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그리운 날 고향 그리운 날 姜 大 實 간 밤 몽롱히 두통으로 남아 가까막한 잔디 구장 찾는다 동구 밖 전답으로 바라보다 뜸부기 좇는 농사아비 되어 온 바닥 맨발로 허댄다 불현듯, 골짜기 땅 부쳐서는 커나는 입 풀칠도 힘들다고 누더기 짐 포개 싣고 떠나며 먼 산 바라보고 울먹이던 박씨 얼굴 살아올라 두덩에 내려놓고 하늘 본다 어느 결에 빌딩 넘어 고향에서 풀잎 스친 바람 날아들어 가슴을 어루만진다. 1. 오늘의 시 2023.09.02
가을 문 앞에서 가을 문 앞에서/ 월정 강대실 도망자였더냐 골짜기로 들녘으로 동리 안으로 쫓겨다니며 한 계절 물벼락에 녹초가 된 너 탕자처럼 기진하여 본색 한 번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더니 아픈 땅 위로 청명한 하늘 도둑 같이 몰려든다. 1. 오늘의 시 2023.09.02
노을녘에서 1 노을녘에서 1 바람 앞에 서지 않고 흔들어 털어 내지 않고도 주먹을 쥐고 펴듯 품은 꿈 조각 하나 떨쳐버릴 수 있다면 가파른 둔덕바지 흔연스레 오를 수 있을 것을 세월에 채고 곱챈다 해도 청승궂게 숨비소리 내지 않고 이 길 기껍게 가리 외롭고 힘겨운 짐 진 이에게 슬거운 가슴 잊지 않아 흙에 몸 섞일 그때에 하늘의 큰 상 받으리. 1. 오늘의 시 2023.09.02
시인의 노래 시인의 노래 알뜰히 적금 붓고 퇴직금 타서 산비알 개울녘에 산방 한 칸 넣으리 햇살 하도 좋아 벗님네 들고 달무리 너무 설워 님 울고 오면 부등코 날밤 세워 노래 부르리 향내 가득하여 산창 무너지면 강물 흐름 없는 뒤안에 누워 못 다한 시인의 노래 마저 부르리 별들의 시 쓰리 1. 오늘의 시 2023.09.02
배웅 배웅/ 월정 강대실 삼복 고개 너머 처서로 가는 염천의 긴 터널 여우비에 쫓겨 기죽은 八月 님의 숨결로 남아 봄비 속 숨쉬던 詩語 찌든 가슴에 녹아들고 젖은 줄 모르게 모시 윗도리 파고드는 여우비 몸도 마음도 흠뻑 젖어 九月의 길목을 나선다. 1. 오늘의 시 2023.09.02
비탈에 서서 비탈에 서서 한 우물을 생각하며 구린내 싸매고 반생을 살았다 옆 돌아 볼 틈 없이 우리를 머리에 두고 끌어들이기에 눈이 벌겧고 박리라 포장하여 번개머리 굴려 넘겨 왔다 많고 많은 속내를 간통하다 돌아들면 빠개질 듯한 두통이여 식어 가는 심장의 밥 데워 다오 멀어져 가는 눈과 귀여 가슴의 신음 소리 만져 다오 가난도 사랑도 그저, 심곡 눈물로 삭히며 꽃 心 부여안고 기도하는 임이여 어둠을 꽃등으로 밝혀 봄 향기 폐부에 부어다오 1. 오늘의 시 2023.09.02
누구 없소 누구 없소 사랑도 아닌 것이 그리움도 아닌 것이 천 근 만 근 무게로 옥여 죄 멀거니 하늘 바라본다 앙가슴 터져 와 '누구 없소, 그 아무도 없소!' 요염한 보름달이든 한바탕 소낙비든 아님 불바다도 좋다고 목 놓아 부른다 언하에 먹장구름 하늘 덮더니 뇌성벽력 앞세우고 한바탕 내려꽂는 소낙비. 깊은 속 복판에 앙버티던 바위 덩이 넌지시 꼬리 사린다. 1. 오늘의 시 2023.09.02
산이 좋아 산이 좋아 깊은 산 속 비탈에 오두막집 지으리 산 문 막아 두고 온 사랑 발길 끊어지면 세상사 萬花로 읽으리 이따금씩 길 읽은 노루 인기척하면 손인 듯 반겨 맞아 저간의 얘기 나누며 하룻밤 벗하고 쉬어 보내리. 1. 오늘의 시 2023.09.02
뱀사골 여름밤 뱀사골 여름밤 월정 강대실 불볕 쏟아 담은 앞강이 붉덩물로 흐릅니다 깊은 골짜기 떠도는 원혼들 눈물입니다 산머리 차 오른 달 하도 설워 미어지는 가슴 밤새워 울어 옙니다 너울너울 산마루 너머 하늘 날 수 없는 혼백들 성긴 울음입니다 잃어버린 여름, 마지막 밤을 새는 강가에 철 잊은 들국화 한 송이 피었습니다. 1. 오늘의 시 2023.09.02
