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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의 메타세쿼이아 학동

폐교*의 메타세쿼이아 학동/月靜 강대실 가마골 길목 외진 산마을 소년촌* 가파른 산자락 밑 폐교 지경의 열아홉 그루 메타세쿼이아 학동 깊어가는 산빛에 흠뻑 젖어 애초의 선생님 말씀 저버리지 않는다 일 열로 길게 세워진 채로 운동장 가득 푸른 그림자 담고 오늘도 허허로운 학교 지켜 서 있다 어깨 너머 들은 배움이련만 가뭄 세상에 본이 되어야 한다는 듯 한 번을 틈 버그러진 일 없다 서로 어깨 나란히 겯고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도란도란 산 너머 먼 산읍 길 까치발로 내다보며 그때 함성보다 더 푸른 기상 높고 넓은 하늘에 펼친다. *폐교: 담양군 용면 용연리 용면북초등학교 *소년촌: 담양군 용면 용연리 용동마을을 이름

1. 오늘의 시 2016.01.30

무당벌레

무당벌레 / 月靜 강대실 사온일 거둥길 따라 긴 동면 든 산방 찾는다 나들문 빗장 열어 제치자 덥석 집어삼키려는 시퍼런 냉기 도망치듯 비집고 들어서니 때꾼한 무당벌레 한 마리 조아리며 비손하며 인기척한다 이 작자가, 무단 투숙을! 감히 어디라고 여기서 반문 열고 끌어내려 하자 갈쌍갈쌍한 눈빛, 나그네가 외려 주인 노릇을… 엄동설한 어이 건너라고! 가슴 찔리는 소리 들린다.

1. 오늘의 시 2016.01.20

언덕 위 미루나무

언덕 위 미루나무/ 月靜 강 대 실 너를 만나려고 우듬지 높다란 까치집 보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한 그루 나무가 못되고 곁가지도 되지 못하고 시려운 강변에 어설픈 해거름 벅수처럼 서 있다 때를 알아 잎을 떨구는 그 아름다움 까치 부부 사랑을 끌어안고 하늘 끝 치키는 이 향기 나를 안기에도 내 가슴이 늘 부족하기만 한 무지렁이 드레드레 부끄러움 매달고 바람 높은 둔덕 네 발아래 서성인다. 언덕 위 미루나무 / 月靜 강대실 너를 만나려고 우듬지 높다란 까치집 보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한 그루 나무가 못되고 곁가지도 되지 못하고 시려운 강변에 어설픈 해거름 벅수처럼 서 있다 때를 알아 잎을 떨구는 그 아름다움 까치 부부 사랑을 끌어안고 하늘 끝 치키는 이 향기 나를 안기에도 내 가슴이 늘 부족하기만 한 무지렁이 ..

1. 오늘의 시 2016.01.05

새해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 이채

새해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詩 / 이채 날마다 찾아오는 아침이라도 밤마다 이슬 같은 꿈을 꾸며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도록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게 하소서 어떤 일이든지 결과보다 과정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여 설령 노력의 댓가가 없을지라도 포기하지 않는 꿋꿋함으로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소서 남과 비교하지 말며 크든 작든 나의 삶에 만족하며 나는 나일 뿐이라는 자아를 성찰하는 자세로 일상의 소박한 것들에 감사하게 하소서 겸손과 친절로써 마음의 꽃잎이 부드럽고 생각의 향기가 아름다워 누구나 함께 하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벗이 슬플 때 함께 슬퍼할 줄 알고 이웃이 아플 때 함께 아파할 줄 ..

어떤 친구

어떤 친구 / 月靜 강 대 실 백년가약이 무슨 애들 소꿉장난인가 어떤 친구가 외근 중 차량이 발을 헛딛어 오랜 병상 신세 지다 세 발로 나와결국엔, 늙은 도짓소 신세가 되고 말았다생활 전선에 나섰던 부인 몇 년 간 알바에 보험에 방물장사로 돌다받을 덴 없고 사방에 줄 것만 쳐졌다친구, 산 입에 거미줄이냐며 투자했더니 덜컥 덫에 걸려 빚더미에 치였다하나는 몇 십 년을 통째로 쥐어 준 봉투어디에 빼돌렸냐 야단치고한쪽은 여우한테 홀려 쪽박 찼다고서로 삿대질에 너니 내니 덤터기 씌우다기어이, 큰 사달이 났다 허리띠 졸라 얼기설기 마련한 아파트며 묻어 둔 땅 몇 평까지 홀랑 넘겨주고 끝내는 도장 찍고 각자 돌아서고야 말았다손가락 걸고, 반쪽입네 하나네 하다가도 한 번 토라져 등 돌리게 되면부부간은 깨어진 그릇 되..

