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489

가난한 사람에게//정호승

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 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 밖에 걸어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가까움 느끼기//용혜원

가까움 느끼기 - 용혜원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끝도 알 수 없고 크기도 알 수 없이 커가는 그리움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늘 마주친다고 서로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삶을 살다보면 왠지 느낌이 좋고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고 늘 그리움으로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까움을 느끼려면 모든 껍질을 훌훌 벗어내고 정직해야 합니다. 진실해야 합니다. 솔직해야 합니다. 외로움으로 고독만을 움켜잡고 야위어만 가는 삶의 시간 속에 갇혀있어서는 불행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더욱 가까워지기를 연습하며 서로 사랑하기 위하여 묶어 놓은 끈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 시 화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하늘에는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그리고 내 안에는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스크랩] 임진강에서 // 정호승

임진강에서 정호승 아버지 이제 그만 돌아 가세요 임진강 샛강가로 저를 찾지 마세요 찬 강바람이 아버지의 야윈 옷깃을 스치면 오히려 제 가슴이 춥고 서럽습니다 가난한 아버지의 작은 볏단 같았던 저는 결코 눈물 흘리지 않았으므로 아버지 이제 그만 발걸음을 돌리세요 삶이란 마침내 강물 같은 것이라고 강물 위에 부서지는 햇살 같은 것이라고 아버지도 저만치 강물이 되어 뒤돌아보지 말고 흘러가세요 이곳에도 그리움 때문에 꽃은 피고 기다리는 자의 새벽도 밝아옵니다 길 잃은 임진강의 왜가리들은 더 따뜻한 곳을 찾아 길을 떠나고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길 되어 어둠의 그림자로 햇살이 되어 저도 이제 어디론가 길 떠납니다 찬 겨울 밤하늘에 초승달 뜨고 초승달 비껴가며 흰 기러기 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