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흙내 맡고 싶었다

월정月靜 강대실 2022. 12. 28. 14:21


흙내 맡고 싶었다 / 월정 강대실 잃어버린 흙내 맡고 싶었다. 대처 생활 마음에 격이 생겨 눈에 모를 세우다가도 옆이라도 보면 한정 없는 부끄럼 떨칠 수 없어 비루해진 이 몸 끌고 쌍태리* 큰밭으로 간다. 흙의 숨결에 마음 다잡으며 후줄근히 땀에 젖어 삽질한다 감나무 밑에서 쉬기도 하며 나를 생각해 본다 그럴 때면 흙은 긴말할 것 없다는 듯 넌지시 土龍을 내보이기도 한다. 잡풀이며 가시나무 같은 것들에게도 어미 닭처럼 품을 내준다는 듯 뒷발치께로 눈길 이끈다 어느새 몸에 향긋한 흙내 스민다. * 쌍태리: 필자의 고향마을 (담양군 용면에 있음)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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