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골*(上谷)
내 탯줄 묻은 상골은 우렁이처럼 생겼어요 사방 겹겹이
산이 둘러쌌지요 산읍에서 북으로 마중 나온 오장산이랑
좋이 이십 리는 팍팍한 자갈길 걸어야 하지요 게딱지 같
은 초가가 왕대밭 사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 정겹
게 눈에 들어와요 그래서 상골인가 봐요
동구 밖에 산이 혀를 날름거리는 손바닥만 한 논배미는
천둥지기여요 층층이 얹혀 있어요 동네 사람들 허기 다
못 채워 주지만 곡간이고 명줄 이지요 배가 고프면 맨맛
한 산자드락만 파 일구었는지 뺑 둘러 밭이에요 논 없는
사람은 많아도 밭 없는 사람 드물지요
상상 골짝 마루에서 동네 초입으로 추월산 자락이 계곡
에 발 담그고 살아요 당산 마당에서는 이마를 바짝 디밀
고요 아침엔 해를 낳고 봄날이면 참꽃 따먹고 병정놀이
하라며 아그들 꼬드겨요 반짝대는 바위가 하나 있고 그
빛이 보이면 피식이 된다고 노샌이 묻어 주곤 했어요
라도의 허리를 동서로 갈라놓는 뒷산은 멀리서 보면 꼭
와불 이어요 굴등 큰 바위는 유년의 꿈 키운 할아범이고
요 밭 사이로 해서 칠 부 능선에 난 신작로는 승천하는
용이여요 밀재 넘어 복흥 오일장에 가는 장꾼들 이랴 !
이랴 ! 첫새벽 타는 마차 소리에 단잠 깨곤 했지요
✽상골(上谷) : 전남 담양군 용면 쌍태리에 속한 자연부락.
(4-42. 바람의 미아들)
상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