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당산할아버지/ 월정 강대실
발길이 끊어졌다 했는데...
이렇게 듬직하고 초롱초롱한 모습들이구나
네 아버지 자식들 거름이 돼야 한다고
눈물로 떠나셨다, 강보의 떡애기 때
당산할아버지는 처음 생겨나서부터
발 내린 데가 천국이다며 쭉 눌러 산다고
윗대 어른들 함자만이 아니라
집안 내력, 숟가락 개수까지 훤하셨다
세상은 갓 지난 어제가 옛날이고
바야흐로 별세계 여행의 꿈에 부풀지만
꼭 자기 일을 꽃피운 자라야 한다며
곳곳에 어린 선대의 향기 음미하고
도랑물에 삶에 얼룩진 일월을 씻고
애가 타던 난마의 실마리까지를 찾았으니
올라가서 잘 아퀴를 지어라 하시고는
우리는 떠난 이들을 위해 늘 기도한다
어떻든지 고향 쪽으로 머리를 두르고
마음은 앞산처럼 푸르러라 등을 토닥인다.
초2-870
2024.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