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학살※을 알아방이다※
월정 강대실
시내 공기가 양끝 맞당기는 고무줄, 팽팽하다
탁자 위에서 굴러 떨어진 유리잔처럼
기어코 결딴이 날 조짐이다
직원들 이른 점심을 깨작거리다 말고
허기진 곰에 쫓기듯 설레발로 돈 찾으러 온 고객들
질어진 입이 시퍼런 육두문자 쏟는다
국민이 나라 지키자고 세금을 내 산 총칼
미친 공수부대가 무단으로 들고나와 설친다고
적을 모르고 총부리 거꾸로 들이대
국민을 무참히 죽인다고, 6·25보다 무섭다고…
전무님 어디론지 길게 통화를 끝내더니
업무 단축 지시로 셔터가 내려지고
드리워지는 검은 커튼, 서둘러 일일 결산 마친다
서울로 실려 가는 황우 눈망울을 하고
회장에 다붙여 앉은 직원들 가운데로
금고실 현금 가방이 나와 자리하고
전무님 상기되어, 소나기는 피해서 가야하고
세상이 어지러우면 꼭 현찰을 손에 쥐어야 한다
필요한 직원은 급여를 선급한다 그리고
바위 밑에서라도 머리털 하나까지 안 상해야 한다
대동세상 반드시 온다, 힘을 모으자
목마른 내게 한 뭉치 비상금이 건네지고
백지에 연서한 수령 확인서 한 장
가방을 채우고 육중한 금고문이 닫힌다
두방망이질치는 가슴 지그시 억누르며
밤새 이 땅에 사랑꽃 흐무러지는 기적 꼭 주십사
기도로 앙다문 어금니, 가족 향해 살걸음 친다.
※광주학살: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까지 전두환 등 신군부를 비롯한
쿠데타 세력이 내란과 폭동을 저지르고 이에 저항한 무고한 광주 시민들을
학살한 사건이다. 처음에는 신군부에 의해, 광주폭동으로 불렸으나 현재는
광주민중항쟁, 광주민주항쟁, 광주학살 등으로 부르기도 하며, 일어난 날짜를
줄여서 5·18로 부르기도 한다. (피해: 직접사망 193명, 후유증사망 376명,
실종 65명, 부상 3139명, 구속 및 고문 피해자 1589명)
※알아방이다 : 무슨 일의 낌새를 알고 미리 대비하다
초2-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