시인詩人으로의 길 시인詩人으로의 길 쫓기듯 살아온 탓인가 깊은 늪에 빠져 어느 것 하나 뚜렷한 족적 없이 황혼녘을 방황함은 그래도 시가 있기에 작은 것으로부터 나를 찾아 감싸 안으리 시를 사랑하기에 내면을 숨김없이 드러내리 정감 넘치는 마음으로 노래하고 아름다움 꽃 피우리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앉아 맘에 드는 시 한 편 건질 그날까지 후회없이 이 길 가리. 1. 오늘의 시 2023.09.02
부용화 부용화 오솔길 좇아 걸으면 우리 님 얼굴 밟혀 부용화 눈물 흘립니다 풀잎 가슴은 저미는데 푸른 바람 앞장서 따라 빈집에 듭니다 곰삭은 그리움 측은하고 시절 만난 호박넝쿨 울 넘어 지붕 위에 올라 흥이 납니다 어그러지는 강담 붙들고 허우적대던 사립이 울컥 울음 쏟아 냅니다. 1. 오늘의 시 2023.09.02
팍상한 계곡에서 팍상한 계곡에서 태초의 숨결 오롯한 수십 수백길 깎아 세운 좌우 절벽 하늘 얹혀 있고 손 내밀면 잡힐 듯 계곡물이 갈라놓아 바라만 본 긴긴 세월 선 채로 굳은 바위 청태 향기 그리움 타는 가슴 주고 받는 숨결일레 이방인 태운 카누 물길 따라 밀고 끌며 바위도 넘어가면 발원지 수직으로 꽂힌 폭포수 세상의 번뇌 다 녹아 또 다른 세계 라구나의 하늘 동그란 얼굴 내밀고 이방인을 맞아 웃는다. 1. 오늘의 시 2023.09.02
자투리땅 자투리땅 농투사니 아니어도 흙의 마음 아는 듯 마음 빗장 열고 사촌으로 어우러져 폐자재 몰아 부친 자투리땅 일구어 정리를 가꿔가는 회색 동네 사람들 척박한 땅 가슴 열고 정을 먹고 자란 곡식 퇴색되는 마음 새파랗게 색칠한다. 1. 오늘의 시 2023.09.02
살아가기.1 살아가기.1 코끝 파고드는 감미로움에 바장이다 하늘 가리고 다가서 보면 利己에만 눈이 버얼게 어르고 뺨치며 물고 물리는 허물어져 가는 세상 속내 옥죄어 오는 매스꺼움에 얼른 돌아서서 침 뱉는다. 카테고리 없음 2023.09.02
뜨락의 여름 뜨락의 여름 짙푸른 강물 넘실대는 뜨락 찾아든 바람 해들해들 별이 쏟아진 감나무 가을 단꿈에 졸고 고개 떨군 분꽃 하품질 해대면 한마당 땡볕 어슬어슬 용마루 넘는다. 1. 오늘의 시 2023.09.02
탐부리 해변에서 해초들의 부스러기 아픈 흔적으로 뒹굴다 모래톱에 녹아들고 검푸른 누리 흰 수포를 타고 미끄러지는 제트 스키 눈 끝 끝없는 무게로 하늘이 내려앉은 외로운 섬 하나 피어오른 흰 구름 사념 싣고 남국으로 가면 시심은 파도로 일렁이다 한 점 섬에 닿고 억겁을 씻고 씻은 조개 껍데기 하이얀 속살 부끄러워 모래알 품는다. 1. 오늘의 시 2023.09.02
밤비 밤비 월정 강대실 어떤 놈들이냐!지붕 위에 말달리는 것들이 어른이꽃잠 주무시는데! 어디를 짓밟고 가는 게릴라냐!온 산하가유혈이 낭자하다. 초2-872(1-99.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1. 오늘의 시 2023.09.02
또 다른 별리 또 다른 별리/월정 강대실 네 형 때는 어머니랑 열차로 올라가연병장에 대열로 세워 놓고 돌아섰어도이렇듯 애틋함 몰랐었다난생처음인 별리 아픔 같은 건 모른 척너는 쫓기는 짐승, 혼자 역사로 줄달음쳤지연신 죄어 오는 입소 시각, 초조로운 마음돌린 전화는 착신 중지 안내음 뿐이었다퇴근길 맞댄 가슴 몇이 군 생활을 곱씹으며위로주에 가라앉은 마음도 잠깐터벅터벅 샛골목 야음 밟아 마주한 가족얼굴에 겹겹한 그늘 숲속보다 무거웠다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는 네 어머니두 아들 애지중지 길러 조국을 품게 했으니이보다 더 장한 일이 있겠냐며 다독였지여하튼, 온갖 풍파에도 일념으로 노 저어이제는 고삐 풀린 약관의 건아, 차차품에서 멀어질진대 마음의 탕개 풀자 했지다들 자리에 들고 홀로 고요로운 뜨락허허로운 천공 잠 못 든.. 1. 오늘의 시 2023.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