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노인장/ 월정 강대실
도시 변방 어둑한 주택가
길모퉁이 웅크린 기와집 샛문 설주에
형틀 같은 작은 의자 하나 달렸다
오늘도 문안 든 불빛 몇 가닥 함께 앉아
한 노인장 빈손 수행하시는 중이다,
더는 못 보게 징벌 받았을까?
그 언젠가는 번쩍 뜰 수 있을까?
처음부터 궁금하고 가여움 가득했던
진흙탕 세상 담벼락 같이 살려다
두 눈 벌거니 뜨고도 허방다리를 짚어
그만, 큰물에 방천 터지듯 무너지고 말았다
틀어박혀 이렁저렁 오만 생각을 다 하다
닳고 터진 맨발 허겁지겁 노인장 찾는다
사람들 맹자 만나 되게 재수 없다고
침 뱉지 않아 감사할 뿐이라며
마음만 잘 먹으면 북두성이 굽어보시니
어여 가 밝은 두 눈 크게 뜨고
이 좋은 세상 온전히 품어라 이르신다.
(3-90.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