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 문예지
서은문학
2017 년 제3호 (2017년 12월 6일 발행)
시 87, 88쪽
애기똥풀
엎드리면 손 닿을 만한 데서
잔잔한 미소 날리고 있다가도
얼씬만 해도 생채기가 나
갓난애 똥 누듯 노오란 핏방울 매달고
솔솔 비릿한 구린내 풍기는
눈 마주치면 길가의 개똥처럼
못 본 체 하거나 침 뱉었지만
오늘 아침에는 여름의 푸르른 창가에
어머니 빙긋이 반기는 모습인지라
불현듯 생각나는 것은
우리 어머니 삭신이 쑤시고 저리면
갖은 초근목피들이랑 다려 드시고
거뜬히 온 밭 닦달하셨으니 약체에
가시고 삼십 년이 가까운 지금에사
참 고맙고, 구린내도 향기로 풍겨 와
이름 번쩍 떠오르는 애기똥풀
진작, 왜 내가 아는 체 안 했을까?
개 짖는 밤
외딴집 꺼멍이 산촌을 독식한다.
여흘여흘 흐르는 개울물 소리
바람에 쫓기는 낙엽의 발걸음 소리
이장댁 암소 산고의 울음소리
재를 넘는 짐차 가뿐 숨소리를
물어뜯는다.
길 건너 두서넛 흔들리는 불빛
둘러서서 앙탈 부리는 산
죄지은 것같이 대꾸 없는 하늘
내 어질머리 나게 끈적이는 그리움을
그예 통차지한다.
밤이 이슥토록 컹컹 짖어 대며
세상을 하얗게 먹어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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