1. 오늘의 시 2015.12.15

엮임에 대하여

- 月靜 강 대 실 - 법성포에서 천혜의 풍광에 몸값이 금 되는 줄줄이 엮인 굴비두름 본다, 어디 엮이는 게 굴비뿐이랴? 부모 자식 부부로, 친구 동료 이웃……으로 우리는 겹겹이 엮이어 산다. 그러나, 요즘 TV에 돈에 눈먼 사람들이 세상살이 不知不識 간 넓어진 보폭만큼이나 오랏줄에 굴비처럼 엮이어 닭장차 오르는 추태 수없이 본다. 칼자루 쥔 의자 올라앉을수록 한밑천 단단히 잡을 호기라도 만난 듯 돈독에 한없이 얼이 나가 팔고리 동아줄에 꽁꽁 엮이어 권위와 인품에 먹칠 하고 인생 종지부 찍는다. 종당에는 빈손으로 칠성판에 엮이어 무덤으로 가는데

1. 오늘의 시 2015.12.04

큰누님

큰누님/ 월정 강대실 도배지 무늬처럼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 문갑 속 고이 모신 족보 배견하다 밀쳐놓고 옆의 아버지 제적등본 찬찬히 살핀다 남매간 일면식도 없이 한 뼘 흰 집에 갖혀서도 세월의 깊이보다 더 애틋이 여섯 살 위 양순이 누님 마음을 틀어쥔다 예쁜 딸 봤다고, 세간 밑천이라고 얼마나 기분이 훨훨 날 것 같았을까 아버지 아뿔싸!, 이 무슨 우환덩어리 인가! 갓 세 살 뾰조롬한 떡잎 젖배 곯았을까? 돌림병 맞았을까? 아님, 전생의 업 다 못 벗어 세상이 버렸을까? 천국의 두 분께는 입도 뻥긋 못하고 맏형 한 점 기억 없다 하고…… 어디메 꽃밭에 옹그리고 있는지 백화 만발했을 양순이 큰누님 생때같은 자식 가슴에 묻고 사시다 끝내 불덩이로 품고 가셨을 우리 부모님 ‘어머님 아버님!, 소녀 불효자 양순이..

1. 오늘의 시 2015.11.16

자작골 편지

자작골 편지/ 월정 강대실 여보게, 친구! 올 겨울 사온일 빠끔히 길 열리면 벼슬재 너머 추월산 뒤켠 두어 마장께 자작골 내 우거 한 번 찾아 주시게, 꼬옥 견양동 들머리 아랫목 새끼줄 같은 오솔길 호젓이 타고 들다 폴짝 자작자작한 개울 건너뛰면 이마 앞 양지받이에 초막간, 우글우글 검은 옷 입은 내 새끼들 되새기다 귀를 쫑긋 반겨 맞을 걸세 우선, 따끈한 대추차로 언 몸 녹이고 해전에 뒷등 생솔가지 한 짐 쿡쿡 찍어다 뒷바람 내는 연기 눈물 훔쳐 가며 군불 빵빵히 한 부석 넣세 지글지글 온 방 끓어오르면 세상사 댓돌 아래 내려놓고 머루 다래주에 밤 고구마 화롯불에 묻으며 닭서리 곰 사냥 물귀신 될 뻔한 일이랑 지새워, 밀쳐둔 얘기 보따리 풀세 한번. 자작골 편지(시화용16행) 여보게, 친구! 올 겨울 ..

1. 오늘의 시 2015.10.07

어청도 사랑

어청도 사랑 / 月靜 강 대 실 애틋한 기다림 찾아 떠난 망망 뱃길 세 시간 마음보다 더 멀리 마중 나온 너 시악시 청아한 자태에 첫눈에 홀딱 반해버렸다, 그리고 밤낮 모르고 사랑에 퐁당 빠졌다 버릴 수 없는 항구의 미련 때문에 짧은 등댓간 사랑 뿌리치고 기약 없는 이별 하던 날 우리의 슬픔은 바다 흰 포말이 되어 한사코 벼랑바위 가슴을 후비어 댔다 뱃전에 올라서자 너는 망부석으로 굳어버린 바위 다시, 애타는 기다림 수평선에 흑점으로 아른대더니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바다의 비련이었다.

1. 오늘의 시 2015.09.22

약비 맞다

약비 맞다 월정 강 대 실 새벽 어두커니 고요를 밟고 냉기 들이켜며 문밖으로 나선다 방천길 논둑길 지나 댐 뚝방 올라선다 느닷없이 산성 너머 쏴아 몰려오는 비 떼, 황새목이 되어 기다리는 도토리 만 한 호박 빛바랜 밤꽃 앉은뱅이 땅찔레 좋아라 연신 머리 치세운다 낯빛들 차-암 싱그럽다 금방, 방긋이 박꽃 웃음 보일 듯이 나도 저들처럼 흠뻑 약비 맞은 터 사유의 뿌리 더 깊고 넓고 푸르게 뻗치고 황금 들판의 꿈 꾸어도 좋겠지 함초롬히 옷 젖었어도 마치 새색시 맞을 신랑처럼 마음 설레는 아침 집에 들어서자 쪽문이, 툭! 범종 타종하듯 머리통을 찐다, 무엇보다 먼저 고개 숙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듯.

