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267

춘래불사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월정 강대실  봄은 왔는데내 안은 봄이 아니어가시덤불 앙상궂은 마음으로봄맞이 간다 물아래로                           둔덕 밑 양지받이에새뜻하게 단장하고옹기종기 앉아 있던 봄아씨들 심곡의 봄은, 그리고생은 다 이런 것 이라해답이라도 줄 것처럼눈길을 건네더니 굴속 같은 일상 허위허위 털고늘 푸르른 소망에 산다는 듯빙긋이 웃는다.(초2-916.)

1. 오늘의 시 2025.03.07

새봄을 위하여

새봄을 위하여/월정 강대실  긴 일월의 시간 막다른 골목에 붙박이어선뜻 내치고 일어서지 못합니다얼부푼 가슴이 컥컥 숨이 막혀도맘대로  장탄식 내뱉을 수 없습니다회한은 차곡차곡히 아픔으로 쌓이고기다림은 어느덧 일상이 되어갈급한 바람은 서러운 길목에 망연히 서서  붉게 넘는 서녘 하늘만 바라봅니다 당신과 지새운 언약은 없었어도꼭 이봄에는 아무거나 좋은 일 하나쯤은선뜻 선물처럼 안겨 주시어지난날이 감사로 벅찬 새봄 이어야 합니다 마음을 여미어 청심촉 밝히고언제까지라도 애잔한 기도 받치렵니다그늘받이 무욕의 풀잎 하나하나가환희에 찬 얼굴 살짝궁 내밀 모습 그리며.(초2-915. 2025. 3. 7)

1. 오늘의 시 2025.03.07

한식날

한식날 /월정 강대실  순창 평지리 꽃동네이사 길에 집에 들러 하룻밤 유하셨던증 고조부님 동문까지 마중 나오셨네 근엄한 모습에다한없이 인자하고 흡족한 표정들이신 고맙다!, 네 덕분에윗대 할아버님 모시고 무탈하게 지낸다 그동안, 타촌 야로나 겨우 면한 협실에서얼마나 마음고생 하셨을까를 생각하니면목 없고 몸 둘 바 몰라 조촐한 주안상에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 올릴 때 저 건너 아미산 훌쩍 치달아왔네키 큰 산벚나무 환히 웃었네.(4-75/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5.03.06

자작골 봄밤

자작골 봄밤/ 월정 강대실  쑥잎 다보록이 돋아나하늘 희뿌옇게 장막 진 봄날산정 곰바위 빤히 내려다보는 자작골산방에 다들 모여들었다 세상 사는 것처럼 꼭 한 번 살자더니돌아보면 물 위에 떠도는 나뭇잎기대할 건 대답 없는 바람뿐이라고골짜기보다 더 깊은 회한앞산 자락 어느덧 어둑발 깊다주배 돌아갈수록 넘치는 우정방 안 가득히 흐르는 취기함께 있어도 혼자 고독을 고독하고주검처럼 천장 서까래 응시한다노래방 옛 노래 목이 메어서바람은 꽃잎 몰아다 쉼 없이 문을 때리고두 눈 말똥말똥한 불면 속속절없는 봄밤 길기만 하다.(2-26/제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

1. 오늘의 시 2025.03.06

봄날의 초대

봄날의 초대/ 월정 강대실                                                                                                                              꽃샘바람에 기별 일러 보내네 가난을 벗어나겠다고 철없이 등진 고향꿈길에서도 가슴속 품고 산다는 죽마고우 봄날의 잔치에 초대하네 지금도 처음 그 자리 지키는 산은  오늘도 깊은 산 석간수 길러 올려밤낮없이 실개울로 샛강으로 흘려보내향촌은 온통 능라비단 단장했다고 때없이 바람에 몸 씻고 기도하는 나무텃새들 노래 소리에 휘영청 꽃등 내걸고벌 나비 한바탕 분탕질하고 간 자리에찬란한 그리움 키우고 있다고 논두렁에 소복소복 순한 쑥이 돋고실개울가에 돌미나리 향 진동하니..

