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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빗자루 보답

대빗자루 보답/ 월정 강대실 바람 가는 데 구름 실려가듯 이삿짐 따라온 대빗자루 꾸물대는 가을 내쫓다 몽당이 되었다 동리 뒤통수까지 우줄우줄 기어 내려온 산코숭이 빼곡히 들어서서 술렁대는 솜대 널린 댓가지 주워다 빗자루 맨다, 일찍이 아버지 어깨너머로 배운 첫솜씨 큰댁 들고가니, 형님 왈 재주가 괭이 쥐 잡은 것 같다 하시고 막냇동생, 입이 귀밑까지 닿고 자그마한 손 빗자루는 처제가 점쟁이 손금 보듯 만지작거리더니 손끝이 땡고추라며 가져간단다 산더미 같은 은혜, 대빗자루 보답한다. (4-105.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4.01.06

산밭1.2.3

산밭1 / 월정 강 대 실 앞장선 기억 따라, 산발치 칙칙한 오솔길 타고 드니 찔레나무 두렁을 파고들어 여기저기에다 진을 치고 개망초 우북이 모여들어 한바탕 새하얀 춤판인데 좋은 미영밭 다 묵혔다고 솜구름 눈흘기며 영을 넘는다. 산밭2 /월정 강 대 실 몇 해 전 가을 끄트머리 포르르!, 한 양반이 날아들더니 호들갑 떨며 토주 행세 부리더구먼 구린내가 몰큰몰큰 풍겼으나 어련히 알아 하겠지 싶어 못 본 척 납작 엎드려 있었지 그런데, 팔도 유랑 길에라도 올랐는지 그 후로는 도통 그림자도 안 비치니... 꼭 삿갓 같은 사람 이라며 찔레나무 사방에서 지경을 넘어들고 산딸기나무 가운데다 진 치고 칡넝쿨 온 밭을 횡행활보하니…… 구시렁대다 흠칫 말허리 꺾는, 산밭 씁쓰레한 낯꼴 눈앞에 아른거리는지 시르르 밭귀퉁이..

1. 오늘의 시 2024.01.04

도둑괭이

도둑괭이 /월정 강대실 수묵 같은 어스름 유년의 기억 속 도둑괭이 한 마리, 빠끔히 샛문 밀치고 기어드는 방구들 들썩이는 오롱조롱한 새끼들 호롱불 옆 헌옷 깁던 어머니 도둑괭이 왔다며 꼬이면 질겁하여 이불 속 파고들었던 대꾼한 눈 수심의 어둠 속으로 오그라드는 울음소리 등에 달라붙은 뱃가죽 허기진 모습에 시퍼런 냄새의 촉수 앞세운 오늘도 여기저기 뒤지고 헤쳐 늘어 치도곤 먹이려는 심보가 채 비워내지 못한 마음속 미움의 싹으로 새록새록 돋아 오르는데 미움을 품는 것은 마음밭에 가시나무 키우는 일이라 생각하니 불현듯, 작두날을 본 듯 서늘해진 가슴 색안경 접는다. (4-56.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4.01.04

친구를 보내며

친구를 보내며/ 월정 강대실 이제 그만 뜬구름 쫓겠노라고 뒷산 곰바위가 시새워할 의지로 혈혈단신 자작골 노송 밑에 막 치더니 너덜 섶 불꽃 틔는 곡괭이질 검은 짐승 떼를 이루어 풀 뜯고 건불 넉넉히 지핀 골방의 다짐들 앞산보다 더 높고 청청한데 근자에 안색이 좀 그렇다 했건만 깊은 데다 칼 댔단 발 없는 말에 한 줌 만한 마음 무릎 맞댈 때는 이달 모임에는 꼬옥 얼굴 보자 해 놓고 까마귀 고기 드셨던가 깜빡 우리 속 눈과 귀 부리기재 서성이는데 生 死는 도랑 건너는 거나 진배없다는 듯 기어이, 이승에 내려놓은 탄 숨 소금 담긴 가슴 평안한 영면을 비네. (4-101.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4.01.04

