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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기도

새해 기도 /월정 강 대 실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바위 하나 품게 하소서, 모진 세파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다소곳이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다순 눈 뜨게 하소서, 그릇 된 편견 떨쳐 버리고 속내 읽고 다독여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호수로 채워 주소서, 굴욕과 가위눌림 안으로 삭여 화평과 평안 안고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촛불 하나 켜게 하소서, 질투와 외면의 빗장 살라버리고 축복을 기도하며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등불 하나 밝혀 주소서, 음울의 터널 허위허위 뚫고 광명과 진리 좇아 살게 하소서.

1. 오늘의 시 2017.12.25

한 친구 아버지

한 친구 아버지 /월정 강대실 서낭당 고개 너머 나무들 쑥부쟁이랑 함께 사는 마을 한 친구 아버지 흙집 지어 이사 오셨다 새파란 까까머리 첫인사 드린 후 뵐 적마다, 고향 집 안부에다 은행알 티 없고 알진 우의 당부하셨던 향리 아래뜸 월천리 초입 아버지 거둥길 길라잡이 되자는 급보에 들메끈 조여 매고 시근벌떡 달려간 동네 모퉁이 지나면서도 못 가 보고 두 눈이 보진 못 했어도 실존하여 어느 누구도 아니 갈 수가 없다는 흰 꽃이 피고 흰 나비가 날고...... 돌아올 수 없는 길 내고 가야만 한다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심오한 적멸궁. 한 친구 아버지 /월정 강대실 서낭당 고개 너머 나무들 쑥부쟁이랑 함께 사는 마을 한 친구 아버지 흙집 지어 이사 오셨다 새파란 까까머리 첫인사 드린 후 뵐 적마다, 고향 집..

1. 오늘의 시 2017.12.18

기다림을 위하여

기다림을 위하여 / 월정 강대실 생의 길 외롭고 고달파, 밤새껏 꺽꺽 소리 내어 울어본 적 있나요 우리네 사는 일은 늘 애처롭고 한 곡조 아니리보다 더 서글픈 것 그대와 나 가슴 저미는 헤어짐도 내 북 치듯 한 채근만은 아니었지요 이 넓은 세상에 화려하고 참된 것 입에 달고 몸에 좋은 약 흔치 않듯 삶은 굴곡지고 지난한 도전 뒤에 그 자양으로 파릇한 환희의 싹 돋고 태산을 넘고 물이라도 건너, 다시 시작 않고는 이룰 수 없단 믿음였지요 가을이면 놀빛에 익어가는 감처럼 이내 가슴 세월 강에 벌겋게 젖지만 제아무리 기다림의 계절이 깊어도 결코, 이 회오리 이겨 내야만 합니다.

1. 오늘의 시 2017.12.06

가을 명상

가을 명상 / 강대실 한 잎 두 잎 낙엽이 지는 말바우시장 은행나무 거리 지나 부산히 북으로 북으로 시공을 달려 고즈넉한 산마을에 든다 산산이 날려버린 여름날 뒤안길 침묵으로 돌아보고 서 있는 도랑가 느티나무와 마주한다 나도 이제 조락의 강 건너야 할 시간 바람의 심장을 꿰뚫기 위해 얼마나 많고 많은 날들을 가슴 숯댕이처럼 새까맣게 태우며 허위허위 시위를 당겨 왔던가 한 마름 짓눌러 오는 세월의 무게 산방 적막 속 밀쳐놓고 찬연한 내일의 밑그림 이슥토록 밤 캔버스에 그린다.

