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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폭우暴雨/ 월정 강대실청청하늘에 뜬 먹구름 한 둘금 쏟아붓는 폭우이다.안 고샅 귀동양반 살붙이 하나를비탈진 밭 귀퉁이에 묻던 날신작로 건너 멀찍이서 넋 잃은 미륵같이 바라보더니나직한 봉머리 뗏장 한 장마지막으로 올려지자아니라고, 생떼 같은 놈 절대로땅 밑에 못 넣는다고참다 참다울컥 쏟아낸 눈물.(3-21.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4.05.02

사모곡2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사모곡思母曲2/ 월정 강대실                                                              천수 야박하여 백방으로  내로라하는 명의 찾았지만 용한 의사 못 만나고  갖은 첩약에 단방약 다 썼으나 약발 못 받아  끝내 예순일곱에 귀한 명줄 내려놓으신 어머니   만가 소리 구슬픈 꽃가마 타고 황망히 이승의 강 건너시더니 꼭 한 번만이라도 뵙옵기 학수고대해도 왠지, 이때까지 만날 길 없고 내 안에만 계셔 해마다 백화 흐드러지는 오월 이맘때가 되면 앙가슴 저미는 그리움 도집니다 한 생 터벅거리며 살아왔다고 저승걸음이 이리 진땀이냐는 서글픈 눈빛, 애원하는 자식들 둘러보시고는 스르르 눈 감고 된 숨 몰아쉬더니 끝끝내 말문 못 여신 어젯밤 ..

1. 오늘의 시 2024.05.02

내 안의 아버지

내 안의 아버지/ 월정 강대실 천생의 농사꾼 우리 아버지십 남매 중 다섯째로 날 낳으셨다밥상머리에서는 다심으로문밖에서는 길라잡이 등불로회중 가운데로 늘 불러 세워지며몰아치는 풍랑에도 선돌처럼 사시다 예순여섯에 이승의 강 건너황망히 내게로 오셨다마음속 외딴 섬 되어 어디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사립 꼭꼭 걸어 잠그시더니노상 자식이 전부라서내 안에 온전히 살아 계시다살아, 세상을 향한 문 지키신다.

1. 오늘의 시 2024.05.02

울 엄니

울 엄니 / 월정 강대실                  울 엄니, 울 엄니는저승궁궐 금침에 들어 단잠이 드셨는가보고파서 못 잊어서찾아와 무릎 꿇고 흐느끼는 못난 자식보고 싶도 않은 거여이제는 아주아주까막 잊고 계신 거여아냐!,  아냐!날 보고픈 울 엄니 맘무덤가 쑥잎 되어 저렇듯 돋는 거여쥐어뜯고 뽑아내도더욱더욱 싱거럽게정리가 솟는 거여.

1. 오늘의 시 2024.05.02

대숲에 들면

대숲에 들면/ 월정 강대실 얼마나 심지를 곧추세워야 눌리고 비틀려도 아주 휘지 않는,저리 꼿꼿이 일어설 수 있을까얼마나 심전을 갈고 부쳐야 비바람 눈서리 만나 더욱 푸르른, 저리 청청히 살아갈 수 있을까얼마나 심성이 곱고 발라야쉼 없이 구름 쓸어 하늘 드러내는, 저리 세상을 맑혀 살 수 있을까해 저문 고희 강 대숲에 들면한생, 뜨고도 못 보는 당달봉사  부끄러운 내 모습 보인다.

1. 오늘의 시 2024.05.02

풀 뽑는 노인장

풀 뽑는 노인장/ 월정 강대실     병원 앞 쌈지 공원 가로수 성근 그늘 아래수없는 질시와 발길질 아랑곳없이계절을 딛고 무심히 짓어 오른 잡풀 풀 뽑는다 환자복 입은 칠십객 노인장혹자는 거기가 해까닥 했거나 논팽일거라고흘깃대는 눈총 따윈 괘념치 않는다는 듯 괘념 한 번 마음에 걸린다 싶으면사돈네 쉰 떡 보듯 그냥 못 두는 성미신가!한 손에 링거대 움켜잡고 맨손으로 뽑는다 포장마차 호떡 굽는 너부죽한 아낙네파리 날리는 눈빛 뽀르르 쫓아가서는풀은 뽑아 뭐할라요, 내뱉고 휙 돌아선 뒤꼍 마음밭 자꾸만 돋는 노욕을 뽑는다는 듯한사코 겸연쩍은 표정, 한참을 숨 고르는 노인장솔선이 막막한 인해의 촛불로 탄다.초2-810