1. 오늘의 시 2015.09.18

기름 엎지르고 깨 줍기

기름 엎지르고 깨 줍기 월정 강대실 손끝이 게을러지더니 맘먹은 일마다 허방을 치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내 낌새를 눈치 챈 정인들 살다보면 빨리 잊어야 할 일도 있다고 그래야, 앞이 보인다고 후딱 마음 정리하라 이른다 기름 엎지르고 깨 줍는 격으로 산밭에 참깨 몇 두럭 심는다 두벌씨 산비둘기만 배 불려 주고 태반이 빈자리다 애잔한 것들, 잘 돌볼 생각에 해 동무 기다려 허둥지둥 찾으니 지나가는 골바람, ‘에끼, 가리새머리 없는 ... ! ’ 이명처럼 울리더니 밀짚모자 낚아채 고랑에 꿍겨박고는 솔밭 쪽으로 줄달음친다.

1. 오늘의 시 2015.09.09

잃어버린 계절

잃어버린 계절/月靜 강 대 실 대침 같은 땡볕 쏟아져도 아픔 같은 거 몰랐습니다 억수로 내리붓는 작달비에도 피해 갈 생각 안 했습니다 가시풀 칙칙한 생로 달리며 늘 푸른 강물만 꿈꾸다 무심결에 눈에 든 서녘 놀빛 허허한 가슴 붉게 태웠습니다 정처 없이 허무의 강 서성이다 한 발짝도 내려서지 못하고 불현듯 불어닥친 회리바람 와르르 무너져 내린 가슴벽 또 다른 모습으로 덧칠해질 은빛 계절 목 놓아 부릅니다.

1. 오늘의 시 2015.09.01

[스크랩] 문정희의 치마 // 임보의 팬티

인간의 3대 욕망은 무엇인가? 식욕, 성욕, 수면욕이다. 이는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것이다. 그러나 식욕, 수면욕은 당연시하면서 성욕에는 왜 태클을 많이 거는 것일까? 당연시한다는 것은 스스럼없이 그에 대하여 드러낸다는 뜻이다. 태클을 건다는 것은 뭔가 금기시하며 자유롭게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라고 그러한 문화에서 벗어났거나 자유롭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보수적인 성향이랄까? 그런데.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

관방제림

관방제림* / 월정 강대실 푸조나무 팽나무 음나무 고향 집 지키는 허리 굽은 노모처럼 시름겹게 눌러살고 계셨네 죽장에 깨금발로 들머리 내다보며 백 년 이백 년 삼백 년 긴긴 기다림으로 버텨 사셨네 해가 설핏한데도 한눈에 얼른 날 알아보고는 연신 오색 꽃잎 날리시며 이제 가면 다시 또 천년만년 학수고대하겠노라며 눈시울 붉히셨네. * 관방제림: 천연기념물 제366호. 담양읍을 감돌아 흐르는담양천의 북쪽 언덕에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만들고 나무를 심은 인공림. 각종의 노거목이 줄지어 서 있으며 녹음과 아름다운 경치 바람을 막는 기능을 발휘하고 있음.

1. 오늘의 시 2015.08.10

애기똥풀

애기똥풀/ 월정 강대실   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데서순한 미소 지그시 물고 있다가도손대면 애기똥 같은 노오란 핏방울 달고 솔솔 비릿한 구린내 풍기는 눈길 마주치면 길가의 개똥처럼못 본 체 하거나 고개를 외로 틀었지만이 아침에는 여름의 푸르른 창가에어머니 빙긋이 이 자식을 반기신 모습이라 불현듯 생각나는,우리 어머니 온 삭신이 쑤시고 저리면갖은 초근목피랑 푹푹 달여 드시고는거뜬히 운신하여 온 밭 닦달하셨으니 약체에 가시고 삼십 년이 더 넘은 지금에사참 감사하고 구린내가 어머니 냄새로 풍겨 와두고두고 그 은혜 기억하고 싶은 애기똥풀진작, 왜 내가  몰랐을까!

1. 오늘의 시 2015.08.05

밥 대접

밥 대접 / 月靜 강대실 땅맛 알고 나서부터는 미물에게 밥 대접 하네 농골 산밭 지심 매다가 밭머리 솔가지에 걸어 둔 새참 고리 그늘 방석 위에 펼치네 우르르 달려드는 개미와 쇠파리 날아든 애기 풀벌레 한 마리 불현듯, 떠오르는 어머니 모습 고수레! 고수레! 사방에 음식 떼어 던지시던 숭고한 마음 헤아리다 함께 둘러앉아 맛있게 나누네 세상은 비잠주복(飛潛走伏)과도 더불어 산다는 걸 이 나이에사 알아차리네.

