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2 18

고향 그리운 날

고향 그리운 날 姜 大 實 간 밤 몽롱히 두통으로 남아 가까막한 잔디 구장 찾는다 동구 밖 전답으로 바라보다 뜸부기 좇는 농사아비 되어 온 바닥 맨발로 허댄다 불현듯, 골짜기 땅 부쳐서는 커나는 입 풀칠도 힘들다고 누더기 짐 포개 싣고 떠나며 먼 산 바라보고 울먹이던 박씨 얼굴 살아올라 두덩에 내려놓고 하늘 본다 어느 결에 빌딩 넘어 고향에서 풀잎 스친 바람 날아들어 가슴을 어루만진다.

1. 오늘의 시 2023.09.02

비탈에 서서

비탈에 서서 한 우물을 생각하며 구린내 싸매고 반생을 살았다 옆 돌아 볼 틈 없이 우리를 머리에 두고 끌어들이기에 눈이 벌겧고 박리라 포장하여 번개머리 굴려 넘겨 왔다 많고 많은 속내를 간통하다 돌아들면 빠개질 듯한 두통이여 식어 가는 심장의 밥 데워 다오 멀어져 가는 눈과 귀여 가슴의 신음 소리 만져 다오 가난도 사랑도 그저, 심곡 눈물로 삭히며 꽃 心 부여안고 기도하는 임이여 어둠을 꽃등으로 밝혀 봄 향기 폐부에 부어다오

1. 오늘의 시 2023.09.02

누구 없소

누구 없소 사랑도 아닌 것이 그리움도 아닌 것이 천 근 만 근 무게로 옥여 죄 멀거니 하늘 바라본다 앙가슴 터져 와 '누구 없소, 그 아무도 없소!' 요염한 보름달이든 한바탕 소낙비든 아님 불바다도 좋다고 목 놓아 부른다 언하에 먹장구름 하늘 덮더니 뇌성벽력 앞세우고 한바탕 내려꽂는 소낙비. 깊은 속 복판에 앙버티던 바위 덩이 넌지시 꼬리 사린다.

1. 오늘의 시 2023.09.02

시인詩人으로의 길

시인詩人으로의 길 쫓기듯 살아온 탓인가 깊은 늪에 빠져 어느 것 하나 뚜렷한 족적 없이 황혼녘을 방황함은 그래도 시가 있기에 작은 것으로부터 나를 찾아 감싸 안으리 시를 사랑하기에 내면을 숨김없이 드러내리 정감 넘치는 마음으로 노래하고 아름다움 꽃 피우리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앉아 맘에 드는 시 한 편 건질 그날까지 후회없이 이 길 가리.

1. 오늘의 시 2023.09.02

팍상한 계곡에서

팍상한 계곡에서 태초의 숨결 오롯한 수십 수백길 깎아 세운 좌우 절벽 하늘 얹혀 있고 손 내밀면 잡힐 듯 계곡물이 갈라놓아 바라만 본 긴긴 세월 선 채로 굳은 바위 청태 향기 그리움 타는 가슴 주고 받는 숨결일레 이방인 태운 카누 물길 따라 밀고 끌며 바위도 넘어가면 발원지 수직으로 꽂힌 폭포수 세상의 번뇌 다 녹아 또 다른 세계 라구나의 하늘 동그란 얼굴 내밀고 이방인을 맞아 웃는다.

1. 오늘의 시 2023.09.02

또 다른 별리

또 다른 별리/월정 강대실  네 형 때는 어머니랑 열차로 올라가연병장에 대열로 세워 놓고 돌아섰어도이렇듯 애틋함 몰랐었다난생처음인 별리 아픔 같은 건 모른 척너는 쫓기는 짐승, 혼자 역사로 줄달음쳤지연신 죄어 오는 입소 시각, 초조로운 마음돌린 전화는 착신 중지 안내음 뿐이었다퇴근길 맞댄 가슴 몇이 군 생활을 곱씹으며위로주에 가라앉은 마음도 잠깐터벅터벅 샛골목 야음 밟아 마주한 가족얼굴에 겹겹한 그늘 숲속보다 무거웠다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는 네 어머니두 아들 애지중지 길러 조국을 품게 했으니이보다 더 장한 일이 있겠냐며 다독였지여하튼, 온갖 풍파에도 일념으로 노 저어이제는 고삐 풀린 약관의 건아, 차차품에서 멀어질진대 마음의 탕개 풀자 했지다들 자리에 들고 홀로 고요로운 뜨락허허로운 천공 잠 못 든..

1. 오늘의 시 2023.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