1. 오늘의 시 2024.05.01

정들다

정들다/ 월정 강대실  새로 둥지를 마련한 이웃 동네십여 년을 같이 운동하는 여자 남편고향에 눌러사는 큰형이 내 갑장이라는셋째 동생뻘 되는 박 동생만나면 만날수록 정들어 친하지요 길가 풀섶 언저리얼씬하면 한눈파는 발길에 짓밟히고고개 수그리고 앉아 두 눈을 크게 떠야비로소 눈 맞출 수 있는 봄까치꽃보면 볼수록 정들어 예쁘지요 서낭당 고개를 지나중간 능선 모퉁이 굽이돌고 밀재 넘어잊어버린 듯 달려야 보이는 산마을전학 간 초등 동창의 고종 동생 산막다니면 다닐수록 정들어 가깝지요 초2-8842024. 4. 13.

1. 오늘의 시 2024.04.30

성묘2

성묘2/ 월정 강대실 순창 팔덕면 창덕리 전 480의2 유년적 아버지 졸졸 따라가 처음 뵈었던 조부님 계신 산동네로 나선다 실오리만 한 기억 앞세우고 온 동네 기웃거려 보아도 그날의 발자국 도무지 간곳이 없다 웃자란 풀숲 밟아 눕히며 가늠으로 여기저기 찾아 헤맨다 불현듯, 내 안에 전율같이 번쩍이는 예감 걸음걸음 발길 쫓는다 산이 내려와 참나무 청청히 키운 숲속 지붕 가라앉은 빈빈한 흔적 부끄럽고 면구하여 토방 밑 무릎 꿇으니 오-냐, 바쁜데도 안 잊었구나! 가슴속 솟구치는 아리디아린 불효. 초2-873

1. 오늘의 시 2024.04.27

배롱나무

배롱나무/ 월정 강대실 담양호 관광단지 앞 굽이진 내리막길조심조심히 따라 내려가다 보면 우측 길턱에 교통 표지판 안고 있는 화사한 나무 한 그루 있다어느 여름날 정처 없는 길 가다우연히 만나 길동무하고부터는영락없는 성자라고 생각하게 된오늘도 묵묵히 내 길목 지켜 서서 줄곧 서행을 당부하더니만 어느새 앞질러 왔는지 보리암에서 뵌 적 있는 부처님같이가부좌 틀고 앉아, 간절히 미소 공양으로 무사를 빌어 주는언제고 마음밭에 기르고픈 배롱나무.

1. 오늘의 시 2024.04.25

뜬소문

뜬소문/ 월정 강대실돈 버는 일 그만두고 나면이왕이면 향리 쪽에다토막집이라도 하나 마련하여詩도 쓰고 고즈넉이 살고 싶었다 호젓한 산자드락 양지바른, 주춧돌 놓을 만한 자리 있을까 하고아내랑 여기저기 둘러보다안면 있는 몇몇 만났더니이젠 다 망해 굽도 젖도 할 수 없어 기어들란갑다고 비아냥대고몰래 숨어든 게 틀림없다고수런댄단 소문 자자했었지.머리털이 약쑥같이 희어지도록호박꽃 소망 고이고이 품고 고향 하늘 부끄럼 없이 우러르며살아 온 나, 어느 누가 알기나 했을까.

1. 오늘의 시 2024.04.25

병아리눈물꽃

병아리눈물꽃/ 월정 강대실 병아리눈물꽃이랑                             얼굴 맞대보았나요머리 조아리고 앉아눈물  뚝뚝  흘려본 적 있나요                                        행여 눈에 띌세라숨소리라도 새어 나갈세라바람도 눈길 보내지 않는맨땅 끝자리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앙증스런 자태로옴실옴실 모여 앉은얌전 자르르한 꽃 우리님 단아한 말씀이 듯마음문 안 열면 볼 수 없는참깨 알 같은 꽃절대 겸허가 몸에 배인 그 꽃. 병아리눈물꽃

1. 오늘의 시 2024.04.25

아내의 발

아내의 발/월정 강대실 길마 무거운 소, 드러눕더니 며칠째 꼼짝 못하는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자락 쏘-옥 나온 두 발 오롯, 가족들 바람의 고임돌 되어 세상의 질고 매운 것 다 심곡에 묻고 한 生 바닥으로 살아온. 구부정한 발가락 거뭇거뭇한 발톱 금이 가 벌어진 발뒤꿈치며 여기저기에 박인 옹이와 굳은살, 도짓소로 살아온 세월의 유산. 한밤, 구도자 고행의 훈장에서 성자의 말씀 들린다 내리 걸어야 할 길을 본다 두 발이 몰래 흘렸을 눈물 헤아리다 마음속 촛대에 불 밝히고 참회의 뜨거운 경배 발볼에 기-인 입맞춤 한다.

