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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罪人

죄인罪人 / 월정 강대실    사성암四聖庵* 오르며 골똘히 생각하네 구절양장 가파른 낭길 오르게 한 죄인   셔틀버스다, 아니절집이다, 아니부처다...   닭장 만 한 차 하나 겨우 오를 수 있는여기저기 움패고 잘리어 자칫하면 명줄 놓아야 할   오산 430m 사성암 눈앞 아득히 펼쳐진 경전 묵독하네   길이 있네! 화엄이네!   죄인은 바로 이 몸, 버러지만도 못한심전에 연잎 하나를 못 피워낸.                                            *사성암四聖庵: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산7에 있는 암자. 4명의 고승 즉 원효 도국선사 진각 의상이 수도하였다하여 사성암이라 부른다 한다.초2-701/2011. 6. 25.

1. 오늘의 시 2017.01.01

새해 기도

새해 기도 /월정 강 대 실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바위 하나 품게 하소서, 모진 세파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다소곳이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다순 눈 뜨게 하소서, 그릇 된 편견 떨쳐 버리고 속내 읽고 다독여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호수로 채워 주소서, 굴욕과 가위눌림 안으로 삭여 화평과 평안 안고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촛불 하나 켜게 하소서, 질투와 외면의 빗장 살라버리고 축복을 기도하며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등불 하나 밝혀 주소서, 음울의 터널 허위허위 뚫고 광명과 진리 좇아 살게 하소서.

1. 오늘의 시 2016.12.18

유정

유정有情 / 월정 강대실​ 깜빡 잠결에 떠오르는 기러기 가족,엄동설한 들앉을 방을 못 잡아울며불며 강 건너 북쪽 변두리로 가던. 세상에, 홑옷 바람에달빛도 새하얗게 얼어붙은 밤바다를어린것들이 맨발로 얼마나 발 시렸을꼬!온몸 시퍼렇게 얼었을꼬! 모두 다 두툼한 바람막이에다곁불을 쬐고 안으로 따끈한 아랫목으로서둘러 아늑히 파고드는데 그 많은 식솔, 이 핑계 저 핑계 대다집주인 방 나갔다며 돌려세웠겠지우리 내외 전전긍긍 셋방 구하러 다닐 때같이 생각할수록 아르르 저미는 가슴골희읍스레 밀려오는 여명 타고창 밖에 불끈 창을 든 동장군. 초2- 826

1. 오늘의 시 2016.11.20

배롱나무

배롱나무/ 월정 강대실 담양호 관광단지 못미처 내리막길 조심조심히 따라 내려가면 우측 길턱에 교통 표지판 안고 있는 화사한 나무 한 그루 있다 지난 어느 여름날 정처 없는 길 가다 우연히 만나 길동무하고부터는 영락없는 성자라 생각한 배롱나무 오늘도 묵묵히 내 길목 지켜 서서 줄곧 서행을 당부하더니 어느새 앞질러 왔는지 보리암에서 뵌 적 있는 부처님같이 가부좌 틀고 앉아, 간절히 미소 공양으로 무사를 빌어 주는 언제고 마음밭에 길러야 할 나무.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16.11.12

호수1

호수1 / 월정 강대실 외진 산마을에 호수가 들어섰다 산이 슬그니 다가가 보듬자 山水는 수려한 금실에 살게 되었다 만화방창한 어느 춘일 우연히 수면 위 자기 모습 본 산, 풍광 찾아드는 그 어떤 이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 자신감에 대처로 떠날 꾀를 부렸다 호수의 깊은 마음 떨칠 요량으로 남몰래 온몸 두레질하여 한여름에 이를 즈음에는 허벅지가 빤히 드러나 보였다, 어느 날 이를 눈치 챈 호수, 속앓이하다가 때마침 들른 먹구름께 아뢰니 연거푸 한숨 몰아쉬더니 이제는 산까지 바람 들었다며 삼일곡을 해댔다 호수는 다시 안온히 산 품고 산은 호수 얼굴 보며 잘 살고 있다.

