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명상 / 강대실
한 잎 두 잎 낙엽이 지는
말바우시장 은행나무 거리 지나
부산히 북으로 북으로 시공을 달려
고즈넉한 산마을에 든다
산산이 날려버린 여름날 뒤안길
침묵으로 돌아보고 서 있는
도랑가 느티나무와 마주한다
나도 이제 조락의 강 건너야 할 시간
바람의 심장을 꿰뚫기 위해
얼마나 많고 많은 날들을
가슴 숯댕이처럼 새까맣게 태우며
허위허위 시위를 당겨 왔던가
한 마름 짓눌러 오는 세월의 무게
산방 적막 속 밀쳐놓고
찬연한 내일의 밑그림
이슥토록 밤 캔버스에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