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노인장(관련 시 3편)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 17. 20:25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그림자 찾는 노인장/월정 강대실

 

 

아동들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간간이 창을 넘어 질러오는

정오의 텅 빈 운동장 한 켠

 

긴긴 세월의 상흔 온전히 부둥켜안고

교계 지켜 서 있는 버드나무

휘늘어진 가지 아래

 

불언의 위로 주고받으며

긴 벤치에 석불처럼 앉아 있는

소복단장에 중절모 쓴 하이얀 노인장

 

무슨 회상에 저리도 깊이 젖었을까

왜 아이들이 하나도 안 놀아!’

눈자위보다 더 깊은 기다림

 

아직도 잊히지 않는 초립동 시절

아련한 그림자 찾아 나왔을까

뛰노는 학동들에게서.

 

   

골목길 노인장월정 강대실

 

도시 변방 어둑한 주택가

길모퉁이 웅크린 기와집 샛문 설주에

형틀 같은 작은 의자 하나 달렸다

오늘도 문안 든 불빛 몇 가닥 함께 앉아

한 노인장 빈손 수행하시는 중이다,

더는 못 보게 징벌 받았을까?

그 언젠가는 번쩍 뜰 수 있을까?

처음부터 궁금하고 가여움 가득했던

진흙탕 세상 담벼락 같이 살려다

두 눈 벌거니 뜨고도 허방다리를 짚어

그만큰물에 방천 터지듯 무너지고 말았다

틀어박혀 이렁저렁 오만 생각을 다 하다

닳고 터진 맨발 허겁지겁 노인장 찾는다

사람들 맹자 만나 되게 재수 없다고

침 뱉지 않아 감사할 뿐이라며

마음만 잘 먹으면 북두성이 굽어보시니

어여 가 밝은 두 눈 크게 뜨고

이 좋은 세상 온전히 품어라 이르신다

 

(3-90.3시집 숲 속을 거닐다)

 

 

풀 뽑는 노인장/ 월정 강대실

 

병원 앞 쌈지 공원 가로수 성근 그늘 아래

수없는 질시와 발길질 아랑곳없이

계절을 딛고 무심히 짓어 오른 잡풀

 

풀 뽑는다 환자복 입은 노인장

혹자는 거기가 해까닥 했거나 논팽일거라고

흘깃흘깃 쏘아대는 눈총 상관없다는 듯 괘념

 

한 번 마음에 걸린다 싶으면

사돈네 쉰 떡 보듯 그냥 못 두는 성미이실까

한 손에 링거대 움켜잡고 맨손으로 풀 뽑는다

 

포장마차 호떡 굽는 오지랖 넓은 아낙네

파리 날리는 눈빛 뽀르르 쫓아가서는

풀은 뽑아 뭐할라요내뱉고 휙 돌아선 뒤꼍

 

마음밭 자꾸만 돋는 노욕을 뽑아낸다며

한사코 겸연스레 숨 고르는 칠십객 노인장

솔선이 막막한 인해의 촛불로 탄다.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노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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