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491

눈보라 // 황지우

눈보라 / 황지우 원효사 처마 끝 양철 물고기를 건드는 눈송이 몇 점, 돌아보니 동편 규봉암으로 자욱하게 몰려가는 눈보라 눈보라는 한 사람을 단 한 사람으로 있게 하고 눈발을 인 히말라야소나무숲을 상봉으로 데려가 버린다 눈보라여, 오류 없이 깨달음 없듯,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는 사람은 지금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 무등산 전경을 뿌옇게 좀먹는 저녁 눈보라여, 나는 벌받으러 이 산에 들어왔다 이 세상을 빠져나가는 눈보라, 눈보라 더 추운 데, 아주아주 추운 데를 나에게 남기고 이제는 괴로워하는 것도 저속하여 내 몸통을 뚫고 가는 바람소리가 짐승 같구나 슬픔은 왜 독인가 희망은 어찌하여 광기인가 뺨 때리는 눈보라 속에..

[스크랩] 人 生... 서산대사께서 입적하기 직전 읊은 해탈詩중에서-

─━☆행복한시간되세요☆─━ 人 生... -서산대사께서 입적하기 직전 읊은 해탈詩중에서-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 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 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

[스크랩] 숲, 침묵 // 백무산

숲 # 시 전문 읽기 비 개인 숲이 옷을 벗는다터진 구름 사이바람 몇 점 푸르게 일더니새들이 울기 시작한다.새들 소리에 후두둑 후둑 떨구더니초록의 물결이 철철철 넘쳐난다.숲이 쏟아놓고 숲이 잠긴다. ▶ 비 갠 후의 숲의 청신한 모습(서경) 여기 와서 침묵하니내 침묵에 내가 잠긴다.숲이 숲 같지 않구나.새들이 새들 같지 않구나.내 몸 밖의 것 같지 않구나.터진 구름 사이 푸른 하늘도내 마음 밖의 것 같지 않구나. ▶ 세계와 하나임을 깨닫는 화자(서정) # 핵심 정리* 성격 : 성찰적, 체험적* 특징 1) 역설적 발상의 이용 2) 의인법의 활용 3) 선경 후정의 시상 전개* 주제 : 세계와 인간의 하나됨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숲'이라는 공간적 ..

[스크랩] 녹을 닦으며 //허형만

녹을 닦으며 _ 공초14 -허형만 새로이 이사를 와서 새로운 삶의 시작(자기 반성의 계기) 형편없이 더럽게 슬어 있는 흑갈빛 대문의 녹을 닦으며 자기 성찰의 매개체 / 인식의 계기 마련 내 지나온 생애에는 얼마나 지독한 녹이 슬어 있을지 더렵혀진 영혼(대문의 녹→내면의 녹)에의 인식 : 치열한 자기 반성의 행위를 이끌어 냄. 녹 : 부조리한 현실에의 순응, 화자의 부정성 /회한의 슬픈 역사 부끄럽고 죄스러워 손이 아린 줄 몰랐다.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 치열한 자기 반성 부끄럽고 죄스러운 손 : 자기 세계에만 안주하는 과거 삶에 대한 인식 ▶대문을 닦으며 자신의 생을 되돌아봄 나는, 대문의 녹을 닦으며 내 깊고 어두운 생명 저편을 보았다. 부끄럽고 죄스러운 과거의 삶 비늘처럼 총총히 돋혀 있는 추상적 ..

[스크랩] 허형만/ 5월이 와도 피어나지 못하는 한라산 철쭉

5월이 와도 피어나지 못하는 한라산 철쭉 허형만 이 나라에 태어나 난생 처음 한라산 상상봉을 오르면서 오월 산천 흐드러진 철쭉 여기서만은 꽃망울도 터지지 않았다. 으레 봄날이 오면 피려니 했던 철쭉 한 송이도 피어내지 못하는 한라산 상상봉을 오르면서 우리는 얼마나 크낙한 희망으로 서있는..

[스크랩] 허형만// 밤비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위한 헌시

밤비 허형만 비 나리는 밤이면 어머니는 팔순의 외할머니 생각에 방문 여는 버릇이 있다. 방문을 열면 눈먼 외할머니 소식이 소문으로 묻어 들려오는지 밤비 흔들리는 소리에 기대앉던 육순의 어머니. 공양미 삼백석이야 판소리에나 있는 거 어쩔 수 없는 가난을 씹고 살지만 꿈자리가 뒤숭숭하시다? 외가댁에 다녀오신 오늘, 묘하게도 밤비 내리고 방문을 여신 어머니는 밤비 흔들리는 소리에 젖어 차라리 돌아가시제. 돌아가시제.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위한 헌시 나의 시에서 ‘여성’에 관한 시는 단연 어머니가 많다. 그리곤 겨우 ‘아내’나 ‘누이’, 아님 실크로드 여행 후에 쓴 투루판박물관의 미라 소녀,지리산의 여신 마야고, 그리고 도미의 아내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로 나의 시에서 어..

