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제야의 세목洗沐/月靜 강대실 묵은 해 꼬리 감추는 섣달그믐 세파에 오염된 영육 씻어낸다 표피에 엉기어 땀의 분비 경멸하는 나태의 각질 벗기고 이해득실 따져 입과 눈귀 속여 대는 구린내 밴 양심 우려내고 고열에 녹이고 땀으로 걸러 세포 사이 증오의 홀씨 녹여낸다 얼굴과 심장의 검은 털 밀고 뇌 속 구태의 녹까지 벗겨낸 뒤 냉수에 헹구고 거울 앞에 서면 생기 넘치는 투명한 영혼 짐 벗은 아침 같은 마음이어라 옷까지 정갈히 갈아입고 나니 심금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 새해 새날이 활짝 열리고 새 부대에 간간한 꿈 장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