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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1.2.3.

그리움 1 / 월정 강대실 잎 피더니 꽃이 졌습니다 그대 떠나고 봄도 홀연 갔습니다 초사흘 눈썹달처럼 잠깐인데 돌아보면 모두 다 그리울 뿐 긴긴 강 언덕 노을이 붉습니다. 그리움2 / 월정 강대실 가신 님 그리워 찾아왔더니 보리밭에 까투리 뒷산 두견이 같이 듣던 고향 노래 불러댑니다 언덕배기 찔레꽃 봄날이 향기롭고 삐비꽃 들판 가득 하늘대는데 혼자 듣는 그 노래 눈물 납니다. 그리움3 / 월정 강대실 하루해가 설핏하면 서산 봉머리 위에 개밥바라기 떠올라 끔벅끔벅 우물가 봉선화 피면 설운 이내 가슴에 임 생각이 도져 도근도근.

1. 오늘의 시 2020.05.03

겨울나무1.2.3/노거수1.2/나목裸木의 겨울나기

겨울나무1 / 월정 강대실 온몸에 계절로 매단 넘치는 희열 훌훌 털어 날려 보내고 심념深念에 젖다 찾아든 삭풍 목 쉰 노래에 별이 잠들면 하늘 바라 독백으로 언 강 넘는다. 겨울나무2 / 월정 강대실 북받치는 그리움이냐 꽃불로 타더니 잊어야 돼 잊어야 돼 들붙는 뒷바람에 격정의 사연 담아 붉은 엽서 낱낱이 날리고 처연한 가슴 부둥코 샛강을 건넌다. 겨울나무3 / 월정 강대실 나인들 다 떠나보내고 막막 천애 혼자 남은 임금님 발가벗고라도 이 궁 지키자 태평성세 꼭 오리니 패장의 애끓는 흐느낌 언 강 건너는 겨울나무. 노거수1/ 월정 강대실 온 몸 썩히어 갖은 풍상 삭이고 서 있는 상처마다 피워올린 녹야청청의 마음, 오늘은 낙엽으로 또 버티나니 한 生 청청한으로 남는 내 마음속 지주목입니다. 노거수老巨樹 2..

1. 오늘의 시 2020.05.03

산방 일기 1.2.3.4.

산방 일기1/ 월정 강대실 지금에사 드느냐며 산이 마중 나와 손 내미는데 끝까지 사나 볼란다고 개울물 쑥덕이며 뒤따라오고 얼간이가 발붙인다며 새앙쥐 곁눈질로 지나가고 속없는 살쾡이 부부 잔칫상 안 차리느냐 내다본다. 산방 일기 2 / 강대실 헌 살림살이 몰아 실은 톤 반 화물차 질퍽한 마당길에 세워놓고 여기저기 내려 놓을 자리 재다 산창 열어젖뜨리고 짐 푼다 어둠 스멀스멀 밀려든다고 산은 길마당 나와 힘 보탠다 한데, 어떤 놈이냐 할까 재수 되게 없다는 듯 산마을 개들 짖어대고 개울 건너 늙은 주막집 외등 눈을 끔뻑끔뻑한다 이따금씩 전조등 질주하는 신작로 나와 어정거리는 안주인 한참을 눈길 주다 들어간다. 산방 일기3 / 강대실 추적추적 겨울을 재촉하던 찬비 한숨 돌리는 새에 누더기 짐 후다닥 내려놓고 ..

1. 오늘의 시 2020.04.23

어머니1.2.3/ 울 엄니1.2/사모곡思母曲1.2

어머니1/ 월정 강대실 저승 하늘 하도 멀어 들리지 않음이요 어머니, 보고 싶소! 되뇌어도 오오-냐, 오냐! 금시라도 반가이 오실 어머니 모습 이 밤에도 애타게 그리운 얼굴 오롯이 간직한 채 지새웁니다. 어머니2/ 월정 강대실 무서리 북풍한설 한恨 길어 녹이셨지요 봄바람 꽃 소식 얼비치는데 심연深淵 끌어안고 노을빛 따라 가셨지요. 어머니3 / 월정 강대실 보고파 어이 살까요 하늘 좋아 하늘로 가 달이 된 당신 깊은 밤 구름 틈새 찾아 헤매다 아픔으로 피어오르는 아릿한 모습 별밭에 그려보는 그리운 얼굴 세상 끝까지 애닯게 불러댑니다 어머니 당신의 이름. 울 엄니1 / 월정 강대실 울 엄니, 울 엄니는 저승궁궐 금침에 들어 단잠이 드셨는가 보고파서 못 잊어서 찾아와 무릎 꿇고 흐느끼는 못난 자식 보고 싶도 ..

1. 오늘의 시 2020.04.20

그날 밤의 총성

그날 밤의 총성/ 월정 강대실 타-앙! 탕 타-앙!한밤중 우리 아들들 누가 명령해 총 쏘았나?오월이 다시 와도 풀리지 않은 그날 밤 총성.뜬금없는 가불금 받아 쥐고 골목길로 달려대인동 시외 터미널 막 발차한 담양행 막차출구에서 붙들어 타고 간신히 퇴근 했으나암굴 속 붙박인 오월의 해는 길기만 하다통신도 교통도 다 끊긴 고립무원의 섬 광주 땅방송은 폭도들 난동이라 생거짓나발 불고자고새면 방관자, 점점 아프게 찔리는 양심사정사정해 웃돈 얹어 주고 대절한 택시교도소 앞 고개 못 넘는다며 차를 돌려 세운다저리는 오금 뒤뚱뒤뚱 고개 너머 홉뜬 눈으로 꼬나본 총검 빠끔히 터 준 길 꿰어  솟구치는 분노의 걸음 도청 앞에 당도한다인해를 이루어 목 놓아 사자후 토하다 어..

1. 오늘의 시 2020.02.15

귀로 歸路 2

귀로 歸路2/ 월정 강대실 맑은 날보다 소맷단으로 눈물 훔쳐 산 날 많았어도 다 팔자소관이었다며 결코 곁으로 가시겠다던 당신, 이제 가슴에 지른 불 스스로 꺼 주실 아버지 함께 계 시는, 말씀은 없었지만 한 번 먹은 마음은 어쨌든지 금가락지 옥가락지 보다 더 重하단 당부셨지요. 마음 갈피에 바람 드세 길 잃은 짐승처럼 헤매다가 어머니 무덤 찾아 망초대 쑥 쥐어뜯다 언뜻 마루청 옹이같이 번쩍이는 그 말씀, 환청으로 듣고 마음갈피 다잡고 돌아서는 어스름 저물녘.

1. 오늘의 시 2019.11.27

똘감나무 아래서

똘감나무 아래서/ 월정 강대실 비트적거리며 산에 오른다 무지갯빛 山頂은 아직 멀었는데 힘에 부치고 숨이 목에 걸린다. 묵어, 흔적만 남은 무덤 옆 맹감 찔레가시 욱은 똘감나무 아래 선승처럼 가부좌 틀고 앉는다. 숨을 돌리고 마음 가다듬자 수간 속 맥박 치는 소리, 온 몸으로 스민다, 어디선가 ‘내리 봐야’ 길이 보인다는 환청 우레 같다. 감잎 하나 파르르 허공을 날아 내 안으로 파고든다.

1. 오늘의 시 2019.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