애기의 꿈/서정주

애기의 꿈 글쓴이 : 새벽안택상 조회수 : 5307.11.02 14:24 http://cafe.daum.net/aaats/gcz/14707 애기의 꿈 서정주 애기의 꿈 속엔 나비 한 마리 어디론지 날아가고 햇빛만이 남았다. 그래서 꿈에서 깨어난 애기는 창구멍으로 방바닥에 스며든 햇빛을 눈 대 보고, 뺨대보고 만져보고 웃는다. 엄마도 애기처럼 이렇다면은 세상은 정말로 좋을 것이다.

[스크랩] [서정주] 바위와 난초꽃 ─ 불기(佛紀) 2517년 첫날에 부쳐

바위와 난초꽃 ─ 불기(佛紀) 2517년 첫날에 부쳐 바위가 저렇게 몇 천년씩을 침묵으로만 웅크리고 앉아 있으니 난초는 답답해서 꽃 피는 거라. 답답해서라기보다도 이도령을 골랐던 춘향이같이 그리루 시집이라도 가고파 꽃피는 거라. 역사 표면의 시장 같은 행위들 귀 시끄런 언어들의 공해에서 멀리..

고향 난초 //서정주

고향 난초 ♧ - 서정주 - 글쓴이 : 개와고양이 조회수 : 1506.10.06 06:54 http://cafe.daum.net/wlswn1960/38BS/1435 ♣ 故鄕 蘭草내 고향 아버님 산소 옆에서 캐어온 난초에는내 장래를 반도 안심 못하고 숨 거두신 아버님의반도 채 다 못 감긴 두 눈이 들어 있다.내 이 난초 보며 으시시한 이 황혼을반도 안심 못하는 자식들 앞일 생각타가또 반도 안 감기어 멀룩멀룩 눈 감으면내 자식들도 이 난초에서 그런 나를 볼 것인가.아니, 내 못 보았고, 또 못..

[스크랩] 춘궁(春窮)//서정주

보름을 굶은 아이가 산(山) 한 개로 낯을 가리고 바위에 앉아서 너무 높은 나무의 꽃을 밥상을 받은 듯 보고 웃으면, 보름을 더 굶은 아이는 산(山) 두 개로 낯을 가리고 그 소식을 구름 끝 바람에서 겸상한 양 듣고 웃고, 또 보름을 더 굶은 아이는 산(山) 세 개로 낯을 가리고 그 소식의 소식을 알아들었는가 인제는 다 먹고 난 아이처럼 부시시 일어서 가며 피식 웃는다. **사정주(1915~ 2000) **중앙일보(2007.1.4 31면 '시가 있는 아침')게재 **정끝별시인말씀: 보름 굶을 때마다 산 그림자가 하나씩 깊어집니다.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는 말.생생합니다.먹을 수록 '허천병'을 부르는 진달래꽃.박태기꽃.찔레순.삘기...,산 하나씩을 훑어 먹어가며 보..

고요 // 서정주

고요 / 서정주 이 고요 속에눈물만 가지고 앉았던 이는이 고요 다 보지 못하였네. 이 고요 속에이슥한 삼경의 시름 지니고 누었던 이도이 고요 다 보지는 못하였네. 눈물,이슥한 삼경의 시름,그것들은 고요의 그늘에 깔리는한낱 혼곤한 꿈일뿐, 이 꿈에서 아조 깨어난 이가비로소만길 물 깊이의 벼락의향기의꽃새벽의옹달샘 속 금동아줄을타고 올라 오면서임 마중 가는 만세 만세를침묵으로 부르네.

거룩한 식사//황지우

거룩한 식사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을 먹을 때 울컥,하고 올라 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 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 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 흘기며 숟갈 싸움을 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 세상 떠넣어주며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 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으로 가득 꺼 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 겨운가. 나이가 들수록 한끼 밥을 먹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낍니다. 남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자신의 울타리를 지켜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삶은 나이가 들수록 무거워져 나를 더 단련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