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4 19

병아리눈물꽃

병아리눈물꽃/ 월정 강대실 병아리눈물꽃이랑                             얼굴 맞대보았나요머리 조아리고 앉아눈물  뚝뚝  흘려본 적 있나요                                        행여 눈에 띌세라숨소리라도 새어 나갈세라바람도 눈길 보내지 않는맨땅 끝자리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앙증스런 자태로옴실옴실 모여 앉은얌전 자르르한 꽃 우리님 단아한 말씀이 듯마음문 안 열면 볼 수 없는참깨 알 같은 꽃절대 겸허가 몸에 배인 그 꽃.

1. 오늘의 시 2023.09.14

봄앓이3

봄앓이3 / 월정 강 대 실 오늘 밤도 이러히 지샐 것인가울 위로 훌쩍 키를 높인 모과나무만발한 꽃, 달이 환한 봄밤을 일기예보가 꽁꽁 발 묶는남해안 외딴섬 등대 아래서그리움의 모닥불 피우는데 옆에 누운 아내는 봄밤이 달고꽃을 어루만지다 창문 스치고파도 위에 눕는 하얀 달빛뚝뚝 지는 서러운 꽃잎 저 달이 언제 차서 자지러지고모과꽃 얼마나 더 봄을 게워내야춘몽 같은 애틋한 그리움 보려나 문지방 넘어 오는 성난 파도소리눈자위 버얼건 속으로, 어느새희끄무레 걸어오는 먼동.(3-34)

1. 오늘의 시 2023.09.14

노거수2

노거수老巨樹 2 / 월정 강 대 실 별의별病도 다 있나 보다인술도 청순한 바람도 소용없어더는 회생 기미 보이지 않는다터덕거리며 삼동의 강 넘더니성큼성큼 쫓아오는 花信에도생의 끝자락 틀어쥐고눈 한 번 깜짝 않다니부끄럼 없는 나들이 길에생채기만 덕지덕지 안고  이젠 본향으로 가시려나 보다 아름다운 결단의 길에 살아도 살았달 수 없는 목숨, 이리 가슴앓이만 한다.(3-56/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3.09.14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나탈리 골드버그

번호 : 64 글쓴이 : 허소미 조회 : 28 스크랩 : 0 날짜 : 2006.08.17 12:08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나탈리 골드버그 '첫 생각'을 놓치지 말라 * 손을 계속 움직이라. 방금 쓴 글을 읽기 위해 손을 멈추지 말라. 그렇게 되면 지금 쓰는 글을 조절하려고 머뭇거리게 된다. * 편집하려 들지 말라. 설사 쓸 의도가 없는 글을 쓰고 있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가라. * 철자법이나 구두점 등 문법에 얽매이지 말라. 여백을 남기고 종이에 그려진 줄에 맞출려고 애쓸 필요 없다. * 마음을 통제하지 말라. 마음 가는대로 내버려 두어라. * 생각하려 들지 말라. 논리적 사고는 버려라. * 더 깊은 핏줄로 자꾸 파고들라. 두려움이나 벌거벗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도 무조건 더 깊이 뛰어들라. 거기에 바로 ..

14. 문학 산책 2023.09.14

민들레꽃2

민들레꽃 2 / 월정 강대실동문이 희번하게 밝아오면그저, 들로 산으로 기어 나가해종일 곱사등이 되는 일만이 부인,방향 잃고 헤매다 우연히 만난 길등큰 시누이, 솔깃한 귀엣말졸래졸래 따라 물 건너온하늘 맑고 긴긴 봄날윗주막거리 신작로 옆 도짓밭 매다호미 끝 마주친 하이얀 꽃,돌팍 틈새에 새긴 망향의 세월등 내밀던 바람 기다리다 지쳐애처로이 그리움의 꽃대 피워 올린얼굴 맞대고 바라보다울컥, 북받쳐 오르는 서러움흐느적흐느적 어깨 들썩이던 꽃.(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3.09.14

나를 만나다

나를 만나다 /월정 강대실 이제 가차 없이 세월의 누더기 벗어던지고 싶다. 뒤죽박죽된 서실 정리하다가 느지막이 아침 때운다. 차 한 잔 챙겨 들고 우두망찰하다 지나온 길 본다. 예제없이 널린 삶의 편린들 因緣의 얼레를 감고 푼 하많은 사람들…… 돌연 탈박 둘러쓴 나를 만난다. 꾸물대다 세월이 벼린 바람 맞고 에움길 돌다 간당간당 회한의 강 건너는 얼뜨기, 정수리에 성근 땀내 밴 머리칼 점점 눈멀고 귀먹더니 이제, 삐뚤어진 주둥이 헛나발 불며 거들먹거리는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3.09.14

꽃씨를 심으며

꽃씨를 심으며 / 월정 강대실 긴긴 침묵 속 기다림은 볕뉘에 한껏 가슴 부푼 너, 사알짝 불러낸다 바람 잔 시간 밖으로 숫기 잃어 떨리는 가슴 양지바른 대지의 자궁 깊으막에 은밀히 몸 풀 자릴 마련하고 정열의 까만 씨알 하나 지극한 정성으로 골라 심고 돌앉아 기도 속 정갈한 하루가 간다 그날의 설렘 채 가시기도 전에 어느 아침 잉태한 샛노란 떡잎 하나 고고성으로 세상 밖에 밀어내면 그 지긋지긋한 산고, 온이 한 계절 뜨락에 넘실이는 꽃물 사랑의 보람으로 가꾸련다.

