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자화상

월정月靜 강대실 2023. 1. 5. 23:01

자화상 / 월정 강대실 어려서 나는 허기가 지면 울 밖 넘봤다 열두 가족 구식 위해 이슬을 쓰는 아버지 거짓 모른 논밭 귀퉁이 쫓아다니며 땅 벌이 만이 배를 불린 줄 알았다 자라며 나는 자취방 5촉 알등과 맞붙었다 생금밭에서 캐낸 장학금 토장국 끓이면 날마다 부모님 말씀의 회초리 반추하다 씨암탉이 알 품듯 사도의 길 새겼다 결국 나는 아버지 날벼락에 변놀이꾼 되었다 한몫 쥘 욕심에 넓은 책상머리에 앉아 오만 군데 별별 사람들과 고락을 나누다 비록 가난하게 살 지라도, 세상에 가슴 따스운 사람으로 꼿꼿이 서고 싶었다 어느덧, 청청 세월 해질녘 어정거리고 달려온 산굽이 길 돌아다보면 왠지 눈에 아버지 근엄한 자태만 들어온다 올곧게 살고자 발버둥치신 그 모습 눈에 선하다. 3-60.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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