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9 19

노울녘에서2

노울녘에서2 姜 大 實 눈 질끈 한 번 감고 뜨락 봄의 자락에 까만 씨갓 한 알 묻었더라면 강 언덕에 꽃 흐드러져 켜켜이 타드는 노을 부시도록 아름다울 것을 차마 발 돌리지 못해 무지르는 바람에 핥이며 한 생 풀밭에 엎디어 살다 무심결 허리 세워 앞 보면 안개 속 아련한 고갯마루 오금이 저려 오지만 여우 넘보지 못한 참대밭으로 하늘 흔흔히 우러를 수 있어 이 아침에도 찬란한 해는 진실의 샘물 길어 올린다.

1. 오늘의 시 2023.09.09

아내에게1.2

아내에게 / 월정 강대실 당신이라고 어찌 바람에 날 선 세월이 비켜 가리오 허옇게 할퀴인 자국 더는 그냥 볼 수 없다고 한사코 붙들고 먹칠 하더니 오늘 아침에는 왜 이리 침침하니 안 보이냐며 애먼 눈 탓만 하는 당신도 말이요백이요, 이제 보니 뒷머리가 희끗희끗하니. 초2-723/2008. 8. 3. 아내에게2/ 월정 강대실내심은 가끔씩은 둘이서호젓한 시간 갖길 바랐건만속 뜻 헤아려 주지 못해묵묵히 아까운 세월 접은 사랑이여한없이 안쓰러운 아내여모처럼, 가든히 청명한 하늘이고가깜이 나가서 보낸 하루복사꽃 활짝 핀 당신 얼굴 보니그간 내 너무도 무심했구려.엽렵치 못한 벌이지만조리차한 마음으로 살아제비집 둥지라도 하나 마련하고네 식구가 오붓이 살게 됨은다 당신 덕분 아니겠소내 결코 잊..

1. 오늘의 시 2023.09.09

옥녀봉2

옥녀봉2 姜 大 實 더는 못 참겠다 엄살떨어 못 이긴 척 나가보았지요 길목에 들자 젊은 자미가 노을 자락 물고 기다리고 문턱 넘어서자 옥녀가 큰 품에 와락 끌어안았지요 중간 중간 서둘러 마련한 개금 정금 머루 따 맛보며 찾았지요 그늘 쉬는 풍암정 매미랑 풀벌레 어울려 노래하는 해 설핏토록 맞은바라기 연꽃 향에 취해 밀어 나누다 별일을 다 보았지요 돌아서려니 옆구리 찧쟎겠어요, 날밤 새우자며.

1. 오늘의 시 2023.09.09

어느 여름날4

어느 여름날4 姜 大 實 장맛비 조는 틈새로 소올솔 풍겨 오는 향기 따라 뜬구름 서녘으로 흘러간다 거기 천리향 피었다 우정꽃 회포 안주하여 한 잔 한다 생기 돋친 소나무와 같이 나눈다 그리움이 아리아리 취한다 여우비에 묻어 온 갯냄새가 거나하다 술이 어물어물 주정한다 강물 덧없이 부서진다고 왜 이 렇 게 하늘이다 비척거리느냐고 빈 술병이 울먹이며 드러눕는다.

1. 오늘의 시 2023.09.09

어느 여름날1

어느 여름날/월정 강대실                                        벗님네들 얼굴 한 번 볼 양으로너릿재 새털같이 사뿐 넘었지요  술 익는 냄새 졸졸 쫓아가다, 농주큰통 하나 실었지요 도갓집에서주춧돌 놓일 날만 손을 꼽던 집터계절이 엉클어져 한마당 잔치인데느릅나무 그늘 멍석 깔고 둘러앉아막 한 잔 타는 목 축이려는 참에솔밭 건너 앞산이 훌쩍 아는 시늉해어서 오라 손나발 해 옆자리 앉히고건하게 들었지요 너나들이하면서산들바람도 대취하여 따다바리고어느덧, 설움에 겨운 해 서녘에 벌겋고 텃새들 시나브로 제 둥지로 모여들어흥얼흥얼 어둑발 붙들고 넘었지요어느 여름날 그 하루 햇살 좋은 날. 초-864

1. 오늘의 시 2023.09.09

나의 호주머니

나의 호주머니 姜 大 實 구멍을 뚫고 빠져나가고 스르르 넘쳐흘러도 모르고 눈에 설면 죄다 받아넘겨 늘 그들먹하던 나의 호주머니 눈보라치는 머나먼 학교 길 손등이 얼어 터져도 자리를 내 다사롭게 녹여줄 줄 몰랐었지 순수의 계절이 바뀌자 자로 재 받고 말 것을 가리고 내밀히 꿈도 품어 피워내더니 어언간 하나 둘 세월강에 비우고 멋쩍다고 냉하다고 빈손 껴안고 어정거리는 해름녘 공허한 속에 바람이 인다.