1. 오늘의 시 2015.07.25

어머니의 호미

어머니의 호미 월정 강대실 물외 꽃 흐드러지면 쌀보리 먹감 익는 서릿가을에는 고구마 거두어 고봉밥이 출출한 새끼들 뱃구레 채우게 한 큰밭 쟁기질하다 김매다가 눈에 채이어 시나브로 골라낸 돌멩이 오종종히 웅크리고 앉아 조는 밭귀퉁이 시들말라 바스러진 환삼덩굴 밑에 봉선화 꽃물 같은 그리움 벌겋게 절은 어머니의 자루 없는 닳고 닳은 호미, 허기 때운 둥 만 둥 손 꼭 잡고 동동걸음을 쳐 앞들 뒷밭 그 많은 밭뙈기 김을 매 가꾸며 한 많은 세월 산보다 더 서러운 눈물 함께 훔쳤을 굽은 허리 엎디어 세월 반추하다 잃은 살붙이를 만난 듯 쏘옥 내민 낫등 따라 나오는 어머니 밤마다 그려 보는 얼굴.

1. 오늘의 시 2015.06.09

내 앞 상서

내 앞 상서 / 月靜 강대실 아버지, 휜 허리 곧추세우며 발 받쳐 주셔 가까스로 면무식했지요. 서릿발 일갈에 쫓겨 들어선 길 때론, 원망의 뉘 눈 떴으나 삼십여 년 붙박이별 마음 붙안고 변리 장수로 처자들 근근이 구입하다 망망대해에 닻 내렸습니다 덥석 이제, 내 안 번듯한 길보다는 부나방 날개 앞 호롱불 마음 다잡으며 풀 나고 돌멩이 궁굴고 순수가 꽃물처럼 찬란한 샛길로 에돌랍니다 소도 개도 닭도 만나서 유정하고 日月을 거머쥔 갑부로, 혼자 푸른 향리의 당산나무같이 살랍니다 그리고, 좋은 글 하나 꼭 써 착하게 살아도 눈먼 복록에 설운 이들 가슴굽 한기 녹여 주는 질화로 속 잿불이라도 되게 할랍니다.

1. 오늘의 시 2015.05.13

개 짖는 밤

- 시 : 월정/강대실 - 외딴집 꺼멍이 산촌을 독식한다. 여흘여흘 흐르는 개울물 소리 바람에 쫓기는 낙엽의 발걸음 소리 이장댁 암소 산고의 울음소리 재를 넘는 짐차 가뿐 숨소리를 물어뜯는다. 길 건너 두서넛 흔들리는 불빛 둘러서서 앙탈 부리는 산 죄지은 것같이 대꾸 없는 하늘 내 어질머리 나게 끈적이는 그리움을 그예 통차지한다. 밤이 이슥토록 컹컹 짖어 대며 세상을 하얗게 먹어 치운다.

1. 오늘의 시 2014.11.06

사랑을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 월정 강대실 스산히 낙엽이 뒹군다 한 생 아름답게 살더니 어느새 스르르 스러진 나뭇잎 하이얀 얼굴 지르밟고 고독히 걷는다 바사삭! 바람으로 다시 만나자 새로운 결별의 외마디 내 영혼 채질하는 찬란한 노래여! 결코 아파하지 말자 끝 날까지 사랑으로 보듬자며 내 속 깊이 큼직한 바위 하나 품고 훌쩍, 성자처럼 미련 없이 떠나 왔건만 사랑꽃 꽃눈 하나 틔워 내지 못하고 어스름 강둑에 눈 흘기고 서 있으니 어이 죄 아니랄 수 있으랴 사랑을 노래한다 하랴 꽃잎이 다시 피어날 그 날까지 기어이 돌아서지 않으리라.

1. 오늘의 시 2014.11.02

귀천歸泉

귀천歸泉 시 : 월정/강대실 - 훤칠하고 번듯한 이목구비 가지런한 발자국에 호탕한 제일이형도 끝내는 넘고야 만 문턱, 눈 귀 놀라게, 입을 즐겁게 마음속까지를 부르게 하면 못 이룰 게 없더라 하며 세상이 좁아 산을 날고 물 위 뛰고 세간의 요술 방맹이 고향 뒷산 큰바위 얼굴 되더만 혼미한 기억에 혈육 보고 싶단 말은 단말마의 고통이었나, 끝내 눈 못 떠 이루지 못 하고 꿈 키우던 노령의 준령 밀잿길 아련히 바라보이는 영락공원 황토 땅 영생 낙원 찾누나.

1. 오늘의 시 201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