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거룩한 식사//황지우

월정月靜 강대실 2008. 1. 21. 17:54

거룩한 식사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을 먹을 때
울컥,하고 올라 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 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 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 흘기며 숟갈 싸움을 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 세상 떠넣어주며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 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으로 가득 꺼 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 겨운가.



나이가 들수록 한끼 밥을 먹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낍니다.
남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자신의 울타리를 지켜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삶은 나이가 들수록 무거워져 나를 더 단련 시키는 것 같습니다.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라는 구절이
혼자 밥을 먹는 가장들의 가장 처절한 책임감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 하루도 더 보람차게 살아야 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