1. 오늘의 시 2025.03.05

산을 바라봅니다

산을 바라봅니다/ 월정 강대실산이 그리운 날 있습니다죄 진 것처럼 마음이 한 줌만 해지고저절로 먼 산에 눈길이 갈 때가 있습니다.욕망의 구렁에서 허우적이다불현듯 내가 부끄러워지면한이 없이 산을 바라봅니다분수를 아는오뇌의 동아줄에 꽁꽁 옥죄여그지없이 내가 나약해지면하염없이 산을 바라봅니다흔들릴 줄 모르는 세월의 갈피에 놀빛 배어들고속절없이 내가 허망해지면시름에 겨워 산을 바라봅니다계절을 부둥키는. 외길로 앞만 보고 걷다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었다 여겨지면나도 모르게 먼 산 바라봅니다도반으로 함께 가고 싶어집니다.(2-102/ 먼 산자락 바람꽃)

1. 오늘의 시 2025.03.05

영산홍

영산홍/월정 강대실                                            영안실 앞마당 무더기 무더기 찾아들어 봄날이 시새워 잎새 연방 고갤 내밀면 아무런 기색 없이 꽃자리 내주고 수술 끝 대롱 달린다 봄바람 오열 소리 묻어 오면 살포시 발 아래 내려앉아 오월 끌어안고 핏빛 머금은 채 이울다.(1-58/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1. 오늘의 시 2025.03.05

태왕봉 일기2-나무 따라가다

태왕봉 일기2/월정 강대실-나무 따라가다  신새벽 무탈을 기도하며 태왕봉 찾는다다듬다듬 산문에  닿자 어여 따르라며허리 꼿꼿이 세운 왕대나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음 재촉한다 두 다리가 탄탄한 젊은 소나무일월의 상흔 덕지덕지한 노송 부축하며앞뒤로 애기나무 몇몇 달고얼굴이 불그레하여 산턱 함께 넘잔다첫눈에 세수가 지긋한 굴참나무 어느 결 봉마루에 나볏이 올라앉아 쓰러져 곰삭은 진대나무 망연히 바라보다어서 오라며 옆을 내준다  나뭇개비 같은 나 찬찬히 쳐다보더니지금까지 탈 없이 항해를 해 다행이다며 건너 쪽 산발 볕받이 여정의 도반노거수와 가지 아래 요양원 가리킨다. (초2-908/2025. 3. 2.) ※태왕봉: 필자의 거처 인근의 자그마한 뒷산.둘레길 정자 등이 있어 많은 주민들이 찾음.

1. 오늘의 시 2025.03.04

제비꽃

제비꽃/월정 강대실 길섶 돌 틈 사이면 어떠나요발붙인 땅에 정들어 살라네요채이고 밟히는 아픔 같은 거대궁 끝 꽃으로 피워올리며봄의 초행에 반가이 눈 주더니깜찍하다 옆에 쪼그려 앉더니 환희에 차 머리를 쓰다듬다그만 눈에 눈물이 어린 당신불현듯 왜 내 가슴 쥐어뜯나요그리 슬쩍 버리고 일어서나요미어지는 아픔 한아름 부등코남은 이 봄을 지새워 살라네요.(초2-910/2025. 3. 4.)

1. 오늘의 시 2025.03.04

정도리 구계등에서

정도리 구계등에서/ 월정 강대실  억겁을 매를 맞아둥굴둥굴 만월보살 닮은 얼굴오늘도 매를 벌고 있다즐비하니 맨몸 맞대고 앉아하루에도 수천수만 번처얼썩 철썩 득도의 물매 받는다몽돌밭 들어서다, 여태모난 말의 뼈 다 발라내지 못한 나화끈 달아오르는 부끄러움한 발짝도 달싹 못하고밤톨만 한 돌멩이 하나 집어 들고우두망찰 먼 섬 바라보다고개를 떨구고 돌아서 나오자귓속을 꿰뚫는 바람 소리앙가슴 지르는 물매 소리종아리에 떨어지는 아버지 회초리 소리.(2-77. 먼 산자락 바람꽃)

1. 오늘의 시 2025.03.04

봄앓이2

봄 앓이2/ 월정 강대실  어디랄 것 없이여기저기가 쑤시고 저려노루잠 깨어 뒤척이는 밤어디선가 송곳같이 파고드는적막 깨는 소리,귀를 재면또-옥 똑 낙숫물 듣는 소리창밖 여명의 유혹에화-알-짝 나들문 열고 나오니겹겹이 쌓인 침묵의 뜨락에새악씨 볼에 피는 부끄럼처럼춘색 머금은 석류나무치렁치렁한 실가지 끝송알송알 맺힌 빗방울.(3-59)

1. 오늘의 시 202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