순 눈 뜨게 하소서, 그릇 된 편견 떨쳐 버리고 속내 읽고 다독여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호수로 채워 주소서, 굴욕과 가위눌림 안으로 삭여 화평과 평안 안고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촛불 하나 켜게 하소서, 질투와 외면의 빗장 살라버리고 축복을 기도하며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등불 하나 밝혀 주소서, 음울의 터널 허위허위 뚫고 광명과 진리 좇아 살게 하소서. 새해 기도 /월정 강 대 실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바위 하나 품게 하소서, 모진 세파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다소곳이 살게 하소..

1. 오늘의 시 2022.12.26

제야의 세목洗沐

제야의 세목洗沐/月靜 강대실 묵은 해 꼬리 감추는 섣달그믐 세파에 오염된 영육 씻어낸다 표피에 엉기어 땀의 분비 경멸하는 나태의 각질 벗기고 이해득실 따져 입과 눈귀 속여 대는 구린내 밴 양심 우려내고 고열에 녹이고 땀으로 걸러 세포 사이 증오의 홀씨 녹여낸다 얼굴과 심장의 검은 털 밀고 뇌 속 구태의 녹까지 벗겨낸 뒤 냉수에 헹구고 거울 앞에 서면 생기 넘치는 투명한 영혼 짐 벗은 아침 같은 마음이어라 옷까지 정갈히 갈아입고 나니 심금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 새해 새날이 활짝 열리고 새 부대에 간간한 꿈 장만한다. 제야의 세목洗沐/月靜 강대실 묵은 해 꼬리 감추는 섣달그믐 세파에 오염된 영육 씻어낸다 표피에 엉기어 땀의 분비 경멸하는 나태의 각질 벗기고 이해득실 따져 입과 눈귀 속여 대는 구린내 밴 양심..

1. 오늘의 시 2022.12.26

숲 속을 걸으며

숲 속을 걸으며 / 月靜 강대실 먼발치에서는 나무 외에는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숲 속 등어릴 쓰다듬고 손도 잡고 내 마음과 숨결 첩첩이 불어 넣으며 이리저리 길 내고 걷는다 긴긴 여정 끝, 아득한 침묵의 행자 진대나무에 기대어 숨 돌리면 전율처럼 느껴 오는 숲 마을과 정겨움 서로 손에 손 덧잡고 갈맷빛 소망 하늘 끝 펼치고 있었다 여기저기 둔 빈자리에 뿌리박은 너럭바위 해와 달 들러서 가고 갈 길 잃은 목숨과 지친 나래 감싸 새 힘 받고 마음의 갈피 잡게 하였다 숲 속을 걷고 걸으며, 사람도 한 물 되어 말 섞어 보지 않고는 든 것도 본받을 것도 없다고 지레짐작 말 않기로 했다.

1. 오늘의 시 2022.12.19

무등산 어머니

무등산無等山 ※ 어머니 /월정 강대실   무등산은 우리 어머니 입니다둥지에 알 둔 새 마음 같아 첫새벽에 일어나 부뚜막에 정화수 중발 올려놓고자식들 잘되기만을 눈물로 비손하는. 숯등걸 된 가슴 불쑥 찾으면행여나 하고 눈이 까매지게 내다봤다며 달려나와 두 손 덥석 잡는 어머니같이가슴의 멍울 스러지게 합니다 죽지를 다 못 펴 안달음을 놓으면기회는 준비한 네게 새벽처럼 찾아온다며  다가와 어깨를 토닥이는 어머니같이마음을 차분히 먹게 합니다 갈피를 못 잡고 허둥지둥 일어서면눈앞 샛길로 말고 큰길을 찾아 가야 한다며가슴을 열고 꼬옥 걷어 안는 어머니같이허욕에 들뜨지 않게 합니다 무등산은 오늘도 나처럼 안 살고, 내 자식무등 잘 살게 돌봐 주십사 눈물로 기도하시는 우리 어머니 마음 입니다. ※무등산: 광주광역시와 ..

