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신문
문학마당] 월리 아짐 강대실 시
뒷등 자욱한 봄 안개 속에
대들보가 무너지자
설움도 한갓 호강이라는 듯
줄남생이 같은 자식들 앞세우고
안산 밑 자갈 배미 다랑논
묏등골 큰 밭
호락질로 휘어잡더니
청룡도 든 두억시니 같은
눌어붙은 日月의 더께
떨쳐낼 수 없던가요?
흙과 함께 굽은 등
삭은 나무토막처럼 드러누워
저승사자만
눈이 멀었다 탓하시네.
< 해설> ‘아짐’은 아줌마의 정감어린 전라도 사투리이다. 옛날에는 동네 어르신이나 친지분에게 흔하게 쓰던 표현이나 요즘에도 친근한 분들에게 이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월리 아짐은 동네 나이드신 어르신을 살갑게 부르는 호칭으로 옛날 어머니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온갖 풍상 다 겪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고목처럼 늙어가는 월리 아짐이 적막한 농촌현실과 겹쳐 절절하게 다가온다.
< 약력> 월간 ‘韓國詩’ 등단, 광주문인협회, 무등문학회, 국제PEN광주위원회 회원, 시집 ‘숲 속을 거닐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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