1. 오늘의 시 2024.04.24

큰댁 형수

큰댁 형수/월정 강대실 안 잊고 꼭 상골 찾습니다 큰댁 형수가 동구 밖 벅수처럼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리십니다 해와 달 번갈아 이고 지고 한세상 밭고랑창 묻히어 사시다 허위허위 녹두밭 윗머리에 선 앞 고샅 돌멩이 채이는 소리에 고무래처럼 휜 허리 일으켜 뒤뚱뒤뚱 사립까지 걸어 나오시는 아재요, 나는 아주 잊은 줄 알았어! 두 손 덥석 받아 쥐고 한사코 안으로만 들자십니다 마주 앉으면 그새 더 왜소해진 모습 여기저기에 거뭇거뭇한 저승꽃 가슴이 아르르 저며 옵니다.

1. 오늘의 시 2024.04.22

고향에 띄운 편지

고향에 띄운 편지/ 월정 강대실     울 밖 한쪽에 슬슬 뿌려 놓은 푸성귀시나브로 이리 저리 퍼져나가문 열면 온 들에 달래 냉이 참취…  라니! 볕받이 막에서 새끼 치던 짐승들알게 모르게 한 마리 두 마리 뛰쳐나가나서면 산속에 까투리 토끼 멧돼지… 라니! 친구, 참말로 재수가 불붙었네 그려바쁜데 일일이 가꾸고 돌보지 않아도 산열매에 칡뿌리 산삼 녹아든 물 마시고해와 달 별을 보고 우둥푸둥 살찐다니 여보게 친구, 꼭 부탁하네!올여름에는 죽마고우 탁족회 날 잡히면연락 주시게,  밥술깨나 먹네 이제는 내도 벼르던 모교에 가 보고 어우렁더우렁한 사나흘 고향 명소 못 본 데도 둘러보고오며 가며 나물 캐고 사냥도 한번 하세  먹거리 넉넉히 해서 계곡물에 들앉아친구네 잘 익은 가양주도 곁들이어권커니 잣거니, 단단히..

1. 오늘의 시 2024.04.21

골목길

골목길 / 월정 강 대 실 골목길을 좋아한다풀잎 향 그윽한 들판 오솔길이나갯냄새 물씬 풍기는 바닷길도 좋지만인정이 뭉뚝뭉뚝 묻어나는 골목길이 더 좋다 먼동 트면 서로 먼저 내 집 앞 깔끔히 쓸어새날을 기도의 마음으로 열어서 좋고살살이 어느 틈에 종종걸음 쳐 나와깔깔깔 그림자 쫓는 반가운 인사가 좋다 울담 위로 슬그머니 고개 내민 장미쏟아붓는 새빨간 미소를 만나 좋고삐그시 열린 자그마한 쪽문 사이로주인댁 소박한 일상 들여다보여 좋다성근 울 틈으로 성깔지게 흘러나오는갓난애 보채는 소리 절창처럼 좋고개구쟁이들 모아들어 가댁질치다 쏟아내는해맑은 웃음과 우정이 답쌓여서 좋다  바람길 그늘터 평상에 모여 앉은 이웃사촌도란도란 나누는 구수한 이야기꽃 좋고손님을 맞고 보낼 때에는 대문 앞에 나와주고받는 살가운 정이 정..

1. 오늘의 시 2024.04.19

애기 천사와의 약속

애기 천사와의 약속/강대실  네댓 살쯤 된 머슴애동네 공원에 놀러 나왔다 엄마랑맨발의 나를 한참을 바라보더니왜 맨발로 다녀요,신발을 잃어 버렸어요?애기야, 그게 아니고 쫓겨났단다핸드폰 게임을 몰래 해서요응, 그러기도 하고...말 안 듣는다고 엄마한테 맨발로애기는 엄마 말씀 잘 듣나 보네예쁜 신발 신은 걸 보니예,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줘요애기야, 신발 아저씨 주면 어때너무 조그마해서요그럼 후제 많이 자라면 줄 수 있어예!, 잊지 않고 약속해요손가락 걸어요. 초2-883 2024. 4. 13.

