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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을 그리다

새봄을 그리다/월정 강대실                                        긴 일월의 시간 막다른 골목에 붙박여제대로 운신하기도 힘듭니다 얼부푼 가슴에 짓눌려 갑갑하고탄식 맘대로 뱉어 내지도 못합니다  꼭두 봄 기다림은 어느덧 일상이 되고갈급한 바람 봄의 길목에 우뚝 서서하늘만 뚫어져라 우러릅니다 이봄에는 꼭 뭐든 좋은 일 하나쯤은선뜻 선물처럼 안겨 주시어감사가 가슴 벅찬 새봄 이어야 합니다 마음을 여미어 청심촉 밝히고지새워 애잔한 기도라도 받치렵니다  그늘받이 무욕의 풀잎 하나까지도환희에 찬 얼굴 살짝궁 내밀 모습 그리며. 초2-880

1. 오늘의 시 2024.03.17

광주문학 제 110호(2024.봄)

1. 광주문학 2024 봄.통권 110호 2. 발행일 2024. 3. 10. 3. 발행인: 이근모(광주문인협회장) 4.발표시: 못 못 탕탕! 못 박았다 버럭 불뚝대고 말을 무지르고, 안하무인으로 무던히도 믿었던 이들 가슴에 깨소금처럼 고소했다 마음의 탕개가 풀려 눈에 띄는 것이 없고 하늘 무서운 줄 몰랐다 어쩌다 역지사지할 때는 박은 못에 붙박여 곁이 허했다 세상을 막사는 망나니짓, 질매를 당하고도 버릇을 개 주지 못했다 어느새, 망치도 못도 다 녹슬고 못 쓴 지 오래 종용히 뒷방에 들앉아 면벽하다 파란 많았던 생 뒤돌아본다 꺼들대며 무수히 박은 크고 작은 못 대침 되어 내 야윈 가슴팍에 내리박히고 찬웃음 매서운 눈빛 한없이 뒤통수에 꽂힌다. 5. 증빙사진

그림자 찾는 노인장

그림자 찾는 노인장/월정 강대실 아동들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간간이 창을 넘어 질러오는 오후의 텅 빈 운동장 한 켠   긴긴 세월의 상흔 온전히 부둥켜안고 교계 지켜 서 있는 버드나무 휘늘어진 가지 아래   불언의 위로 주고받으며 긴 벤치에 석불처럼 앉아 있는 소복단장 중절모 쓴 하이얀 노인장   무슨 회상에 저리도 아득히 잠겼을까 ‘왜 아이들이 하나도 안 놀아!’ 기다림 눈자위보다 더 깊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초립동 시절 아련한 그림자 찾아 나왔을까 뛰노는 학동들에게서.   초2-868

1. 오늘의 시 2024.03.13

큰애에게 보내는 메일

큰애에게 보내는 메일/월정 강대실  얘야, 시간 한 번 내거라! 잠깐아무리 곁눈질 할 틈이 없을지라도근일 내로 네 안이랑 민성이랑 셋이서, 꼭 거기 초입 하당에 아버지와 오랫동안벌꿀보다 더 달고 끈끈하게통정해 온 막역지우 한 분 계시니라 미루지 말고 전화 올려 내 말씀 드리고꼭 한 번 찾아뵙고자 한다고언제든 좋으니 시간 주십사 허락 받아라 미리 지척이 천리라고 이 근년 서로 간에염려만 쥐고 살았지 상면 없는 터에 어제는 전화가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발 너르기가 거기 앞바다 정박선이요노적봉보다 더 큰 덕 쌓으신 분이다 했더니너희들이 꼭 찾아뵙고자 한다고 얘기했다 가서는 곡진히 정례에 약주 한 잔 올리고언제고 올라오시면 꼭 한자리 하시잔 다고말씀 잊지 말고 틀림없이 올려라 시종 말씀 새겨듣고 일어설 ..