받침목

받침목/ 월정 강대실 볕내에 부끄러이 머리 내밀더니 철따라 온 들 색칠하는 풀잎 뜻도 의미도 없이 강바닥에 나동그라져 무량겁 씻기고 닳아 불심이 된 돌멩이 작은 몸짓 하나가 세상을 아름답게 떠받치나니 평생 묵묵히 흙 속에 묻히어 공덕으로 길러 낸 십 남매 세파 그득한 먼 바다로 내보내고 곱디곱게 은빛 물드신 오평 할머니같이. (4-76.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4.01.04

새해 기도

새해 기도 /월정 강 대 실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바위 하나 품게 하소서, 모진 세파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다소곳이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다순 눈 뜨게 하소서, 그릇 된 편견 떨쳐 버리고 속내 읽고 다독여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호수로 채워 주소서, 굴욕과 가위눌림 안으로 삭여 화평과 평안 안고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촛불 하나 켜게 하소서, 질투와 외면의 빗장 살라버리고 축복을 기도하며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등불 하나 밝혀 주소서, 음울의 터널 허위허위 뚫고 광명과 진리 좇아 살게 하소서. 새해 기도 /월정 강 대 실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바위 하나 품게 하소서, 모진 세파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다소곳이 살게 하소..

1. 오늘의 시 2023.12.30

짝사랑-시詩

짝사랑/ 월정 강 대 실 -시詩                                     심쿵했지요, 숫되고 세상 물정 몰라우연히 그대의 숨결 처음으로 마주하고천진한 마음의 손목 살갑게 잡아 준 순간 갈수록 갈한 영혼, 만나면 또 보고 싶고못 잊을 감미로움 솔솔 뭉클해지는 가슴내 안 꽃밭에 짝사랑 멍울었지요 적막한 사위 손 흔들어 준 얼굴 달 떠오르면초병 지리한 삼년 입노래로 동행하며입영의 첫 다짐 지켜 내는 의지 돋웠지요 세파 헤쳐 끊임없이 바람 쫓던 긴 여름산맥 같은 바윗덩이 길을 막아서도그윽한 체취 황우 끈질긴 힘의 샘터였지요    애달픈 짝사랑의 냉가슴 아직 인가요꿈길에도 품고 살아온 나이테가 몇인데향 없어 인지 내 詩는 벌 나비 찾지 않고 속절없이, 쑥대머리 뒤뚱뒤뚱 넘는 저문 강변동문 ..

1. 오늘의 시 2023.12.29

미움

미움/ 월정 강대실 마음의 뜨락에 가시나무 키우는 일입니다 온통 들어내 살라 버리지 않으면 서슬 퍼런 청룡도 됩니다 구중 깊디깊은 데 도사리고 있다 불이 일 듯 순식간에 되살아나 여지없이 찌르고 헤집어댑니다 끝내는, 개맹이가 풀려서 시도 때도 없이 도지고 산이 뒤집히고 하늘이 빙빙 돕니다 아무에게나 찌그렁이 붙거나 스스로를 태질하여 몸을 잡치고 냅다, 천야만야 무저갱에 떨어져서 남세를 사게 합니다. 미움

1. 오늘의 시 2023.12.27

기다림을 위하여

기다림을 위하여 / 월정 강대실 生의 길 외롭고 고달파, 밤새껏 꺽꺽 소리 내어 울어본 적 있나요 우리네 사는 일은 늘 애처롭고 한 곡조 아니리보다 서글픈 것 그대와 나 가슴 저미는 헤어짐도 내 북 치듯한 채근만은 아니었지요 이 넓은 세상에 화려하고 참된 것 입에 달고 몸에 좋은 약 흔치 않듯 삶은 굴곡지고 지난한 도전 뒤에 그 자양으로 파릇한 환희의 싹 돋고 태산을 넘고 물이라도 건너, 다시 시작 않고는 이룰 수 없단 믿음였지요 가을이면 놀빛에 익어가는 감처럼 이내 가슴 세월 강에 벌겋게 젖지만 제아무리 기다림의 계절이 깊어도 결코, 이 회오리 이겨 내야만 합니다.