1. 오늘의 시 2023.09.14

눈 내리는 창가에서

눈 내리는 창가에서 / 月靜 강 대 실 가벼워지고 싶다 가벼워야 내려앉을 수 있다면 나도 저 희뜩거리는 눈처럼> 가볍디가벼워져 눈꽃으로 내려앉고 싶다 보고 듣고 시 쓰고 하루하루가 수없는 두레박질, 매양 비워내기 연습이련만 한 눈금도 기울지 않는 가련한 세월 키 낮추고 몸집 줄이고 겹겹이 둘러쓴 인두겁 벗어야겠다 심보를 씻고 양심 헹구고, 욕심으로 뒤틀리는 창자 말끔히 비워내야겠다 허공을 바람의 무게로 날아 시려운 가슴에 꽃이 되고 싶다 쓰레기 같은 세상 순백으로 칠하고 싶다 순수한 내 빛깔로 평천하하다가 어느 순간 소리소문도 없이 스러져 아래로 아래로 스며들고 싶다.

1. 오늘의 시 2023.09.14

겨울산2

겨울산2 / 月靜  강  대  실    침묵하는 것들이 아름답다는 것을 이곳 와서 본다.  눈짐 지고도 아무렇지 않는 듯 태연한 겨울산에서   누군가의 아픔을 생각 한다.  눈물로 지새웠을 많은 밤들을 생각한다.  가만히 있다고 말이 없다고 고통이나 번민이 없다고 이야기하지 마라. 노송 한그루 끌어안고 살아 온 길 물어 봐라 강 건너 불 보듯 살아 왔는가? 스스럼없이 마음 활짝 열어 주는 겨울산에 들어 (제3시집 3-17. 겨울산)

1. 오늘의 시 2023.09.14

아내의 발

아내의 발/월정 강대실 길마 무거운 소, 드러눕더니 며칠째 꼼짝 못하는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자락 쏘-옥 나온 두 발 오롯, 가족들 바람의 고임돌 되어 세상의 질고 매운 것 다 심연에 묻고 한 生 바닥으로 살아온. 구부정한 발가락 거뭇거뭇한 발톱 버성긴 발뒤꿈치며 여기저기에 박인 옹이와 굳은살, 도짓소로 살아온 세월의 유산. 한밤, 구도자 고행의 훈장에서 성자의 말씀 들린다 내리 걸어야 할 길 본다 두 발이 몰래 흘렸을 눈물 헤아리다 마음속 촛대에 불 밝히고 참회의 뜨거운 경배 발볼에 기-인 입맞춤 한다.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3.09.14

이순

이순耳順 / 月靜 강대실 바람길 따라가는 생生 멀고 먼 길 득달같이 달려 지천명知天命 고개 넘고 나니 이제, 귀나 순해지라 하네 한 마름이 차도록 세상 흥야항야 살아왔나니, 때로는 발등 짓찧고 싶은 회한도 가슴 저미는 슬픔도 보일 수 없는 눈물 속에 묻어두고 얼풋이 보이는 남은 길 서둘지 말고 쉬엄쉬엄 가라하네 찌륵소도 불여우도 마음 편히 들고 나게 묵정밭 된 마음, 다시 일구며 무량세계無量世界 가꾸라 하네.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3.09.14

숲 속을 거닐다

숲 속을 거닐다 / 月靜 강 대 실 눈길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더듬는 동안 가슴은 켜켜이 쌓인 사랑이나 미움 따위 그늘에 널어 말린다. 그만 내려놓고 싶은 내가 짊어진 生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서로 어깨를 걸고 한세상 살아내는 나무들, 그 삶이 더 없이 부럽기만 한데 숲 속에 들어도 한 점 동화되지 않는 나 異邦人처럼 낯설다.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3.09.14

제3 시집 "숲 속을 거닐다" 발간

시인의 말 많은 생각 속에 살았습니다. 온갖 부질없는 생각에 마음 잡혀 바닥으로 내려가는 길은 보지 못하고 아까운 세월만 허송해 왔습니다. 그 부스러기 가득 찬 곡간을 치웁니다. 겉흙이나 글쩍거리는 삽질 뒷것들이라 망설이다가 욕이 금이 될 수 있다는 주제넘은 욕심에 다시 한 권 시집으로 묶었습니다. 그리고 이웃의 많은 사람들과 한 권씩 나누고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나온 길은 들판의 풀처럼 머리 내민 회한뿐이고 아직도 가야할 길은 가마득한데, 어느새 뒤 따라오는 그림자가 기다랗습니다. 이제, 한 다락 더 넓고 깊게 마음밭 일구어 하늘과 땅을 읽는 눈도 뜨고 새 창고에는 차곡차곡 알곡을 쌓으렵니다. 2011년 初秋 月靜堂에서 강 대 실 배상

1. 오늘의 시 2023.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