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의 총성/ 월정 강대실
타-앙! 탕 타-앙!
한밤중 우리 아들들 누가 명령해 총 쏘았나?
오월이 다시 와도 풀리지 않은 그날 밤 총성.
뜬금없는 가불금 받아 쥐고 골목길로 달려
대인동 시외 터미널 막 발차한 담양행 막차
출구에서 붙들어 타고 간신히 퇴근 했으나
암굴 속 붙박인 오월의 해는 길기만 하다
통신도 교통도 다 끊긴 고립무원의 섬 광주 땅
방송은 폭도들 난동이라 생거짓나발 불고
자고새면 방관자, 점점 아프게 찔리는 양심
사정사정해 웃돈 얹어 주고 대절한 택시
교도소 앞 고개 못 넘는다며 차를 돌려 세운다
저리는 오금 뒤뚱뒤뚱 고개 너머
홉뜬 눈으로 꼬나본 총검 빠끔히 터 준 길 꿰어
솟구치는 분노의 걸음 도청 앞에 당도한다
인해를 이루어 목 놓아 사자후 토하다
어느새, 날 저물고 기력은 몸을 가누기 힘겨운데
반 백 리 길에 교통까지 막힌 탕자의 몸
유동 직장 숙직실에 기어든다
일찍이 인적 없고 가끔씩 바람이 셔터 흔드는 소리
밤이 깊을수록 아늑히 해방의 기대감 차오르는데
난데없이 정막을 깨고 들려오는 총소리 세 방
타-앙! 탕 타-앙!.
2020. 2. 11.