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표 문예지 : 광주문학
105호 2022 겨울
2. 발행 일자: 2022년 12월 30일 발행
나눔의 행복
반백 년 부초같이 흐느적거렸던 불초
향촌 아래뜸에 구년묵이 세간 부쳐 놓고
속죄의 삽질로 묵은밭 일으켜 심었지요
감 대추랑 배 매실 사과...... 빼곡히
몸에 안 배어 가다가는 각다분하기도 하고
종심의 여기저기에 적신호 욱신욱신해도
신 새벽 흙내 맡으면 불끈 힘이 넘치는 오뚝이
하루가 멀다고 발자국 소리 내지요
감나무 시득부득 노름한 꽃 진 자리에
가지가 휘도록 주먹감 흔전만전 매달고
갈바람에 취해 단맛 빨갛게 들이지요
맏물은 원매 기다린 지인들게 보내고
원근처 사양지심의 정인들 챙기고 나면
내 차지는 이내 비뚤고 새들이 쪼아 댄 거에다
더 못 나누어 섭섭한 이웃들이지요
하지만, 유년 적 동지죽 먹으면 싣고 나갈
토방 위 쟁여진 나락가마니 들쳐 메 보이며
싱글벙글하던 박 씨처럼 행복 넘실하지요.
설산雪山
세밑가지 설한을 뚫고 산문 연다
키 큰 나무들 옷 벗어 어린나무 덮어 주고는
눈 짐을 지고 동안거하는 중이다
네발로 기어가다 유목 내민 손 잡다
산정은 아득한데 숨이 앞장서서 턱에 올라
노송과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숨 고른다
선뜻, 한 번쯤 누군가 흘린 눈물 강에
덤벙 뛰어들어 보듬고 허덕여 봤더냐
선문답이라도 하듯이 던진다
내달아 팔소매를 걷어붙이기보다는
먼눈으로 바라보다 야기죽거리기도 했던
내 반생 스스럼없이 털어놓자
바윗등에서 고개를 삐쭉 엿듣다
같이 갔으면 더 쉽고 멀리 갈 수도 있었다며
귓전에 슬쩍 흘리고 줄행랑친 바람 한 점
후끈 달아오르는 낯짝 입술 감쳐물고
바람 발자국 엉금엉금 쫓으며
내 안의 내 속 깊이 다진다, 나를 죽이라.
강대실
1996년 《韓國詩》등단. 시집『바람의 미아들』외 3권.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세상 눈뜨기」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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