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시화.문예지)

서은문학

월정月靜 강대실 2023. 1. 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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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표 문예지 : 서은문학

 2022 / 통권 제8호

 

2. 발행 일자: 2022년 12월 8일

 

 

추억의 도양읍 정리

 

언제부턴가 눈도 입도 그저 그만일 테니 꼭 한 번 짬을

내라 했어도 황막한 벌판길 가물거리는 횃불잡이 등 뒤

로 쏟아지는 뭇 시선 따가워 달 걸러서 어깨를 겯던 벗들

벼르다말고 간만에 무릎 맞댄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에 겨워 물오리 둠벙을

보면 떼거리로 모여 걸쭉히 한마당 벌이듯 짐짓 상기된

표정 그럴싸해 마당에 시퍼런 바닷물 들락이는 횟집 가려

잡고 펄펄하고 큼직한 생선 몇 마리 회 친다.

 

그들먹한 회접시 금세 이마를 맞댄 교자상 가운데 대감

처럼 좌정하고 맞앉아 권커니 잣거니 연신 오가는 잔에

천년의아침 고꾸라져 토를 해 대니 빈병 가뜬한 마음은 벗

들 감흥을 불러 맘속 들독 같은 시름 사르고 비움의 절절한

소망이 되어 만면에 발그스레 불탄다.

 

멍석을 깐 벗 벌떡 나서서 짊어진 돈 전대 넘 무거워 등

창이 났다며 냉큼 물주를 잡고는 후렴으로 근방 카페로 옮

겨 마담 빵싯빵싯하는 얼굴 곰살스런 응대에 기분 업되어

못다 한 정 마저 나누며 달라진 내일을 낳자 마음 잡죈다.

 

보랏진 하루 항포구에 어느 결 어둑발 뉘엿뉘엿하고 흔

흔한 가슴 저잣거리가 좁은데 바다를 건너오던 아기사슴

무르팍까지 빠져서 보리 피리 불다 아직도 말로써 다 못

한 사연 있다며 어여 건너와 눈 좀 빌리자 손짓한다.

 

 

*도양읍: 전라남도 고흥군 고흥반도의 남서쪽 끝에 위치해

있는 읍.

 

 

길가의 풀을 뽑는 노인장

큰길 옆 병원 앞 쌈지 공원
줄줄이 늘어선 길나무 그늘 아래
수없는 질시와 발길질 아랑곳하지 않고
계절을 딛고 무심히 짓어 오른 잡풀

풀 뽑는다 병원 이름 새겨진 옷 입은 노인장
혹여, 행인들 머리가 어떻게 된 사람 아니면
지지리도 할 일 없는 식충일 거라고
흘깃흘깃 퍼붓는 욕바가지 뒤집어쓰겠다는 듯

마음에 한 번 걸리는 것은
사돈네 쉰 떡 보듯 그냥 못 두는 성미이신지
한 손에 링거병 달린 봉대 다잡고
한 쪽 맨손으로 보도 세세히 풀 뽑는다

길 모롱이 호떡 굽는 아낙네
파리 날리는 눈빛 뽀르르 쫓아가서는
그 풀 뭐할라냐 캐묻는 앙칼진 소리 내뱉고는
휙 회리바람처럼 돌아선 뒤꼍

길보다는, 이내 마음 밭
야금야금 묵어 든 잡풀 뽑았다는 듯
겸연스런 얼굴빛 숨 돌리는 칠십객 노인장
솔선이 막막한 인해의 등댓불로 밝다.

 

 

약력

강대실/월간韓國詩등단.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세상 눈뜨기수록.

시집『바람의 미아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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