1. 오늘의 시 2024.03.10

봄의 길초에서

봄의 길초에서/월정 강대실 꽃샘바람 불어친다 탓을 말아요 몇 날이고 불어대게꽃이 울며 손짓해도 그냥 두세요시새워만은 아녜요 헤살질이 꺾이어 밟히는 못다 한 생하르르 지는 꽃잎 엽서 한 장에도하냥 가슴 저미는 봄의 여신이여 칼날처럼 날렵한 당신 생각다북받치는 서러움 주체할 길 없어하얀 낮달이 봄의 길초를 서성이는데 일다가 어느새 스러지겠지요흔들리며 찬란히 예쁜 꽃물 들지요긴긴 기다림이 닿기 전에. 초2-8792024. 3. 5

1. 오늘의 시 2024.03.05

살아내기2

살아내기2/ 월정 강대실 식솔들 입에 풀칠이라도 할라치면 칙살스럽지만 납작 엎드려서라도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고 바람 앞동질러 근지러운 데 찾아 긁어 주고 입 맞춰 그림자로 따라나서다가도 어언간 결단의 문턱에 서면 뾰로통 머리 내미는 내 안의 나 던지러워 스르르 접어 버리는 위선 비럭질 할망정 다리아랫소리 하기 싫어 물린 밥상 차지한 오늘도 눈 들어 부끄럼 없이 하늘 우러른다. (2-73. 제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

1. 오늘의 시 2024.03.03

감언이설

감언이설甘言利說 / 월정 강대실 귀를 뚫는 산뜻한 음절, 음절 저잣거리 저편에 수런수런한 군중들 황새걸음 성큼성큼 좇아가 꼿발을 딛고 항아리만 한 귀를 한다 이게 웬 떡이냐, 달콤하다! 오감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간밤의 꿈 떠올리다 일순 눈이 멀어 내속 고무주머니에 빵빵히 욱여넣는다 몽그작몽그작하며 눈치 살피다 몰염치 앉혀 놓고 살그미 빠져나온다 욜랑욜랑 큰길로 해서 신호 기다리다 들먹들먹 들뜬 마음, 못 참고는 살짝 하나 입에 넣고 곰곰이 씹는다 앗, 사탕발림이다! 입안이 소태같이 쓰거워 지더니 신열이 오르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초2-876

1. 오늘의 시 2024.02.23

그림자

그림자/ 월정 강대실  우리 부모님 그림자로 남겨진외씨 같은 흔적들어느 결에 하나 둘세월 강에 쓸려 가고그리움 여울여울 타오르는데 피붙이 하나링거 줄에 매달아 놓고 돌아와벽을 등지고 앉은 형제들서로들 눈동자 속에 얼굴을 새기다소주 한 잔 돌린다 맏형 수심에 찬 표정에근엄한 아버지 계시다누이동생 파리한 얼굴 속에어머니 여실히 살아 계신다. 초2-8742007. 02. 03. .

1. 오늘의 시 2024.02.14

성묘

성묘 / 월정 강 대 실    설날 아침 서둘러 차례를 지내고 큰집 작은집 조카들 데리고 장형 막내랑 삼형제 나란히    부모님 산소에 성묘 드린다.두 아들은 지난밤 꿈길에 다녀갔다, 올 한 해도 우리 새끼들 모두 다 들은 말 들은 데 버리고 본 말 본 데 버리도록 해라, 가슴은 따뜻해야 이뿐 꽃 안는다.아버지 금싸라기 같은 덕담에 벌안 가득히 영롱한 햇살 넘실거리고돌아서는 발길 가벼운데 어머니는 서낭당 고개 다 넘도록 바라보고 서서 손사래 치신다.(2-44. 먼 산자락 바람꽃)