1. 오늘의 시 2023.12.26

역대 수능 필적 확인 문구 및 그 작품

1. 2006학년도-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 빛(정지용의 '향수') 향수/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의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

13. 문학 산책 2023.12.25

걸레

걸레/ 월정 강대실  닦아 드리고 싶습니다이를 앙다물고 참다가도혀끝 불쑥 튀어나오는 날 선 말씨며치미는 부아 주체하지 못하여 연거푸 냉수 사발 들이키는 입술과차마 드러내지 못하여울화로 커 가는 근심 걱정까지도 깨끗이 닦아 드리고 싶습니다.턱 밑에서는 할 말을 잊었다가 돌아서서 뒤통수에 주먹질하는 심보며외로움에 잠 못 들고 방황하는길고 긴 계절의 얄미운 그리움과아직도 터덕거리는 여정  길을 찾다 지끈지끈한 머릿속도 말끔히 닦아 드리고 싶습니다.닦아, 새로이 열린 해맑은 세상 해와 달이 다 닳도록 살으랍니다.

1. 오늘의 시 2023.12.24

한봉 명가

(사진 출처: 사진은 인터넷 이미지임)    한봉 명가名家 / 월정 강대실  향리에 한봉 명가 귀동 어르신이 사셨어요 열 두 가족이 여러 종류 집짐승과 한식구가 되어 적지 않은 농사에 틈틈이 벌을 쳤지요 울안 여기저기에 호박돌로 초석을 놓았어요 그 위에다 토막 낸 통나무 속을 파내서 만든 벌통을 층층이 올렸지요 모내기 철이면 분봉이 시작되고 대여섯 살 어린 자식들은 벌 지킴이가 되지요 형은 어미 벌통에서 떼 지어 나온 벌떼가 어느 쪽으로 날아가나 뒤쫓고 아래는 부리나케 들로 달려가 아버지께 이르지요 집 주위 그리 높지 않은 감나무 가지에 내려앉으면 비행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지요 어르신은 내내 ‘들이들이’를 외며 쑥대 묶음으로 꿀 바른 멍덕에 쓸어 담았어요 그리고 빈 벌통 위에 얹고는 출입구 하나를 남기고..

1. 오늘의 시 2023.12.21

상골

상골*(上谷)  내 탯줄 묻은 상골은 우렁이처럼 생겼어요 사방 겹겹이산이 둘러쌌지요 산읍에서 북으로 마중 나온 오장산이랑좋이 이십 리는 팍팍한 자갈길 걸어야 하지요 게딱지 같은 초가가 왕대밭 사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 정겹게 눈에 들어와요 그래서 상골인가 봐요 동구 밖에 산이 혀를 날름거리는 손바닥만 한 논배미는천둥지기여요 층층이 얹혀 있어요 동네 사람들 허기 다못 채워 주지만 곡간이고 명줄 이지요 배가 고프면 맨맛한 산자드락만 파 일구었는지 뺑 둘러 밭이에요 논 없는사람은 많아도 밭 없는 사람 드물지요 상상 골짝 마루에서 동네 초입으로 추월산 자락이 계곡에 발 담그고 살아요 당산 마당에서는 이마를 바짝 디밀고요 아침엔 해를 낳고 봄날이면 참꽃 따먹고 병정놀이하라며 아그들 꼬드겨요 반짝대는 바위가 ..

1. 오늘의 시 2023.12.20

고독한 산행

고독한 산행/ 월정 강대실 지세 험하며 높고 가파른 산 묵은 외길에 곰삭은 정적 겹겹하고 산지니 날아가 주인 없는 빈산 바람에 스치인 가랑잎 처연한 울음소리 혼자 든 산행 산그림자가 막아서 쭈뼛쭈뼛 머리끝이 솟구치는데 날다람쥐 한 마리 총총 앞장서 가고 따라나선 골바람 땀 훔쳐 주면 어느새 발 맞은 도반들 순례의 길 어둑발 진 노루목에 휴!, 올라서자 마중 나온 아내 같은 둥실한 달 찬찬히 살펴 하산하자며 뒤따른다.

