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 문예지
국제 펜광주
2017 년 제15호 (2017년 11월 30일 발행)
시 110, 111쪽
그림자를 지우며/ 강대실
다 떠나가고 적요에 잠긴 들판
긴긴 기다림의 넌더리도 모르고
부르튼 손발 구동을 건너는 매화나무
못 잊을 우리 부모님 그림자이리
어깨를 흔들어 깨워 보지만
끝내, 침묵의 빗장 열리지 않고
죄목도 정죄도 없이 기계톱 굉음에
툭! 툭! 땅 위에 눕는 동강이
반백 년 그루터기에 남은 나이테
평생 못 놓은 호미등 되어 가신 어머니
산굽이 길 한이 담긴 타임캡슐
낙과 같은 순명 곁에 움치고 앉자
생의 내력 소스라쳐 튀어나오고
살붙이를 떠나보내는 양 목이 메는데
빈 논배미 건너 시르죽히 지는 해
눈시울은 떨어진 동백꽃 가슴보다 섧고
솔밭 옆 오솔길 따라오는 절집 독경소리
내 화끈거리는 두 귓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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