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월정 강대실
담양호 관광단지 못미처 내리막길
조심조심히 따라 내려가면
우측 길턱에 교통 표지판 안고 있는
화사한 나무 한 그루 있다
지난 어느 여름날 정처 없는 길 가다
우연히 만나 길동무하고부터는
영락없는 성자라 생각한 배롱나무
오늘도 묵묵히 내 길목 지켜 서서
줄곧 서행을 당부하더니
어느새 앞질러 왔는지
보리암에서 뵌 적 있는 부처님같이
가부좌 틀고 앉아, 간절히
미소 공양으로 무사를 빌어 주는
언제고 마음밭에 길러야 할 나무.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