1. 오늘의 시 2016.08.09

달구비

달구비/ 월정 강대실 먼산 술렁이는 소리, 눈 귀 초리가 좇는다 요동치는 도래솔 다락밭 콩 연신 눕고 한 가닥 선풍 도닐다가 휘익 얼굴 스친다 하늘 산비알에서 밀려드는 시커먼 장막 요란하게 우짖는 떼까마귀 사방에서 후드득후드득 성난 부사리 날뛰고 콩 튀듯 툭툭 주먹비 샛강 지붕 마당에서 기병 함성과 말굽 소리 높고 쏟아지는 달구비 한 둘금.

1. 오늘의 시 2016.07.24

망초꽃

망초꽃 / 월정 강대실 청청하늘에서 날벼락 내리치던가요 한 돌기 연륜 채 감지 못한 서른아홉 젊으나젊은 나이에 고샅길 뒹구는 땡감처럼 꼭두새벽에 뚝 떨어지더니 두 눈 다 못 감고 황망히 망초꽃 길로 떠난 형이여! 못 잊어셨나요, 남긴 떡잎 둘 해마다 그맘때 두견이 울어대면 풀빛 짙은 들길 하얗게 서성이다 무덤가에 발돋움하고 서서 동구 밖 먼 신작로 바라 보다 곰삭은 그리움에 스러지는 서녘 놀 붉게 타오를수록 마음속 서러움 우러나는 꽃.

1. 오늘의 시 2016.07.06

용동* 느티나무

용동* 느티나무 / 월정 강대실 앞들 샛강 돌둑 바로 옆에 느티나무 어르신 한 분 계시다. 풍채 의젓하고 기력 왕성하고 슬하에 식솔도 몇 거느린 것을 보면 사오백년은 족히 사셨으리라. 한동안 큰 산맥같이 끄떡 않더니 복사꽃 유혹에 연초록 염발한 한참 바람난 총각이시다. 아마, 올여름 휴가철에도 한바탕 선남선녀들 불러들여 잔치 벌이리라. 근데, 노구에 무슨 정력 인지 몰라 살짝이 다가가 살펴보니, 웬걸 몸에 커닿게 빈 창고 하나 갖고 계시다. 세상살이 어찌 그리 알고 비워냈는지 애도 쓰래도 다 들어내고 밑 없는 항아리 품어 사신 거다. *용동: 전남 담양군 용면 용연리 용동마을을 이름. 느티나무 어르신 한 분 계시다. 풍채 의젓하고 기력 왕성하고 슬하에 식솔도 몇 거느린 것을 보면 사오백년은 족히 사셨으리..

1. 오늘의 시 2016.05.30

다시 너를

다시 너를 /월정 강대실 손사래 향한 헤픈 미소로 바람처럼 돌아선 너, 눈길은 하냥 뒤를 쫓지만 달랑 빈 깡통처럼 남겨두고 산모롱이 돌아서 사라졌다 가눌 길 없는 허전함, 개울가 검바위를 찾는다 잔바람에 꽃잎 하르르 날리는 오후의 적막한 신작로 너머 가슴 숭숭한 산 어슬렁이다 멧부리 위 두둥실 흰 구름 멀거니 바라보며 흐르다가 여직 잠 깨지 않아 앙상한 가지 많은 은행나무 붙들고 또 한 겹 고독의 더깨 쌓으며 앞산 붉어질 날 기다린다.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16.05.10

민들레꽃

민들레꽃 / 월정 강대실 꽃을 바라본다 서덜밭 돌 틈새 오롯이 피어난 갸냘프고 애처로운 노오란 꽃 소릇이 스미는 서러움 꽃물보다 더 얼얼해지는 속가슴 뜨거운 눈시울 얼마나 그리움 사무쳤기에 이다지 황량한 길목에서 별빛 찬란히 반짝이는 게냐 열없는 위로 말이라도 한 마디 건네기 전, 아른이는 노을 속 스러진 수많은 얼굴들 네 아픔 반의반이라도 나누고파 살포시 안는다 너를 메마른 강 가슴속에.

1. 오늘의 시 2016.04.06

손택수 // 아버지의 등을 밀며​

손택수 / 아버지의 등을 밀며 아버지는 단 한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준 대로 다섯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번은 입속에 준비해둔 다섯살 대신 일곱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잔뜩 성이 나서 물속으로 텀벙 뛰어들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