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의 독백(獨白) ― 사소(娑蘇) 단장(斷章) - 서정주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유한과 무한의 경계(=바닷가, 문)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鷹]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싫증을 느낌 노래,말,산돼지,산새: 새로운 이상세계에의 개척을 열망하는 시적 자아에게 있어서 이미 추구한 가치를 잃은 대상 ▷ 인간세계의 유한성, 삶에 대한 좌절과 회의 꽃아, 아침마다 개벽(開闢)하는 꽃아. 추구의 대상, 생명을 지닌 존재, 핵심적 이미지(소멸과 생성, 죽음과 부활의 방식으로 영원한 생명 상징) 자연, 영원, 선의 세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 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이상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나 그 본질이나 내면을 알지 못하는 시적 자아의 모습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이다. 자신의 한계 자각(신선이 되지 못하는 사소의 자각 한계) <문>: 한계상황과 초월적 세계 사이의 경계면, 유한과 무한의 경계면, 현상과 본질, 이승과 저승, 인간과 우주 차원, 한정된 삶과 영생의 경계 이미지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주술적 절규,(영원의 세계를 향한 뜨거운 열망)-의문과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하는 화자의 안타까움 ▷자연과 동화될 수 없는 인간 본질의 한계성, 정신적인 생명에 대한 갈망과 동경 벼락과 해일(海溢)만이 길일지라도 화자가 극복해야할 온갖 고통이나 형벌, 험하고 어려운 시련, 역정의 길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영원의 세계를 갈망하는 화자의 모습 <사조(思潮)> 창간호, 1958.6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독백적, 명령적, 희원적 제재: 꽃 특징: 설화의 시적 수용 구성 1연(1-6):인간세계의 유한성(사소의 입을 통해) 2연(7-11):인간 본질의 한계성, 무위이화(無爲而化) 3연(12-14):신생의 갈망 배경: 선도사상 주제 : 우주의 비밀에 도달하고자 하는 열망, 꽃의 염원- 본질적 생명의 추구, 구도자의 신앙적 염원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삼국유사>에 실려 전하는 ‘사소 설화’를 변용하여 구도자(求道者)의 신앙적 염원인 영원한 절대 세계에 대한 열망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사소’는 신라 시조인 박혁거세의 어머니이다. 그녀는 처녀로 잉태하여 산으로 신선 수행(神仙修行)을 떠난 일이 있는데, 이 시는 집을 떠나기 전, 집 꽃밭에서의 독백을 시화한 것으로 인간 세계의 유한성과 인간 본질의 한계성을 깊이 인식한 ‘사소’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의 부활을 갈망하는 구도적 정신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시는 전 14행의 단연시로 내용상 3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단락은 1~6행으로 인간 세계의 유한성을 제시하고 있다. 노래가 좋기는 가장 좋아도 그 소리는 구름까지 갔다가는 돌아올 수밖에 없고, 힘차게 달리는 말도 바다에 이르면 멎을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게 된 화자, 즉 ‘사소’가 산돼지나 산새들에게 입맛을 잃어버렸다는 독백을 통하여 인간 세계의 유한성을 말하고 있다. 2단락은 7~11행으로 자연과 동화될 수 없는 인간 본질의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핵심적 이미지인 ‘개벽하는 꽃’은 소멸과 생성, 죽음과 부활이 반복됨으로써 거듭 태어나는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 화자는 ‘꽃’으로 상징된 자연의 세계, 곧 영원의 세계에 합일되려 하지만, 결국은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인 자신의 한계만을 자각할 뿐이다. 다시 말해, 신선이 되고 싶어하는 ‘사소’는 열심히 선(仙)의 세계를 꿈꾸고 있으나, 그 때마다 영원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성을 확인하고 절망하는 것이다. 3단락은 12~14행으로 영원의 세계를 갈망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벼락’과 ‘해일’은 영원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화자가 극복해야 할 온갖 고통이나 형벌을 의미하며,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라는 주술적 성격의 반복되어 나타나는 절규 속에는 영원의 세계를 향한 뜨거운 열망이 담겨 있다. 그것은 바로 현실 세계의 대지적 존재를 벗어나 영원한 세계로 상승하고자 하는 화자의 희원(希願)이자, 결국은 이 시의 작자, 미당의 희원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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