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봉 일기2/월정 강대실
-나무 따라가다
신새벽 무탈을 기도하며 태왕봉 찾는다
다듬다듬 산문에 닿자 어여 따르라며
허리 꼿꼿이 세운 왕대나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음 재촉한다
두 다리가 탄탄한 젊은 소나무
일월의 상흔 덕지덕지한 노송 부축하며
앞뒤로 애기나무 몇몇 달고
얼굴이 불그레하여 산턱 함께 넘잔다
첫눈에 세수가 지긋한 굴참나무
어느 결 봉마루에 나볏이 올라앉아
쓰러져 곰삭은 진대나무 망연히 바라보다
어서 오라며 옆을 내준다
나뭇개비 같은 나 찬찬히 쳐다보더니
지금까지 탈 없이 항해를 해 다행이다며
건너 쪽 산발 볕받이 여정의 도반
노거수와 가지 아래 요양원 가리킨다.
(초2-908/2025. 3. 2.)
※태왕봉: 필자의 거처 인근의 자그마한 뒷산.
둘레길 정자 등이 있어 많은 주민들이 찾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