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 일기 1/ 월정 강대실 지금에사 드느냐며 산이 마중 나와 손 내미는데 끝까지 사나 볼란다고 개울물 쑥덕이며 뒤따라오고 얼간이가 발붙인다며 새앙쥐 곁눈질로 지나가고 속없는 살쾡이 부부 잔칫상 안 차리느냐 내다본다.
산방 일기 2 / 강대실 헌 살림살이 몰아 실은 톤 반 화물차 질퍽한 마당길에 세워놓고 여기저기 내려 놓을 자리 재다 산창 열어젖뜨리고 짐 푼다 어둠 스멀스멀 밀려든다고 산은 길마당 나와 힘 보탠다 한데, 어떤 놈이냐 할까 재수 되게 없다는 듯 산마을 개들 짖어대고 개울 건너 늙은 주막집 외등 눈을 끔뻑끔뻑한다 이따금씩 전조등 질주하는 신작로 나와 어정거리는 안주인 한참을 눈길 주다 들어간다.
산방 일기 3 / 강대실 추적추적 겨울을 재촉하던 차가운 비 한숨 돌리는 새에 누더기 짐 후다닥 내려놓고 들이키는 산수山水 한 대접 세사 흔적 없이 녹는다 세간 정리는 밤 깊은 줄 모르고 걸레질이 흥겨운 아내는 마냥 처제와 입이 맞아 선뜩선뜩한 방에 온기 넣는다 옳아, 내 왜 모르리오! 삼십 년을 하루같이 외통수 바라보다 깊은 속 괴인 짜디짠 그 눈물 예가 목마르게 노래한 낙원이라오 산주 되고 거처 한 칸 내고 무시로 드나들 시간 거머쥐었으니.
산방일기 4 / 강대실 들둑길 느티형제가 허리를 일으키며 말 건넨다 왜 여태껏 오지 않았느냐 지나는 길에라도 한 번 들려가지 않았느냐고 삽심 년 전쯤 어느 여름날 무거운 하루를 쉬어가더니 말쑥이 잃었더냐며 기억의 갈피를 더듬는다 냇가 돌멩이같이 닳진 않아 천만다행이라며 산바람 불어오니 어여 들라 돌아선다 어떻든 허몽을 품지말라 신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