1. 오늘의 시 2017.11.13

간 맞추기

간 맞추기 / 월정 강대실 씽긋이 아침상을 차리는 아내 어떤가 보란다 된장찌개, 맛들었는지 이제 짐작으로 해도 간이 맞는다고 으응, 자알 …… 맛있어요! 이력이 붙은 게지 내 입에 꼭 맞는 국물 한 그릇 상에 올리기 위해 근 반백년 정성을 다해 간을 맞추어 온 묵은지처럼 속이 깊은 아내 생각하다 얼토당토않는 생각 좇다 나락에 빠져 어느 누구나 구미가 쏘옥 당기는 시 한 편 짓지 못한 나를 생각하다 돌연, 천 길 허궁다리 앞에 선듯 눈앞이 캄캄하고 입안이 쓰거워져 미안한 마음 한 술 뜬 수저 넌지시 내려놓고 한무릎 물러앉아 벽을 업는다.

1. 오늘의 시 2017.10.23

문협 제20회 시민과 함께하는 시화전 및 시낭송회( 소래포구)

*게재 문예지 및 시화전 광주문협주최 제20회 시민과 함께하는 시화전 및 시낭송회 시화전 작품집 2017년 6월 16일 (목)~6월 23일(금) 장소: 농성지하철역 갤러리 1. 시화전 및 시낭송회 초대장(강대실).pdf 2. 개막식 모습(강대실).pdf 3. 시화 전시 및 본인 모습(강대실).pdf 4. 시화전 작품집(강대..

산산조각 //정호성

산산조각 - 정호성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소래포구

소래포구 /월정 강대실 가슴에 달무리 진 사람은 시흥에서 가까운 월곶 소래포구에 한 번쯤 가볼 일이다 징검징검 걸어 나가던 물살이 깃발 달고 연줄연줄 찾는 그곳 꼬옥 들려 볼 일이다 기차가 길 잃어 추억으로 남은 철교, 수없이 높고 낮은 어깨 스치면 안주는 거저라며 권하는 대포잔에 잠깐 마음 축여 볼 일이다 저잣거리에 종종걸음 내려놓고 서해의 퍼덕이는 은빛 얼굴로 질척이는 장바닥 좌판 위에서 풋풋한 눈망울을 맞아 볼 일이다 졸깃졸깃 씹히는 바다 한 접시에 권커니 잣거니 소주 몇 잔으로 자욱한 먹구름도 걷어내는 소래포구 한 번쯤 가 볼 일이다.

1. 오늘의 시 2017.08.10

회초리

회초리 / 월정 강대실 여명 첫 자락 잡고 동산에 오른다 동천 해맑은 강물에 뽑아도 뽑아도 잡풀 돋아나는 마음 씻고 바위 품고 내려오는 길 불현듯, 아버지 말씀 귓전에 맴돌아 회초리 꺾어 든다 귀때기가 새파란 두 녀석 요량 없이 잡답으로 끌고 나와 허겁지겁 가파른 고빗길 넘다 보니 언제고 되새길 수 있는 한마디 여태 심어 주지 못 했으니 어찌 두고두고 떳떳하달 수 있으랴 회초리 잘 보이는 데다 올려놓고 날면들면 바라보며 가슴속 담고 살다 어둠에 등 떠밀려 간다 싶으면 스스로 끄집어 내 제 종아리 후려치게 하리라.

1. 오늘의 시 2017.07.16

뜬소문

뜬소문/ 월정 강대실 돈 버는 일 그만두고 나면 이왕이면 향리 쪽에다 토막집이라도 하나 마련하여 詩도 쓰고 고즈넉이 살고 싶어 호젓한 산자드락 양지바른, 주춧돌 놓을 만한 자리 있을까 하고 아내랑 여기저기 둘러보다 안면 있는 몇몇 만났더니 이젠 다 망해 굽도 젖도 할 수 없어 기어든가 보다고 비아냥대고 몰래 숨어든 게 틀림없다고 수런댄단 소문 자자했었지. 머리털이 약쑥같이 희어지도록 호박꽃 소망 고이고이 품고 고향 하늘 부끄럼 없이 우러르며 살아 온 날 어느 누가 알기나 했을까.

1. 오늘의 시 2017.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