1. 오늘의 시 2024.02.10

골목길 노인장

골목길 노인장/월정 강대실 도시 변방 어둑한 주택가 길모퉁이 웅크린 기와집 샛문 설주에 형틀 같은 작은 의자 하나 달렸다 오늘도 문안 든 불빛 몇 가닥 함께 앉아 한 노인장 빈손 수행하시는 중이다, 더는 못 보게 징벌 받았을까? 그 언젠가는 번쩍 뜰 수 있을까? 처음부터 궁금하고 가여움 가득했던 진흙탕 세상 담벼락 같이 살려다 두 눈 벌거니 뜨고도 허방다리를 짚어 그만, 큰물에 방천 터지듯 무너지고 말았다 틀어박혀 이렁저렁 오만 생각을 다 하다 닳고 터진 맨발 허겁지겁 노인장 찾는다 사람들 맹자 만나 되게 재수 없다고 침 뱉지 않아 감사할 뿐이라며 마음만 잘 먹으면 북두성이 굽어보시니 어여 가 밝은 두 눈 크게 뜨고 이 좋은 세상 온전히 품어라 이르신다. (3-90.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4.02.07

고향 당산할아버지

고향 당산할아버지/ 월정 강대실   발길이 끊어졌다 했는데...이렇게 듬직하고 초롱초롱한 모습들이구나네 아버지 자식들 거름이 돼야 한다고눈물로 떠나셨다, 강보의 떡애기 때 당산할아버지는 처음 생겨나서부터발 내린 데가 천국이다며 쭉 눌러 산다고윗대 어른들 함자만이 아니라집안 내력, 숟가락 개수까지 훤하셨다 세상은 갓 지난 어제가 옛날이고바야흐로 별세계 여행의 꿈에 부풀지만꼭 자기 일을  꽃피운 자라야 한다며     곳곳에 어린 선대의 향기 음미하고  도랑물에 삶에 얼룩진 일월을 씻고애가 타던 난마의 실마리까지를 찾았으니올라가서 잘 아퀴를 지어라 하시고는 우리는 떠난 이들을 위해 늘 기도한다어떻든지 고향 쪽으로 머리를 두르고  마음은 앞산처럼 푸르러라 등을 토닥인다.  초2-8702024. 2. 1.

1. 오늘의 시 2024.02.01

눈 내리는 밤이다

눈 내리는 밤이다 / 월정 강대실 나이가 드니 더 친구가 보고 싶다 일찍이, 타작마당 콩 튀어 나가듯 먼 바다로 헤엄쳐 가더니 전화 한 번 없는 길에서라도 만나 보릿국에 대폿잔 기울이며 죽마 타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따금씩 놀러 온 하리 맹순이 누님 형들이랑 둘러앉아 벌인 손목맞기 민화투 어쩌다, 뒷손이 잘 맞아 장원하게 되면 움켜쥐운 팔 후려치는 내 길고 매운 손가락 그 오동포동한 손목 만지고 싶은 큰댁 사랑방에 마실가셨던 아버지 밤이 이슥하면 발짐작이 어둠 헤쳐 와 에헴!, 큰기침 소리로 사립 열고 오신 가마솥 쇠죽 푸는 고무래 소리, 이라! 자라! 외양간 깃 주는 소리 듣고 싶은 딸 셋에 청상이 된 외할머니 큰딸 가마 뒤쫓아 와 핏덩이 열 받아 내고 우리 형제들 따라다니며 공부 뒷바라지하신 재판정..

1. 오늘의 시 2024.01.25

노인장(관련 시 3편)

그림자 찾는 노인장/월정 강대실  아동들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간간이 창을 넘어 질러오는정오의 텅 빈 운동장 한 켠 긴긴 세월의 상흔 온전히 부둥켜안고교계 지켜 서 있는 버드나무휘늘어진 가지 아래 불언의 위로 주고받으며긴 벤치에 석불처럼 앉아 있는소복단장에 중절모 쓴 하이얀 노인장 무슨 회상에 저리도 깊이 젖었을까‘왜 아이들이 하나도 안 놀아!’눈자위보다 더 깊은 기다림 아직도 잊히지 않는 초립동 시절아련한 그림자 찾아 나왔을까뛰노는 학동들에게서.    골목길 노인장/ 월정 강대실 도시 변방 어둑한 주택가길모퉁이 웅크린 기와집 샛문 설주에형틀 같은 작은 의자 하나 달렸다오늘도 문안 든 불빛 몇 가닥 함께 앉아한 노인장 빈손 수행하시는 중이다,더는 ..