1. 오늘의 시 2024.04.18

꽃잎 지것다

꽃잎 지것다/ 월정 강대실  엊그제 봄비에 벙긋벙긋 꽃숭어리 비바람 치면 어떡하나아깝게도 꽃잎 지것다 바람길 심등 켜고 기다렸다고꽃그늘 꽃자리에 앉아 눈도 맞추고한 마리 꽃나비가 되고 싶은데 안간힘을 써 예쁘게 피운 꽃오늘밤은 바람비 내리친단 예보인데꽃잎 하염없이 지것다 마음의 탕개를 조인 봄의 역사가일순의 비바람에 오고 간다고생의 여정도 같다 일러 주려는 듯. 초2-829

1. 오늘의 시 2024.04.09

봄 오는 길목

봄 오는 길목/ 월정 강대실 돌아서지 못한 계절 움츠려 있다 배시시 웃는 햇 살에 녹아 버린 언덕바지 아래 지난 가을의 흔적 옹기종기 둘러앉아 옛이야기 수군대면 대지가 몸 풀어 봄 애기 뾰조록이 머리 내밀고 강에 진치고 있는 동장군 남녘에서 올려 보낸 화신에 전열 풀 고 화평을 화답하는 노래 부르면 마른 풀덤불 속 몸 사리고 있던 갯버들강아지 시름 잊은 듯 창 열고 해동갑하여 연초록 물 품어 올려 단장한다. (1-57.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1. 오늘의 시 2024.04.01

노여운 바람

노여운 바람/ 월정 강대실               간만에 물통골 정상 추월산을 찾으니,노송 하나 솔방울 떨어진 자리에서꼼짝 않고 발붙여 산다 말 붙인다 곰바위 언제인가 생겨나고는 한 번도구름 따라 떠돈 적 없다 말 보탠다바람이 냉큼 달려들어 많이 본 듯하다,어디서 뺨을 얻어맞았는지모가 선 눈 떼거리로 몰려와걸신처럼 먹고 마시고 게걸게걸 떠들다  벼룩의 불알만 한 묘수라도 났는지 끝장을 보겠다고 입찬소리 해 대다 술독에 빠져 즐빗이 꼬꾸라지더니​갈 때는 벌려 놓은 난장판, 나 몰라라   달랑 빈 배낭 하나 주워 매고굶주린 곰에 쫓기듯 허둥지둥 내뺀다고  줏대도 제 곬도 없는 코푸렁이들 백 번, 아니 천 번이라도 맞아도 싸다고열이 받쳐 말 다발총 갈겨댄다 초2-8822024. 3. 22.

1. 오늘의 시 2024.03.28

탐매-화엄매

탐매 /월정 강대실 -화엄매  산동골 산수유꽃 탐스렇단 소문에꽃 같은 내 님이랑 꽃구경 가렸더니들리네 구례 화엄사 화엄매 찾는 음성. 각황전 긴 삼동을 염불로 지새우며길상암※ 들매를 사무치게 기리더니올봄엔 천연기념물※ 입적했네 홍매도. 서둘러 벌거니 꽃단장한 아리따움그윽한 향 백매랑 화엄을 이뤄 내니사바의 구름 중생들 경탄해 마지않네. ※길상암: 화엄사 대웅전 뒷길로 호젓이 가면구층암을 지나서 있음. 수령 450년의 화엄매(들매화. 백매. 천연기념물 485호)가 있음.※천연기념물: 들매에 이어 홍매도 2024년 봄천연기념물 화엄매로 추가 지정 됨. 초2-881

1. 오늘의 시 2024.03.24

봄날 엽서

봄날 엽서 / 월정 강대실 황사바람 훔친 하늘에 금살 넘실댑니다 구례 지리산 들머리 고향 마을 산수유 어느새 여울여울 꽃불 탑니다 그대여, 지금 내가 못 견뎌 하는 건 봄이 너무 좋아서가 아닙니다 무심히 흐르는 섬진강 탓도 아닙니다 그대 떠난 자리에 외로 나동그라진 차디찬 돌멩이여서가 아니고 사무치는 그리움 못 참아도 아닙니다 그대여, 내가 긴긴 봄밤 망연히 지새는 건 하 많은 바람의 싹 파릇이 못 틔워 내고 떨쳐 버리지도 못해서가 아닙니다 가슴을 쓸어안고 피다 스러지는 민둥제비꽃 어르는 봄비의 아픔이 아니고 거기 그냥 서 있는 산 갈마들어 보듬는 계절의 목마름은 정말로 아닙니다 그대여, 지금 내가 너무도 못 견뎌 하는 건 서천에 붉게 타는 저 노을의 아름다움 감히 그대는 까맣게 몰라서 입니다. (2-3..