1. 오늘의 시 2023.12.19

은행잎 연가

은행잎 연가/ 월정 강대실 누구를 찾아서 여길 오셨나요아리따운 꿈에 부푼 어느 문학소녀손에 든 시집 책갈피 이어야 하는데스산한 포도 위를 방황하시나요낯선 바람 흐드러진 너스레에 빠져허둥지둥 뒤쫓다낮고 젖은 데에 흩날리는 처량함오가는 발길에 그지없이 짓밟혀 끝내 해어지고야 만 노오란 가슴밤이 이슥하면 하늘가 별 하나 만나날밤을 지새워 샛노란 밀어 나누다 어느새 온 몸을 적시는 차디찬 이슬길섶에 갈한 메아리로 스러지시나요. 초2-857

1. 오늘의 시 2023.12.18

하늘길

하늘길/ 월정 강대실 공원 초입 외따로이 선 모과나무 할 일 없이 그냥 우두커니, 먼 산만 바라보고 사는 줄 알았습니다. 철이 되면 늘 그랬듯 잎과 꽃 피우고 열매 매다는 줄로 알았습니다. 지명知命 고갯마루 턱 훌쩍 올라앉아 종용히 뒤를 돌아보다 알았습니다. 삼시선三時禪으로 빛과 어둠 비와 바람 견디며 잎도 꽃도 열매도 맺고 동안거 하안거 부단히 마음공부 하여 눈에 안 띄게 조금씩 조금씩 오늘도 하늘길 오르고 있었습니다.

1. 오늘의 시 2023.12.18

눈 내리는 창가에서

눈 내리는 창가에서 / 월정 강 대 실 가벼워지고 싶다 가벼워야 내려앉을 수 있다면 나도 저 희뜩거리는 눈처럼 가볍디가벼워져 눈꽃으로 내려앉고 싶다 보고 듣고 시를 쓰고 하루하루가 수없는 두레박질, 매양 비워내기 연습이련만 한 눈금도 기울지 않는 가련한 세월 키 낮추고 몸집 줄이고 겹겹이 둘러쓴 인두겁 벗어야겠다 심보를 씻고 양심 헹구고, 욕심으로 뒤틀리는 창자 말끔히 비워내야겠다 허공을 바람의 무게로 날아 시려운 가슴에 꽃이 되고 싶다 쓰레기 같은 세상 순백으로 칠하고 싶다 순수한 내 빛깔로 평천하하다가 어느 순간 소리소문도 없이 스러져 아래로 아래로 스며들고 싶다.

1. 오늘의 시 2023.12.16

밤골 풍경

밤골 풍경✽        어둑살 땅뺏기 하는 당산 마당에 드니까치가 머리오리가 세었다며 통성한다맨손으로 호랑이 때려눕힌 이야기도 좋고모여 앉아 이약이약하다 밥도 함께 먹고회당이 내 집 안방 같아서 좋다. 정월 대보름 천 원씩 내는 인구전당산신께 풍요와 평안을 빌며 제 지낸다메 주 과 포 편 채 정갈한 제물에울리는 매구굿 소리 축수하는 부민들파제 후 훈훈한 동네잔치가 좋다. 첩약보다 운동이 더 좋은 줄을 알고틈내어 삼삼오오 동네 윗길 수차처럼 돈다된깔크막 넘어서 약수터에 다녀온 이들앞 강 자전거길 애마로 달리는 사람들섭슬려 운동하는 습관이 좋다. 고희의 마루턱에 선 토박이 친구들목이 칼칼하면 아무나 가만히 손짓한다주막집에 앉아 소주 막걸리 몇 병 앞에 놓고애먼 세상 씹다가도, 남은 세월 얼마인데함께 헝클어..

1. 오늘의 시 2023.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