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지렁이/ 월정 강대실
너희들 나라에 무슨 일이라도!
꼭두새벽 어스레한 호숫가 포도에
즐비한 기다란 생명의 군상
전날 전전날도 삼보일배 바치다
주검으로 스러진 상형문자 위에
이 아침 분연히 재물로 드리려는
아까운 목숨들의 행렬
길 잃은 바람의 발길
한 번을 가로막지 못한 나약한 나,
입에 발린 기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