1. 오늘의 시 2023.09.09

길을 걸으며

길을 걸으며 姜 大 實 길을 걷는다 성자의 모습으로 한옆으로 비켜선 솔밭 사잇길 어느 쪽으로 얼마큼 가다 어드메서 발걸음 거둬야 할지 아무 설정이 없는 이 길 세월에 몸살 앓으며 샛길 한 번 내지 않고 살던 방식대로 저 우뚝한 봉우리 높은 하늘 푸른 눈으로 바라보며 걷는다 숨이 차오르면 시간 앞세우다 거친 바람은 나뭇가지에 내려놓고 오늘의 허기가 이슥토록 작은 산 넘고 넘는다 내 초라한 여정의 연장선으로 더 가야 할 생의 축소판으로 소리 없이 하루가 길 위에 삭는다 벗어 놓은 낡은 신발짝처럼.

1. 오늘의 시 2023.09.09

둥실 솟아 올 새해에는

둥실 솟아 올 새해에는 姜 大 實 더하여 갖자며 널리 알렸던 일 없었으면 될 일로 덮어 버렸던 일 나누어 갖자며 많은 위로 받았던 일 보람으로 알고 비지땀 쏟았던 일 지금은, 한 해 365일 서리서리 또아리 틀어 산 삶 추슬러 하릴없이 세월의 강에 띄워 보내야 할 시간 아무 날 어느 때든 안에서나 어디서든지 마음 문 활짝 열어 감싸안고 일 마다 모든 사람 기쁨을 주며 서운한 기색 한 번 싫은 표정 한 번 넘보이지 않은 나 보다 우리를 앞세운 삶 살아야 했는데 술수를 부리지는 않았던가? 방관과 난색을 보이지는 않았던가? 다툼과 시기와 서운해 갈라서 당 짓고 원수를 맺지는 않았던가? 나만의 유익과 안위를 위해 투기와 격동과 방탕의 삶은 살지 않았던가? 사랑과 즐거움과 화평으로 인내와 자비와 선함으로 충성과 ..

1. 오늘의 시 2023.09.09

서글픈 그대 위하여

서글픈 그대 위하여 姜 大 實 왠지 마음 서글퍼질 때는 밤하늘 수없는 별 보아요 울고 있잖아요, 가끔은 그대의 별도 온 세상 다 변해도 오늘도 그 시간 그 자리에 나와 슬픔을 찬란한 빛으로 삭히는 그대의 소망인 별 많고 많은 만남에는 더러는 비가 치고 눈보라가 때리고 멀고 긴 오솔길에 밟힌 풀잎도 꽃 피우는 날 있잖아요 왠지 마음 서글퍼질 때는 때론 눈물 그렁그렁 흘리며 침묵의 긴긴 강 별살로 건너가는 밤하늘 그대의 별을 보아요. 바람 이는 날이라면 어이 오지 않으리요, 지는 날이 .

1. 오늘의 시 2023.09.09

그저, 부끄러울 뿐이라오

그저, 부끄러울 뿐이라오 姜 大 實 두루뭉수리로 살자고 자리에 들면 손을 꼬-옥 잡아주곤 한 당신 그토록 말머리도 못 내밀게 하더니 자식새끼가 좋아한다고 순순히 문 열어 주었지요 그리고, 끝둥이로 쓰다듬어 포동포동히 키워놓았지요 훌라를 오늘은 손수 가꾸어 낸 채마밭에서 확실히 보았소 무와 배추를 캐내 손질하고 나니 닮았더구려 하나 하나가 당신을 둥실하고 속은 흰 것이 그럽시다 대답만 지어먹고 여태껏 흙구슬 하나 못 품은지라 그저 부끄러울 뿐이라오 행동으로 보여준 당신 앞에서는 어제 오밤중엔 외숙께서 작고하셨단 전화였지 않소 그리도 성미가 깔깔하시다 했던.

1. 오늘의 시 202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