1. 오늘의 시 2024.01.17

어느 여름날1.2.3.4.5

어느 여름날1/ 월정 강대실 벗님네들 얼굴 한 번 볼 양으로 너릿재 새털같이 사뿐 넘었지요 술 익는 냄새 졸졸 쫓아가다, 농주 큰통 하나 실었지요 도갓집에서 주춧돌 놓일 날만 손을 꼽던 집터 계절이 엉클어져 한마당 잔치인데 느릅나무 그늘 멍석 깔고 둘러앉아 막 한 잔 타는 목 축이려는 참에 솔밭 건너 앞산이 훌쩍 아는 시늉해 어서 오라 손나발 해 옆자리 앉히고 건하게 들었지요 너나들이하면서 산들바람도 대취하여 따다바리고 어느덧, 설움에 겨운 해 서녘에 벌겋고 텃새들 시나브로 제 둥지로 모여들어 흥얼흥얼 어둑발 붙들고 넘었지요 어느 여름날 그 하루 햇살 좋은 날. 초-864 어느 여름날2 / 월정 강대실 갈맷빛 동산에 계절이 무르익고 청산에 열린 계곡 맑은 물 지줄대니 한 마리 꽃나비 되어 시심에 젖는다...

1. 오늘의 시 2024.01.11

귀천-제일이 형

귀천歸泉-제일이 형 월정 강대실 훤칠하고 번듯한 이목구비 방정한 걸음걸이에 호탕한 제일이 형도 끝내는 넘고야 마는 한 고개. 눈 귀를 놀라게, 입을 즐겁게 마음까지를 배 부르게 하면 못 이룰 게 없더라며 세상이 좁아 산을 날고 물 위를 뛰고 세간에 요술 방맹이 고향 뒷등성이 큰 바위 얼굴 이더니 희미한 의식, 입 속으로 큰아들 이름 되뇜은단말마의 마지막 고통이었나 끝내, 눈 못 떠 얼굴 보지 못하고 꿈을 키우던 노령의 준령 밀잿길 아련히 바라보이는 영락공원 황토 땅 영생 낙원 찾아가누나. (3-67.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4.01.09

은행잎꽃

은행잎꽃/ 월정 강대실                                                                            밟지 마세요길화단에 흐드러진 은행잎꽃가지 가득 멍울지더니샛노란 꽃 화알짝 피었어요낮은 자리 찾아 보아요,저 애수의 그림자아름다운 꽃잎에 함초롬한 넘 아름다워요청순한 꽃잎 얼굴에아른대는 추억과 화평과 사색 제발 밟지 마세요이별이 아쉬워 해어지는 가슴속울음 우는 은행잎꽃.초2-860

1. 오늘의 시 2024.01.07

말바우 시장2

말바우 시장2 / 월정 강대실 몸조심할 양으로 순댓국 집 담 쌓다가 간만에 북적이는 틈새에 발붙인다. 필리핀 며느리 얻어 열 손자 본 리어카상 돈 번다고 맨날 늦더니 회사 사장과 눈 맞아 살림은 부엌 드난꾼 같은 아내 버리고 부모님 산소가에 움막 친 북악산 노 박사 망령 든 노모 백수에 쌀 백 가마 나눈 방앗간 못 먹고 헐벗고 자린고비로 모은 쇠푼에 정부 융자금 보태 얼기설기 지은 집 화마에 폭삭하여 죽을상 된 꺽다리 양반 단돈 이 천 원에 고기국에 밥 파는 할매집 노점상 곗돈이랑 사방 일숫돈 싹둑 베먹고 밤보따리 싼 푸줏간 도씨 소문이 쑥덕인다. 웃음과 눈물이 범벅 되어 질척인 장바닥 파장 막걸리에 취해 절뚝인다. (2-35. 먼 산자락 바람꽃) 말바우 시장2

1. 오늘의 시 2024.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