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스크랩] [서정주] 바위와 난초꽃 ─ 불기(佛紀) 2517년 첫날에 부쳐

월정月靜 강대실 2008. 2. 21. 15:36

바위와 난초꽃 
─ 불기(佛紀) 2517년 첫날에 부쳐
바위가 저렇게 몇 천년씩을
침묵으로만 웅크리고 앉아 있으니
난초는 답답해서 꽃 피는 거라.
답답해서라기보다도
이도령을 골랐던 춘향이같이
그리루 시집이라도 가고파 꽃피는 거라.
역사 표면의 시장 같은 행위들
귀 시끄런 언어들의 공해에서 멀리 멀리
고요하고 영원한 참 목숨의 강은 흘러
바위는 그 깊이를 시늉해 앉았지만
난초는 아무래도 그대로는 못 있고
「야」한마디 내뱉는 거라.
속으로 말해 나직히 내뱉는 거라.
-
 저를 나직히 내뱉어본 적이 있었는지 
 아, 바위 시늉은 못 낼 망정
 소리라도 작게 내는 삶을 살아야할텐데
 <소리없이 강하다> 
 - 누비라 였나? 아무튼-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하수처리, 김수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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