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골목길 노인장

월정月靜 강대실 2022. 12. 31. 10:42

 

골목길 노인장월정 강대실

 

 

도시 변방 어둑한 주택가

길모퉁이 웅크린 기와집 샛문 설주에

형틀 같은 작은 의자 하나 달렸다

오늘도 문안 든 불빛 몇 가닥 함께 앉아

한 노인장 빈손 수행하시는 중이다,

더는 못 보게 징벌 받았을까?

그 언젠가는 번쩍 뜰 수 있을까?

처음부터 궁금하고 가여움 가득했던

진흙탕 세상 담벼락 같이 살려다

두 눈 벌거니 뜨고도 허방다리를 짚어

그만, 큰물에 방천 터지듯 무너지고 말았다

틀어박혀 이렁저렁 오만 생각을 다 하다

닳고 터진 맨발 허겁지겁 노인장 찾는다

사람들 맹자 만나 되게 재수 없다고

침 뱉지 않아 감사할 뿐이라며

마음만 잘 먹으면 북두성이 굽어보시니

어여 가 밝은 두 눈 크게 뜨고

이 좋은 세상 온전히 품어라 이르신다. 

 

(3-90.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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