1. 오늘의 시 2024.03.21

새봄을 그리다

새봄을 그리다/월정 강대실                                        긴 일월의 시간 막다른 골목에 붙박여제대로 운신하기도 힘듭니다 얼부푼 가슴에 짓눌려 갑갑하고탄식 맘대로 뱉어 내지도 못합니다  꼭두 봄 기다림은 어느덧 일상이 되고갈급한 바람 봄의 길목에 우뚝 서서하늘만 뚫어져라 우러릅니다 이봄에는 꼭 뭐든 좋은 일 하나쯤은선뜻 선물처럼 안겨 주시어감사가 가슴 벅찬 새봄 이어야 합니다 마음을 여미어 청심촉 밝히고지새워 애잔한 기도라도 받치렵니다  그늘받이 무욕의 풀잎 하나까지도환희에 찬 얼굴 살짝궁 내밀 모습 그리며. 초2-880

1. 오늘의 시 2024.03.17

광주문학 제 110호(2024.봄)

1. 광주문학 2024 봄.통권 110호 2. 발행일 2024. 3. 10. 3. 발행인: 이근모(광주문인협회장) 4.발표시: 못 못 탕탕! 못 박았다 버럭 불뚝대고 말을 무지르고, 안하무인으로 무던히도 믿었던 이들 가슴에 깨소금처럼 고소했다 마음의 탕개가 풀려 눈에 띄는 것이 없고 하늘 무서운 줄 몰랐다 어쩌다 역지사지할 때는 박은 못에 붙박여 곁이 허했다 세상을 막사는 망나니짓, 질매를 당하고도 버릇을 개 주지 못했다 어느새, 망치도 못도 다 녹슬고 못 쓴 지 오래 종용히 뒷방에 들앉아 면벽하다 파란 많았던 생 뒤돌아본다 꺼들대며 무수히 박은 크고 작은 못 대침 되어 내 야윈 가슴팍에 내리박히고 찬웃음 매서운 눈빛 한없이 뒤통수에 꽂힌다. 5. 증빙사진

그림자 찾는 노인장

그림자 찾는 노인장/월정 강대실 아동들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간간이 창을 넘어 질러오는 오후의 텅 빈 운동장 한 켠   긴긴 세월의 상흔 온전히 부둥켜안고 교계 지켜 서 있는 버드나무 휘늘어진 가지 아래   불언의 위로 주고받으며 긴 벤치에 석불처럼 앉아 있는 소복단장 중절모 쓴 하이얀 노인장   무슨 회상에 저리도 아득히 잠겼을까 ‘왜 아이들이 하나도 안 놀아!’ 기다림 눈자위보다 더 깊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초립동 시절 아련한 그림자 찾아 나왔을까 뛰노는 학동들에게서.   초2-868

1. 오늘의 시 2024.03.13

큰애에게 보내는 메일

큰애에게 보내는 메일/월정 강대실  얘야, 시간 한 번 내거라! 잠깐아무리 곁눈질 할 틈이 없을지라도근일 내로 네 안이랑 민성이랑 셋이서, 꼭 거기 초입 하당에 아버지와 오랫동안벌꿀보다 더 달고 끈끈하게통정해 온 막역지우 한 분 계시니라 미루지 말고 전화 올려 내 말씀 드리고꼭 한 번 찾아뵙고자 한다고언제든 좋으니 시간 주십사 허락 받아라 미리 지척이 천리라고 이 근년 서로 간에염려만 쥐고 살았지 상면 없는 터에 어제는 전화가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발 너르기가 거기 앞바다 정박선이요노적봉보다 더 큰 덕 쌓으신 분이다 했더니너희들이 꼭 찾아뵙고자 한다고 얘기했다 가서는 곡진히 정례에 약주 한 잔 올리고언제고 올라오시면 꼭 한자리 하시잔 다고말씀 잊지 말고 틀림없이 올려라 시종 말씀 새겨듣고 일어설 ..

1. 오늘의 시 2024.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