1. 오늘의 시 2022.12.18

설산雪山

설산雪山/월정 강대실 세밑가지 설한을 뚫고 산문 연다 키 큰 나무들 옷 벗어 어린나무 덮어 주고는 눈 짐을 지고 동안거하는 중이다 네발로 기어가다 유목 내민 손 잡다 산정은 아득한데 숨이 앞장서서 턱에 올라 노송과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숨 고른다 선뜻, 한 번쯤 누군가 흘린 눈물 강에 덤벙 뛰어들어 보듬고 허덕여 봤더냐 선문답이라도 하듯이 던진다 내달아 팔소매를 걷어붙이기보다는 먼눈으로 바라보다 야기죽거리기도 했던 내 반생 스스럼없이 털어놓자 바윗등에서 고개를 삐쭉 엿듣다 같이 갔으면 더 쉽고 멀리 갈 수도 있었다며 귓전에 슬쩍 흘리고 줄행랑친 바람 한 점 후끈 달아오르는 낯짝 입술 감쳐물고 바람 발자국 엉금엉금 쫓으며 내 안의 내 속 깊이 다진다, 나를 죽이라.

1. 오늘의 시 2022.12.18

덤불 속 호박덩이

덤불 속 호박덩이/ 월정 강대실 꽃 피고 새가 우는 춘삼월 묵은 쩍밭 한쪽 귀퉁이 옛 두엄자리에신접살이 차렸던 호박아씨 우거진 찔레나무 환삼덩굴 위를 여름 내내 활개춤에 말만 타다 번지레한 옥동자 하나 안 보여 준다 했는데된서리에 그만 진이 빠져 까발린퍼질러 낳아 여기저기 덤불 속 숨겨 온  용알 같은 누우런 호박 덩이,일찍이 청상 되어 열녀로 산다더니어찌 부음 들었는지 한달음에 달려와 영정 앞 꿇어앉은 열 자식 감쪽같이 숨겨 온  숲정이 소갈머리 없는 당골네같이.초2-781 2019. 11. 15.

1. 오늘의 시 2022.12.14

가을을 두고 간 여자

가을을 두고 간 여자/ 월정 강대실 얼마나 많은 밤을 뒤척였을까 먼 하늘 나의 별 가슴에 얼굴을 묻고 지새워 목쉰 독백 나누었을까 팔려가는 송아지 같은 속울음 소리 차창 밖 가을 산은 알아챘을까 바람은 새살새살 달래 주었을까 하마, 망각의 강 질러 멀리 갔을까 산책길 붉나무 연신 떨구는 잎새 헤며 추억의 향기 헤적이고 있을까 계절이 오고 갈 때면 아리게 떠오르는 가을을 두고 낙엽 따라 간 그 여자 앙가슴에 꺼멓게 멍울지는 그리움.

1. 오늘의 시 2022.12.05

나 홀로 집타령

나 홀로 집타령/월정강대실 사통팔달 도심권 한복판 이층 양옥혹자는 지나다 휙 돌아서서 멀거니 쳐다보는아무래도, 아파트는 닭장 같이만 보여 내로라한 이 권에 선뜻 더 얹어 주고 차지한20여 년을 마당 가득히 햇볕 넘실거려옥작옥작 두 아들 눈 틔우고 짝 맞춰, 스스로밥술 들게 한 보금자리에다 재산 목록 제 일 호허위허위 은행 빚까지 다 털고 나니백마 등에 올라탄 뿌듯함 같은 건 간 데 없고희끗희끗한 쑥대머리에 찌든 궁기뿐언제부턴가 중심권에 냉기 일고, 가족들아파트 노래만 불러 선보이자고 내놓으니분내 풀풀 풍기며 달려든 치맛바람코끼리 다리 쳐다보듯 시르르 둘러보고는막무가내 본전을 갈라 먹자 콧김 튕기고 가네서울 아파트 자고 새면 억 억 억장 무너지고잽싸게 막다른 집 팔고 신 개발지로 간 친구만났다 하면 천 천..

1. 오늘의 시 2022.11.30

알밤을 주워 들고

알밤을 주워 들고 / 월정 강대실 언제 한번 바람 앞잡이라도 되어 사모의 눈길 건네더냐 찬미의 노래 들려준 적 있더냐 농밀한 체취 강바람에 묻어오던 오월 어느 하늘 고운 날 길마당 앞 긴긴 기다림에 지난여름 그 덥디덥던 날 소릇이 마음 기댈 데가 그리워질 땐 가끔씩 팔 밑을 찾았을 뿐인 오늘은 발아래서 한 움큼 토실토실한 가을을 주워 든다 밤새 풀덤불에 살며시 내려놓은 사무치는 하이얀 향이 바람과 햇살 밤이면 별과 달빛까지 아울러서 어느 겨를에 알알이 여물인 가진 건 죄다 떨어 베풀고도 알몸으로 새 꿈의 설한령 넘고자 하는 네 고운 심성의 거울에서 몰골스런 이내 모습을 본다.

1. 오늘의 시 2022.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